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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물괴’ 신선한 소재, 낡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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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물괴’는 도전적인 작품이다. 조선에 등장한 괴수라니 설정부터가 신선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어디서 봐왔던 사극 드라마가 펼쳐진다. 신선함과 진부함의 조화가 ‘물괴’ 안에서 이뤄졌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크리쳐물인 ‘물괴’가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물괴’는 조선 중종 22년, 갑자기 나타난 괴이한 짐승 물괴와 그를 쫓는 사람들의 사투를 담아냈다. 조선왕조실록에 담긴 한 줄이 ‘물괴’의 시작점이 됐다.

실화를 바탕으로 ‘물괴’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냈다. 사극에 괴수라니 흔치 않은 설정이다. 일단 배경 자체가 신선함에 한 몫을 한다. ‘물괴’는 괴수가 탄생하게 된 계기를 역사적 인물들과 연결시켰다. 반정으로 인해 왕위에서 물러나게 된 연산군과 그 뒤를 잇는 힘없는 왕 중종, 그리고 반역을 꿈꾸는 대신들까지 정치싸움이 주를 이룬다. 인간의 욕심으로 만들어진 괴물이 바로 '물괴'다. 물괴의 사연은 분명 연민이 느껴질만도 하지만 영화에선 그 시대의 가장 무서운 존재 중 하나인 역병을 도합해 더 큰 공포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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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인공인 물괴는 제작기간만 6개월, 20여개 이상의 비주얼 콘셉트를 쳐서 탄생됐다. CG 작업으로 완성된 물괴는 외형부터 움직임까지 완성도면에서 훌륭하다. 역병을 품고 있어 수포로 가득한 피부, 사람을 삼키는 무시무시한 입에 거대하고 날렵한 움직임으로 궁을 초토화 시키는 물괴의 모습은 충분히 공포스럽다. 괴수 영화의 매력은 후반부에서 더욱 살아난다.

문제는 물괴가 등장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물괴의 존재는 인물들의 대사로만 전해지고 그의 존재가 드러나는 시점은 중반부터다. 그 전까진 대신들은 민중을 혼란시키기 위해서 사용되는 허상일 뿐이다. 물괴의 존재 유무에 대해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중종과 대신들의 정치싸움이 주를 이루다 보니 이야기는 늘어지고 지루하다.

이야기 서사도 진부하다. 이미 팩션을 기반으로 한 사극에서 봐왔던 이야기 그대로다. 유약한 왕과 그를 무시하는 강한 신하들, 권선징악 메시지 등은 사극 드라마에서도 이미 접해왔다. 평이한 서사에 갇혀 있다 보니 캐릭터마저도 단순해졌다. ‘물괴’ 속 인물들의 갈등과 고뇌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캐릭터의 감정선이 간략해지고 배우들의 연기마저도 입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는 12일 개봉.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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