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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곽정욱 “‘라이프 온 마스’ 내게 주는 마지막 기회였다”

  • 기사입력 2018-08-1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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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라이프 온 마스'에서 김현석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곽정욱(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출연이 곧 스포일러다”

배우 곽정욱이 OCN ‘라이프 온 마스’(연출 이정효, 극본 이대일)에 처음 등장했을 때 나온 반응이다. 4년 여의 공백이 무색한 존재감이었다. 아울러 곽정욱이 맡은 캐릭터라면 분명 범상치 않으리라는, 시청자의 확신까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과연 짧지만 강렬했다. 곽정욱은 극 중 1988년의 연쇄살인범 김현석 역을 맡아 선과 악을 오가는 연기를 펼쳤다. 최종회에서는 깜짝 놀랄 반전까지 선사하며 ‘라이프 온 마스’ 시즌2에 대한 기대치도 높였다.

‘라이프 온 마스’는 곽정욱이 스스로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였다. 1996년 아역으로 데뷔해 경력 23년 차에 접어든 그다. 2014년까지 거의 쉬지 않고 연기했는데 정작 본인은 틀의 갇히는 느낌이었단다. 군 복무를 포함해 4년의 공백기를 가지며 고민을 거듭했다. 연기자로서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던 찰나 ‘라이프 온 마스’를 만났다. 해내지 못하면 다른 길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뛰어들었고 모든 걸 걸었다. 호평 속에 ‘라이프 온 마스’가 끝났다. 곽정욱은 극의 일부에 출연한 것만으로 주연만큼의 박수를 받았다. 앞으로 배우 곽정욱을 더 오래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 ‘라이프 온 마스’로 4년 만에 복귀했습니다

“그런 만큼 걱정과 부담이 많았습니다. 드라마가 1, 2회 방송하고 나서 오디션을 봤거든요. 이미 시청자들 반응이 좋았고 PD님, 작가님, 배우들로 좋은 팀이 꾸려진 작품이었기에 내가 뒤늦게 들어가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걱정됐어요. 다행히 PD님부터 배우들까지 편하게 대해주신 덕분에 준비한 것을 잘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오랜만의 현장이 어색하지는 않았나요?

“원래 긴장을 안 하는 편이거든요. ‘라이프 온 마스’는 첫 촬영부터 어지러웠어요. 드라마에서 태주(정경호)의 머리가 핑 도는 것처럼요(웃음) 스스로가 낯설었어요. 공백기 동안 카메라 앞에 선 적이 없었는데 메이크업 받고 대본 읽는 상황 자체가 어색하더라고요. ‘내가 연기를 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요. 그렇게 멍하다가도 촬영이 시작되고 나서는 재미있었습니다”

▲ 최종회에 반전을 선사했는데 결말을 알고 있었나요?

“PD님이 첫 촬영날 말해주셨어요. ‘대본 보안이 철저해 말하면 안 되지만 현석이는 살아있을 것 같다. 50대 현석을 누가 연기할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중요한 부분을 맡게 될 수도 있다’고요. 현석이가 12회 엔딩에 죽고 13회엔 시체로 잠깐 나와요. 이후로 촬영이 없어서 서울에 올라와 일주일 쉬었어요. 대본에는 끝에 현석이 목소리가 나온다는데 아무 말도 없으셔서 ‘내가 안하나?’ 했죠. 그런데 (종영하는 주의) 금요일 밤, 자려고 누웠는데 PD님 전화가 온 거예요. 휴대폰으로 에필로그 녹음해서 보내라고(웃음) 결말에 대한 보안이나 에필로그에 대한 고민 때문에 시간이 걸린 것 같았어요. 그 장면에 대해 PD님과 충분히 상의하지 못했던 상황이라 혼자 여러 가지 버전을 만들었죠. 이전까지 현석이와 태주가 호흡한 것을 토대로요. 대본에 ‘피식 웃는다’고 나온 것도 다양한 방식으로 웃어봤어요. 에어컨 소리가 들어갈까봐 다 끄고 땀 삐질 흘리면서 30분 동안 녹음한 거예요. 어떤 버전이 쓰일지 궁금했는데 방송을 보니까 내 생각보다 더 섬뜩하게 나왔더라고요(웃음) PD님이 잘 포장해주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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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욱은 "'라이프 온 마스' 시즌2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 시즌2를 기대하는 시청자가 많습니다

