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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끌려서] 김동욱의 스포트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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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CN)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OCN ‘손 the guest’는 배우 김동욱의 고군분투가 빛나는 드라마다. 김동욱이 연기하는 윤화평은 ‘손 the guest’의 원톱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주요 감정선이 모두 화평의 시선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화평은 영매(靈媒)의 운명을 타고나 가족이 풍비박산 났다는 아픔을 겪은 인물이다. 어릴 적에는 조모와 모친이 죽었고, 성인이 된 뒤에는 부친이 조부를 다치게 한 뒤 자살했다. 모두 화평이 어릴 적 악귀에 빙의된 탓에 벌어진 비극이다.

영매라는 설정도 생소하고 악귀 때문에 사람이 죽어나가는 상황도 비현실적이다. 그뿐인가. 극 중 화평은 또 다른 주요인물 최윤(김재욱)이나 강길영(정은채)과 비교했을 때 능력이 뛰어난 편도 아니다. ‘손 the guest’는 화평이 부마자와 감응하는 능력으로 살인 사건의 발생을 알아차리면 형사 길영이 이를 추적하고 구마사제 윤이 부마자를 구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사건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이는 윤과 길영인 셈이다. 그런데다 지난 12회에서는 악의 근원인 귀신 ‘박일도’가 화평에게 깃든 상태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바로 이것이 화평이라는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이해시키는 작업이 쉽지 않은 이유이자, ‘손 the guest’ 속 김동욱의 고군분투가 칭찬받아 마땅한 배경이다.

‘손 the guest’의 모든 순간, 김동욱의 눈빛은 화평 자체다. 자신 때문에 가족이 다쳤다는 죄책감과 더 이상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비장함, 악귀에 대한 복수심 등이 어려있는 덕분이다. 그러니 김동욱이 연기하는 화평을 보고 있으면 그가 하는 모든 행동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무턱대고 살인 용의자 박홍주(김혜은)를 죽이겠다며 뛰쳐 나간 것도, 무방비 상태로 빙의가 의심되는 아버지를 만나러 간 것도 납득되는 것이다. 이에 시청자들은 김동욱이 만들어낸 화평의 감정에 이입하고 그를 응원한다.

이때 김동욱이 보여주는 연기의 기술도 탁월다. 우선 어떤 상황에서도 발음에 흐트러짐이 없는 점이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특유의 높은 톤으로 따박따박 내뱉는 대사는 속도나 억양에 상관 없이 시청자의 귀에 정확히 꽂힌다. 감정 연기도 능수능란하다. 능청스러움과 진중함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것은 물론, 지난 11회에서 부친의 자살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오열하는 모습은 화평의 어린 시절 슬픔까지 떠올리게 하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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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CN)



‘손 the guest’는 김동욱의 주연작으로도 의미가 남다르다.

연기판에는 극의 선두(先頭)가 어울리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감초 역할을 할 때 매력이 배가되는 배우가 있다. 이를 판단하는 기준에는 연기력만 있는 게 아니다. 외모나 풍채·목소리 등 연기자 본인의 타고난 조건에서 오는 무게감이나 전작들의 흥행 여부로 판가름되는 스타성이 오히려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동욱은, 따지자면 후자에 해당하는 배우였다. 드라마 데뷔작이자 대표작으로 꼽히는 MBC ‘커피 프린스 1호점’(2007)이나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2017)만 봐도 그렇다. 두 작품 모두 김동욱은 주인공이 아니었으나 그에 못잖은 존재감을 발산하며 오히려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반면 ‘커피 프린스 1호점’과 ‘신과 함께-죄와 벌’ 사이 10년 동안 나온 김동욱의 주연작은 이렇다 할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관점을 바꾸면 이는 김동욱의 또 다른 힘을 가졌음을 시사한다. 역할의 비중과 상관 없이 어느 자리에서건 빛을 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수많은 이야기와 캐릭터 사이에서 존재감을 발산해야 하는 연기자에게 아주 중요한 재능이다.

실제로 한국종합예술학교 연극원 출신의 김동욱은 오디션장에서 변영주 감독의 눈에 들어 영화 ‘발레교습소’(2004)로 데뷔했다. 변영주 감독은 훗날 김동욱에 대해 “키가 5cm만 더 컸어도 주요 캐릭터 중 하나로 역할로 캐스팅했을 것”이라고 떠올린 바 있다. 김동욱이 그만큼 연기를 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발레교습소’에서 김동욱은 소년가장 김기태 역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당시 김동욱의 실제 나이는 20대 초반이었으나 교복이 제 옷처럼 잘 어울렸다. 특유의 앳된 분위기 덕분이다. 동시에 선이 여린 김동욱의 말간 얼굴 위로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열아홉 기태의 부담과 절망, 체념,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이 스쳐갔다. 데뷔작이라고는 믿기 힘든 존재감이었다.

신인배우 김동욱을 ‘국가대표’(2009) 주요 캐릭터로 캐스팅했던 김용화 감독도 “(당시) 나중에 출연 배우들이 상황이 안 좋아진다면 가장 먼저 김동욱을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었다. 김용화 감독은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겼다. ‘신과 함께-죄와 벌’의 히든카드로 김동욱을 캐스팅해 새 전성기를 열어주고, 올해 개봉한 ‘신과 함께-인과 연’에는 주인공 자리를 내줬다.

실력에서 비롯된 신뢰가 오늘날의 김동욱을 만들었다. 조명이 비추지 않는 위치에서도 타인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데는 분명 김동욱만의 매력이 작용했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리에 당당히 섰다. ‘손 the guest’ 이후의 김동욱이 보여줄 행보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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