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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윤기타 “방탄소년단과 작업, 많은 걸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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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노래의 구성 요소에는 크게 멜로디와 가사, 두 가지가 있다. 결코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표현 방식에 있어서는 서로 다른 모습을 취한다. 그 중에서도 이야기를 보다 직접적으로 담아내는 것은 가사다.

작사는 장르와 테크닉과 관계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솔직한 방법 중 하나다. 동시에 선택적으로 다가오는 요소다. 멜로디는 한 번에 귓속에 박히는 반면, 가사는 노래의 음을 따라 흥얼거리다가 갑자기 귀에 들어올 수도 있고 처음부터 가사를 꼼꼼히 살필 수도 있다. 이야기를 덧입히는 문장 하나, 표현 하나가 마음 깊숙이 내리 꽂히기도 한다.

가수 윤기타는 싱어송라이터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전달한다. 섬세한 한 편의 시 같은 가사들은 윤기타의 성향이나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솔로가수로서나, 몸담고 있는 듀오 숨의숲을 통해서나 마찬가지다. 더 나아가 자신의 곡과 범주가 다른 아이돌의 노래여도 가사를 통해 진심을 전달한다. 이것이 바로 노래의 글자들이 지닌, 그리고 윤기타가 발휘하는 마법이다.

▲ 최근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전 ‘Tear’(LOVE YOURSELF 轉 'Tear')의 수록곡 ‘러브 메이즈(Love maze)’의 작사에 참여했죠. 윤기타의 노래와는 전혀 다른 장르로 보이는데 어땠나요

“방탄소년단 새 앨범 작업에 참여한 건 신기한 일이에요. 다른 사람의 곡을 작사한다는 것 자체도 그렇고 작사가로 활동하면서 의뢰를 받은 게 아니니까요. 나의 노래와 장르가 완전히 다르지만 비슷한 감성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가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방탄소년단의 가사는 은유적이잖아요. 그런 점으로 인해 나에게도 작사 의뢰가 들어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 장르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어도 진지한 고찰로부터 얻어낸 섬세한 가사를 담아낸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거네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 방탄소년단과 관련해서도 많이 살펴봤나요

“어느 팀이나 세계관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방탄소년단에 대한 것들을 많이 찾아봤어요. 청춘을 대변하는 노래임은 분명하지만, 이 하나의 트랙을 앨범 전체의 주제로도 묶는 팀이기 때문에 ‘러브 유어 셀프’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요. 그 과정에서 팬들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봤어요. 트위터를 살피기도 하고 팬들이 좋아하는 방탄소년단의 가사를 검색해보기도 했어요. 그런 것들을 보며 팬들은 ‘이런 감성을, 이런 표현을 좋아하는구나’ 느꼈죠. 그런 비슷한 감성을 내려고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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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각 팀의 개성과 노래 스타일 등에 따라 표현의 방법은 무한대로 바뀔 수 있으니까요. 기존 해오던 작업방식 비교했을 땐 어떤가요

“영어를 섞어가며 라임을 맞추는 게 익숙하지 않았어요. 원래 가사에 영어를 잘 쓰지 않는 편이거든요.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도 유명한 팀이기 때문에 이 내용에 어떤 영어를, 어떻게 의미에 맞춰 넣어야 하나 고민이 됐죠. 또 원래는 가사를 쓴 다음에 작곡을 하는 스타일이에요. 백지 상태에서 가사를 10개 정도 써놓고 숨의숲 다른 멤버에게 넘기면 그걸 골라 멜로디를 붙이는 식이죠. 그런데 이번 작업에서는 작곡이 된 상태에서 가이드를 듣고 가사를 써야했어요. 그렇게 새로운 방식으로 가사를 써 내려가며 ‘가사를 쓰고 작곡을 하면 음절이나 분위기 등을 맞추느라 틀에 갇힐 수도 있구나’를 느꼈어요”