“나도 기대하고 있어요. 시즌2에도 현석이가 등장할지 예상할 수 없지만요(웃음) 또 출연하게 된다면요? 영광이죠. 일단 촬영이 너무 재밌었어요. 날씨가 더워서 힘들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배웠고 또 사랑도 받았습니다”

▲ ‘곽정욱의 출연 자체가 스포일러’라는 반응이 나온 것도 알고 있나요?

“‘출연이 스포’라는 댓글, 봤어요. 하하. 오디션 볼 때 PD님이 ‘나는 연기 잘하는 신인을 원한다’고 하셨었어요. 얼굴이 안 알려진 배우여야 나중에 ‘범인이었구나!’ 더 놀랄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이유에서 ‘너를 캐스팅하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확신을 갖고 말씀드렸어요. 나는 드라마 출연한 지 거의 5년이 지났고, 그 사이에 살도 10kg이나 쪘으니 아무도 못 알아볼 거라고요(웃음) 그랬는데 처음 등장하자마자 다들 ‘곽정욱이다!’ 이러서셔요. 배우로서는 고마운 일인데 PD님께 드린 말씀이 있으니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걱정도 들었죠(웃음)”

▲ 방송이 시작된 후 오디션을 본 터라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도 녹록지 않았겠네요?

“오디션 연락을 전날 받았어요. 드라마 촬영이 한참이었을 때라 다음 날 KTX를 타고 부산에 내려갔어요. 촬영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카페에서 PD님과 미팅을 했죠. 그리고 서울에 올라온 다음 날 연락이 왔어요. ‘내일 촬영한다’고요. 다시 부산에 내려가자마자 한충호(전석호)를 쏴 죽여야 했습니다(웃음) 공백기가 짧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에 대한 감이 떨어진 데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았서 겁도 났어요. 그래서 촬영 전날 먼저 PD님에게 전화를 걸어서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요”

▲ 이정효 PD는 어떤 조언을 해주던가요?

“PD님은 디렉션을 주지 않는 편이에요. 대신 ‘난 연기를 못 가르치니까 너희가 여러 개 준비해 오면 좋은 거 골라쓸게’라고 하시죠. 리허설도 오래 합니다. 특히 8회에 현석이가 태주 곁을 스쳐지나가며 경례하는 엔딩이요. 촬영은 30분 만에 끝났는데 리허설을 2시간 했어요. 동선을 여러 번 바꿨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도 아이디어를 냈고요. 현석이가 가짜 경찰이긴 하지만 태주와 안면이 있을 테니 웃으면서 인사하면 어떨까 싶었거든요. 촬영 대부분이 학교 친구들끼리 워크숍하는 것처럼 자유롭게 의견을 조율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긴장도 빨리 풀렸죠”

▲ 촬영하면서는 주로 정경호와 호흡을 맞췄죠?

“보통 촬영장에 가면 내가 먼저 ‘안녕하세요, 곽정욱입니다’ 인사하고 다가가요. 그런데 정경호 선배는 ‘네가 정욱이구나’ 라면서 먼저 이름을 불러주시더라고요. 나에 대한 정보를 미리 찾아보신 느낌이었어요. 촬영이 끝나고는 ‘고생했다’고, 밥 한 번 먹자고 해주셨고요. 인간적인 배려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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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면으로 평가받은 '라이프 온 마스' 곽정욱과 정경호의 추격 신(사진=드라마 스틸컷)



