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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자Pick] 나이트오프·9와 숫자들·서사무엘,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가수가 최신 차트에 이름을 올립니다. 음악의 취향은 각기 다르고 정성이 담기지 않은 음악 하나 없다고 하지만요. 속도에 휩쓸려 스치는 것 중 마음을 사로잡는 앨범은 어떻게 발견할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놓친 앨범은 다시 보고 ‘찜’한 앨범은 한 번 더 되새기는 선택형 플레이리스트.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2018년 8월 다섯째 주(8월 27일 월요일~9월 2일 일요일)의 앨범은 서사무엘, 9와숫자들, 우리같은사람들, 나이트오프, 드럭 레스토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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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사무엘 싱글 ‘Jazz In My’ | 2018.8.29.

약 1년 만에 나온 신곡 ‘재즈 인 마이(Jazz In My)’는 “다행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자유로운 음악들로 신선함을 선사했던 서사무엘의 개성은 여전히 묻어나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폭발했다고 봐도 좋다. 신곡 주제 자체부터가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다. 서사무엘은 우리가 스스로를 가두는 원인 중 하나를 언어로 봤다. 내뱉는 말들로 인해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형성되고, 그것들이 즉흥적인 ‘나’를 제어한다는 것.

이에 서사무엘은 스윙감 넘치는 비트에 브라스 소스, 샤우팅 등을 가미해 음악이 주는 본연의 생동감을 살렸다. 그래서인지 ‘재즈 인 마이’를 들으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즉흥 재즈를 한바탕 듣고 난 기분이 든다. 말 그대로 나를 내려놓고 음악에 자신을 맡기고 싶달까. 게다가 자유롭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음악들을 내놓는 서사무엘의 톤까지 더해져 노래는 결코 낯설지 않은 원초적 본능을 깨운다. 틀을 깨는 게 아니라 아예 없애버린 서사무엘, 앞으로 그가 어디까지 앞을 헤치고 달려 나갈지 더 주의 깊게 주목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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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와 숫자들 싱글 ‘99%’ | 2018.8.29.

밴드 9와 숫자들이 데뷔 9주년을 맞았다. 9와 숫자들이 자신들을 대표하는 숫자인 ‘9’를 기념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해일 수가 없다. 그만큼 이번 신곡 ‘99%’는 팀의 근본적인 관점을 응축하고 있다. 9와 숫자들은 ‘99%’를 ‘완벽에 가까운 최선’으로 해석한다. 나머지를 무용하게 만드는 1%가 아니라, 1%를 품고 있는 99%의 모든 것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의심의 여지가 있고 닿을 수 없지만 이를 고민함으로써 1%가 완성되기에 이 미완성은 오히려 완벽하다고, 잠시 머무르고 싶은 아름다운 결핍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이런 문학적인 가사는 무던한데 가슴이 벅차오르는 9와 숫자들 특유의 멜로디, 보컬과 어우러진다. 밴드 사운드의 풍성함한 부피감과 느릿느릿 흘러가는 공간감의 상반된 조화는 여전히 울컥하는 감정을 극대화한다. 특히 약 3분 10초부터 5분 25초까지 지속되는 연주는 “아흔아홉 번을 눈물로 채웠으니/마지막은 분명히 미소다”라는 가사의 여운을 깊이 느끼고 많은 생각을 교차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는 지점. 단순히 노래를 발산하는 게 아니라 듣는 이의 감상을 통해 비로소 99%의 1%를 채우는 9와 숫자들다운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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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같은사람들 싱글 ‘사랑은 무능력함으로부터’ | 2018.8.30.

우리같은사람들은 팀명처럼 정말 일상에서 겪을 만한 일들을 엮어 노래로 만든다. 단순히 일화를 풀어내지는 않는다. 데뷔곡 ‘내일은 차 좀 빌려줘’에서 ‘차’는 힘든 현실을 벗어날 용기를 내포하고 있다. 이번 신곡에도 함축적 의미가 듣는 재미를 더한다. ‘사랑은 무능력함으로부터’는 ‘모든 걸 주고 싶은 게 사랑’이라는 명제를 역으로 풀어냈다. 이들은 내가 아무리 줘도 부족함을 느끼는 그 자체가 사랑의 증명이니 ‘무능력함’이 애정의 정도를 더욱 극대화한다고 노래한다.

다만 우리같은사람들이 말하는 사랑은 연인간의 것에 그치지 않는다. 친구간의 우정이 될 수도, 가족 간의 애틋함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노래는 여느 사랑노래처럼 달콤하지는 않다. 이전 곡과 달리 좀 더 가볍고 착실하게 내뱉는 보컬, 매력적이던 신스 사운드를 빼고 넣은 착한 느낌의 밴드 연주는 흐뭇한 미소를 선사한다. 더 나아가 기타와 드럼, 베이스, 키보드까지 어느 하나 약한 부분 없이 적당히 맞춘 밸런스는 설렘의 빈자리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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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트오프 싱글 ‘우린 매일매일’ | 2018.8.30.

이전 싱글 수록곡 ‘오늘의 날씨는 실패다’에서 멜로디와 가사의 일치된 표현법으로 노래의 입체감을 살린 나이트오프. 이번 신곡 ‘우린 매일매일’ 역시 매일매일 흘러가는 일상의 모습을 직선적인 비트로 표현해 재미를 준다. “필요 없는 것은 필요 없고/어지러운 것은 어지럽고/어리석은 어리석고”와 같은 운율을 지닌 가사는 리듬감을 더한다. 또 이런 식으로 반복되는 가사의 내용은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나이트오프만의 시선을 잘 드러낸다.

‘우린 매일매일’에서 핵심 요소인 ‘반복’은 노래의 서사를 독특한 방식으로 완성하기도 한다. 노래에 기승전결이 있다기보다 똑같은 비트 위에 각기 다른 사운드 레이어를 여러 겹 겹쳐 곡의 단조로움을 없앤다. 어떻게 보면 변주의 연속인 과정에서 반복으로 인해 쌓이는 무게감이 더해지는 것이다. 가사 중 똑같이 나오는 “우린 매일 매일”이라는 표현이 각 파트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과 같다. 그리고 곡 마지막에는 갑작스러운 전환으로 기승전결의 ‘결’을 뜬금없이 내놓는 것도 나이트오프만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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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럭 레스토랑 싱글 ‘403’ | 2018.8.31.

이번 신곡 ‘403’은 호텔방 번호를 의미한다. 물론 이 단순한 숫자에는 ‘호텔 방 안에서만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라는 비유가 함축되어 있다. 노래에서 보컬 정준영은 담담하게 말하듯 가사를 노래하지만 그 안에 실린 힘은 결코 약하지 않다. 확실한 강약조절과 몽환적인 분위기 속 곳곳에 들어간 날선 소리, 곡 후반부 깔리는 저음의 코러스는 노래가 지닌 메시지를 묵직하게 전달한다.

드럭 레스토랑은 개러지 록 장르가 지닌 거친 표현과 자신들만의 감성, 대중이 편히 다가올 수 있을 정도로만 허문 진입장벽 등을 잘 버무리는 밴드. 이번 신곡은 발라드와 로큰롤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가운데 짙은 감성을 중심으로 하는 드럭 레스토랑의 색깔이 짙어졌음을 잘 보여준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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