▲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시선을 트는 법’을 배운 거네요. 결과물을 듣고 나니 어땠어요? 아쉬운 점도 보일 것 같아요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랩 파트에 집착했다는 거?(웃음) 방탄소년단 분들은 랩 파트를 직접 쓰잖아요. 그런데 가사를 줄 때 랩 파트만 텅 빈 채로 줄 수 없으니 채워 넣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후렴구와 코러스 부분에 더 신경을 쓸 걸 그랬어요. 하하. 물론 내 가사의 모든 부분이 실릴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어요. 한 줄이라도, 한 글자라도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 그 이후에 윤기타의 곡도 나왔어요. ‘숨의숲’으로서요. ‘이러면 어떨까’는 2015년 12월 ‘굿나잇, 어 리틀 스타(Good Night, A Little Star)’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내는 신곡이네요. 참 오랜만인데 신곡이 늦어진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지금의 소속사에 들어간 지 2년 정도 됐어요. 신곡 ‘이러면 어떨까’는 그 뒤 처음으로 내는 곡이에요. 어떤 계기가 있어서 일부러 늦게 나온 건 아니에요. 다만 우리끼리 작업을 할 당시에는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없으니 곡을 만드는 대로 바로바로 발표했는데, 회사에 들어가고 나니 더 많은 사람을 알게 되고 피드백을 얻고, 좋은 환경을 만나게 되면서 욕심이 생기는 거예요. 사실 인디가수들이 소속사에 들어가는 건 한계를 느껴서거든요. 콘셉트나 노래에 대해 외부의 터치가 전혀 없으니 전적으로 우리들만의 판단으로 결정해야 하니까요. 지금은 콘셉트에 대해서는 전혀 터치가 없으면서도 뒷받침을 해주니 오히려 노래의 퀄리티가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녹음도 회사 들어와서 처음으로 녹음실에서 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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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가 더 좋아지도록 다듬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거네요. ‘이러면 어떨까’는 어떤 내용인가요

“그간 꿈에 대한 테마를 많이 썼어요. 꿈을 꾸면 일기를 쓰듯 기록해놓는 편이거든요. 그렇게 꿈으로 경험한 것을 은유적인, 메타포적인 표현으로 쓰는 걸 좋아해요. 또 대부분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식상한 주제인 만큼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신곡 ‘이러면 어떨까’도 꿈과 관련된 신선한 이야기를 담고자 했어요. 내 꿈에 상대방이 나왔다면, ‘그 사람의 꿈에도 내가 나왔을 수도 있겠다’고 혼자 상상을 하는 내용이에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꿈을 간직하는 거죠”

▲ 꿈을 다뤄서 그런지 숨의숲의 노래들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느낌이에요. 선명하고 쨍한 이미지가 아니라, 팀 이름처럼 울창한 숲 속 뿌연 숨결이 닿는 듯 어렴풋한 인상을 주거든요. 이번 곡도 마찬가지로 잔잔한 멜로디에 흐릿한, 그러나 청아한 안개가 드리워져 있는 듯해요

“나무가 아니라 숲이잖아요. 멀리서 바라보는 나무들의 모습인 거죠. 북유럽의 자작나무 숲 같은 이미지인 것 같다고도 생각해요. 저희가 하고 싶었던 게 코드 변화를 많이 주는 게 아니라, 반복을 통해 겹겹이 쌓이는 거였거든요. 마치 같은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것처럼요. 장황하게 내용을 풀어내기보다 가사가 반복되고 악기가 빌드 업되면서 감정이 누적됐으면 했어요. 멀리서 보면 알 수 없는 무수한 감정들이 한데 모인 것처럼요”

▲ 이번 곡에서도 ‘이러면 어떨까’라는 가사가 반복돼요. 여러 번 나올수록 감정들이 쌓여서 같은 문장이지만 다른 깊이를 주는 듯 한데요. 그래서 일까요? 숨의숲의 노래는 다른 일을 하면서나 생각을 할 때 틀어놓으면 참 좋은 것 같아요

“저희 노래를 들으며 사색하기를 좋아하는 분들도 게시더라고요. 나도 노래를 들을 때 노래에만 집중해야 한다고는 생각 안 해요. 일상을 살아가면서 듣는 게 노래잖아요. 그러다가 가사가 귀에 들어올 때도, 그러다가 생각에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거고요. 맨 처음에 음악을 할 때도 팬이 생긴다는 걸 생각하지 않았어요. 팬이 된다는 건 단순히 음악만 듣는 게 아니라 앨범을 사고 공연을 가고 더 큰 노력이 필요한 거잖아요. 나는 그저 플레이리스트에 내 노래가 있었으면,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들었으면 했어요. 그래서인지 사실 팬들이 공연을 많이 바라긴 하더라고요. (웃음) 올해는 신곡도 두 곡 정도 내고, 공연도 하려고 해요. 그러면서도 올해 몇 번 활동 했는지 보다 이 계절에 어떤 감성의 곡을 냈는지도 중요한 것 같아서 앞으로도 그런 관점으로 신경 쓰려고 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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