▲ 12회 정경호와 추격신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굉장히 힘들었어요. 밤 9시부터 준비해 해가 뜨고 나서야 촬영이 끝났거든요. 밤을 꼴딱 새운 거죠. 촬영하면서 원래 대본과 구성이 달라지기도 했어요. 경호 선배가 현석이의 감정이 더 살아날 수 있도록 순서를 바꾸는 걸 제안하셔서요. 태주가 현석이에게 호흡기를 주는 장면도 바뀐 거예요. 원래는 내가 선배 손에 매달리면 입에 호흡기를 대주는 거였어요. 그런데 선배가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냐’면서 ‘네가 죽기 직전까지 가는 모습을 내가 지켜봤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 천식 환자를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천식 환자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힘들더라고요. 죽기 직전까지 숨이 막히고 헐떡거리는 느낌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대본에 나온 ‘소름끼치는 현석의 거친 숨소리’를 어떻게 표현할지 도저히 감이 안 오더라고요. 촬영 전날까지 고민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고양이 털 알레르기를 앓은 적이 있었어요. 새끼 고양이를 만진 날 밤에 눈이 퉁퉁 붓고 숨이 막히더라고요.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었죠. 현석이의 천식 연기는 그때의 기억을 카피한 거예요. 실제로 촬영하는 동안 숨을 안 쉬었어요. 내가 느꼈던 걸 다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으로요. 방송에는 생각보다 (고통이) 덜 드러난 것 같아 아쉬웠지만요”

▲ 다리에서 추락하는 장면도 쉽지 않았을 텐데요?

“와이어 액션이 힘들어요. 그런데 그날 정경호 선배는 4일 밤을 새우고 오셨거든요. 힘들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죠. 실제로 경호 선배는 추격신을 촬영하고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으셨었어요. 그런데도 촬영하면서 ‘너 총 안 맞아봤지?’라면서 총 맞는 연기도 알려주시고… PD님도 ‘우리 배우들이 다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서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장면은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 촬영하셨어요. 이렇게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잘 죽을 수 있게 환경을 잘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웃음)”

▲ 아역 출신의 고아성과 다시 만난 기분은 어땠습니까?

“아역 활동할 때 친했어요. 같은 작품에도 출연했었고요. 부모님끼리도 안면이 있어서 함께 공연을 보러 간 적도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오랜만에 다시 보니까 어색하더라고요. 어릴 때는 친구처럼 지냈는데 이제는 어엿한 성인 연기자가 된 거잖아요. 쉬는 시간에도 예전에는 그냥 수다를 떨었던 데 비해 연기에 대한 의견을 나누게 됐죠. 아성이를 보면서 ‘멋진 배우가 됐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나도 남들이 봤을 때 ‘멋진 배우’라고 느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자극도 받았고요”

▲ 약 4년의 공백, 이유가 있나요?

“군대 가기 전에 1년 쉬었고 군 복무로 2년이 지났어요. 전역하고 또 1년을 쉬었고요. 일단 군대에 가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배우로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낄 만큼 생각이 많은 시기였거든요. 나이는 들어가는데 계속 학생 역할만 하게 돼서요. KBS ‘학교 2013’의 오정호 이미지가 너무 셌던 거죠. 내 캐릭터에 한계가 생긴 느낌이었어요. 한편으로는 내가 1996년에 데뷔해서 ‘학교 2013’에 출연하기까지 1년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더라고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1년을 놀고 군대에 갔어요. 군대에 가서는 새로운 경험을 했어요. 이전까지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배우의 연기나 캐릭터를 분석했는데 군대에서는 그냥 박수치면서 봤어요. 특히 KBS ‘태양의 후예’요(웃음). 그때부터 전역하고도 배우를 계속 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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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온 마스'에 앞서 약 4년의 공백을 가진 곽정욱(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 고민의 답을 찾았나요?

“신중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역한 후 소속사에 말했어요. 어떤 작품에 출연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배우로서 마지막 선택의 시기인 것 같다고요. 이후 1년 정도 시간을 가지면서 공부도 하고 고민을 거듭했어요. 나는 어떤 배우이고 연기를 왜 하는지에 대해서요. 그런데 쉬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자꾸 부정적인 생각만 드는 거예요. 이전 출연작을 보면 ‘어떻게 이런 연기로 배우를 했을까’ 싶어지고. 휴식을 멈추고 마지막으로 나를 시험해보고자 했어요. 더 이상 할 수 없겠다 할 만큼 준비해서 모든 걸 걸어보자는 마음으로요. 만일 그랬는데도 스스로 가능성이 보이지 않거나 연기에 재미가 느껴지지 않으면 다른 직업을 찾자고 생각했죠”

▲ 최후의 마음가짐으로 뛰어든 작품이 ‘라이프 온 마스’군요

“맞아요. ‘라이프 온 마스’로 나에게 한 번의 기회가 더 생겼어요. 여태 출연작 통틀어 가장 두려웠던 작품이기도 하고요. 수능 시험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아무리 열심히 준비했어도 시험 당일에 외부 요인으로 여러 변수가 생기잖아요. ‘라이프 온 마스’도 사활을 걸고 준비했는데 그만큼 해낼 수 있을지 걱정됐죠. 다행히 내가 작품에 가진 애정만큼 시청자들도 좋아해주신 것 같아 뿌듯합니다”

▲ 연기에 대한 고민은 누구와 나눕니까?

“‘학교 2013’ 배우들과 자주 만나요. ‘라이프 온 마스’에 합류하기 3주 전에도 ‘학교 2013’의 이현주 작가님과 장나라 선배, 전수진·박세영 누나, 김영춘 형을 만났어요. 밥 먹고 카페에 갔는데 밤 10시에 만나서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이야기를 했어요(웃음). 자존심이 세서 내 이야기를 잘 안하는 편인데 그날은 작가님 앞에서 모든 걸 털어놓게 됐어요. 막 울면서요. 내가 가진 것에 비해 오정호라는 캐릭터가 너무 잘 비쳐져서 고민이 많다고요. 배우로서 나의 가치는 물론, 진로도 어떻게 정해야할지 모르겠다니까 작가님이 ‘하고 싶은 걸 편안하게 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하신 말씀이 되게 와 닿았어요. 작가님도 ‘학교 2013’이 잘되고 나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작품을 쓴 적 있는데 반응이 안 좋으니까 속상하셨대요.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거죠. 나에게도 ‘부담 갖지 말고 다음 작품에선 하고 싶은 대로 해 보라’고 조언해주신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 시청자들은 ‘곽정욱의 얼굴에 선과 악이 공존한다’고 말합니다

“현석이 딱 그런 캐릭터였어요. 밝은 모습과 어두운 모습을 동시에 보여줘야 했죠. 캐릭터를 분석할 때 연기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현석이가 다 네 안에 있다’고요. 연기하다 보면 평소의 밝은 모습과 또 다른 어두운 면도 나온다는 거죠. 실제로 ‘라이프 온 마스’를 촬영하면서 내가 그동안 착한 척을 잘하고 있었구나 느꼈어요(웃음)”

▲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는 캐릭터라 스스로 납득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당연히 나쁜 캐릭터지만 연기하는 나는 합리화해야 했죠. ‘나는 너무 착한 사람인데 세상이 내게 나빴어. 나는 나쁘게 당한 만큼 세상에 돌려주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이 사람을 죽이는 건 당연해’ 그런데 이 생각을 반복하다 보니까 무서운 순간도 오더라고요. 사람을 때려 죽이고나서 ‘그래, 그럴 만했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을 때요. 너무 몰입한 거죠”

▲ 몰입한 상태에서 빠져나오는 데는 얼마나 걸리나요?

“생각보다 머리가 안 좋아서요(웃음) 순간 집중력이 좋은 편이에요. 한번은 촬영하다가 매니저 형이랑 밥을 먹으러 갔어요. 얼굴에 피 분장을 했는데 그게 지워도 빨갛게 남거든요. 그 차림으로 식당에서 ‘지금까지 몇 명 죽였죠? 이제 몇 명 더 죽이면 되겠네’라고 하니까 주위 시민들이 놀라더라고요(웃음). 촬영할 때는 이렇게 확 집중했다가 끝나면 ‘그게 뭐였지?’ 해요. 배우로서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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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온 마스' 속 곽정욱(사진=드라마 스틸컷)



▲ 공백기 동안 연출도 했죠?

“블랙콜TV라고 대학교 동기들과 만든 웹채널이 있어요. 한 명은 영화 제작자가, 또 다른 한 명은 촬영 감독이 꿈이에요. 나는 연출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요. 대학 때도 셋이서 단편이나 장편 영화들을 만들었죠. 그런데 단편 영화는 지출한 만큼 회수가 안 되잖아요(웃음) 그래서 우리 이왕 돈 때려박는 거 재미있게 해보자 해서 전역하자마자 블랙콜TV를 개설했어요. 그때쯤 인터넷 개인 방송이나 웹 콘텐츠들이 점점 인기를 얻기 시작했거든요. 일단 우리가 노는 걸 찍어보자 해서 후배들 데리고 리얼리티를 만들었죠. 웹드라마도 만들어보고요. 촬영부터 편집까지 우리가 직접 했습니다”

▲ 연출에 관심을 둔 계기는 무엇입니까?

“촬영할 때 PD님이나 감독님 말을 못 알아들을 때가 있거든요. ‘무지개빛처럼 해봐’ ‘촛불인 듯해봐’ 이렇게 지시하시는 PD님들이 있어요(웃음). 이해가 안 되잖아요. 내가 연출을 배우면 그 뜻을 캐치할 수 있겠다 싶었죠. 연기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시작했어요. 그런데 친구들과 이것저것 만들어 올려보니 연출 자체도 재밌더라고요”

▲ 가장 기억에 남는 연출작이 있다면요?

“제일 재미있었던 건 대학교 2학년 때 만든 단편영화요. 그때 첫 사랑에 실패하고 처음 울어봤는데(웃음). 그걸 본 동기가 ‘연출가들은 자기 경험으로 극을 만든다’고 했어요. 그래서 나도 3분짜리 영화를 만들었죠. 지금 보면 좀 오그라들지만 당시 1년 동안의 내 감정이 모두 들어간 영화가 나왔어요. 배우는 아무래도 대본에 나온 감정에 내 경험을 결합해서 전달하잖아요. 반면 연출가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히 담을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 첫 사랑 실패담을 그린 영화에는 직접 출연했나요?

“아니요. 배우를 따로 섭외했는데 그때 느꼈어요. 내가 ‘좀 더 파랗게 해봐’ 이런 말들을 하더라고요(웃음). 한편으로 내가 생각한 감정은 이 정도였는데 배우가 그 이상을 표현해서 더 풍성해지는 경우도 있었어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연출작을 감상할 수 있는 경로가 있을까요?

“예전에 유튜브에 올렸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너무 쓰레기 같아서…(웃음) 일단 다 내린 상태예요. 나중에 상영회를 열면 좋을 것 같아 혼자 모아두는 중입니다”

연출가로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착하거나 바르게 사는 사람이 피해를 보는 세상이 됐잖아요. 그들이 인정받고 행복해지는, 이제는 판타지가 되어버린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전하고 싶습니다”

▲ 데뷔 23년 차, 그간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어떤 느낌인가요?

“예전에는 너무 창피하고 오그라들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웃고 넘겨요. 출연한 작품들을 쭉 보면 인생의 파노라마를 보는 기분도 들고요. 여섯 살 때 내 모습은 귀엽더라고요. 그때가 내 전성기인 것 같아요(웃음). 어떻게 이렇게 자랐지?”

▲ 그 중 인생작품을 셋 꼽아본다면요?

“다 너무나 사랑하는데… 일단 ‘학교 2013’은 너무 잘 된 작품이라 이건 아예 따로 빼놓고요(웃음). 가장 신경을 많이 쓴 작품은 KBS ‘드라마 스페셜-사춘기 메들리’(2013)예요. PD님을 졸라서 출연했거든요. 그때쯤 PD님을 우연히 만나서 ‘사춘기 메들리’ 얘기를 듣게 됐어요. 이런 내용의 극에 순둥순둥한 역할이 잘 안 구해진다고요. 대본이 정말 너무 좋은 거예요. 마침 ‘학교 2013’이 끝나고 밝은 역할을 해보고 싶었더 터라 내가 살 찌워서 오겠다고 약속해서 출연하게 됐죠. 부담감이 큰 시기였어요. 여러 의미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머리카락도 바가지 모양으로 자르고 순진한 이미지를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 박정민 형과 함께 연기했는데, 정말 너무 잘하더라고요. 덕분에 내가 가진 것 이상의 에너지가 나왔죠. ‘사춘기 메들리’가 곧 내 청춘의 시기를 담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라이프 온 마스’요. 앞서 말했듯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본 작품이에요.

마지막은 앞으로 출연할 또 다른 작품이 대중의 기억에 남기를 바랍니다. ‘학교 2013’부터 ‘라이프 온 마스’까지 악역의 정석을 보여준 것 같아서요. 이제는 좀 편안한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연애도 하고 싶고요(웃음) 로맨스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그때도 내 모든 걸 쏟아부을 예정이에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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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욱은 "로맨스에 도전하고 싶다"고 희망했다(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 좋아하는 로맨스 드라마와 함께 연기하고 싶은 상대 배우를 꼽자면요?

“KBS ‘쌈, 마이웨이’(2017)나 영화 ‘연애의 온도’(2013) 같은 현실적인 로맨스를 좋아해요. 함께하고픈 배우는… 어렵네요(웃음). 아이돌이나 모델처럼 연기를 전공하지 않은 분들이 배우를 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잖아요. ‘라이프 온 마스’도 재경 씨가 걸그룹 레인보우 출신이셨고요. 그들이 갖고 있는 순수함이 있어요. 연기를 분석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순수하게 표현하는 거요. 오히려 배우보다 더 자연스러울 때가 있죠”

▲ 군 복무하면서 걸그룹 좋아했죠?(웃음)

“하하. 그럼요. 모든 걸그룹을 좋아했어요. 그 중에서 에이핑크 남주, AOA 민아랑 친하거든요. 두 사람이 복무하는 동안 큰 힘이 되어줬어요. 영상 편지도 보내주고요. 덕분에 이등병 생활이 편했습니다(웃음). 평생 밥 사줘야 할 은인들이에요”

▲ 어느덧 20대 후반입니다

“스무살 때부터 ‘빨리 서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서른이면 군대도 다녀오고 그동안 쌓인 경험들로 더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거든요.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내일 모레이긴 하지만(웃음) 빨리 서른이 됐음 좋겠어요. 배우로서의 인생은 서른부터 새로운 시작일 거 같아요. 기대됩니다”

▲ 10년 후, 서른을 마무리할 때쯤엔 어떤 모습일까요?

“시청자들이 날 보고 ‘저 배우 어디서 봤는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곽정욱이 아니라 ‘라이프 온 마스’의 김현석, ‘학교 2013’의 오정호처럼 캐릭터로 남고 싶어요. ‘곽정욱이 연기하는 누구’가 아니라 마치 캐릭터 자체를 어디서 데려다 놓은 것처럼 연기하고 싶습니다”

▲ 차기작 계획은요?

“‘라이프 온 마스’를 하면서 새삼 느꼈는데 장르물이 촬영은 힘들지만 재밌어요. 나는 답을 아는데 주위에서 물어볼 때 느껴지는 매력과 뿌듯함도 있고요(웃음) 밝은 장르, 로맨스에 대한 바람도 있습니다. 어떤 작품이 됐든 이제는 오래 안 쉴 거예요. 최대한 빠르게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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