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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루비 스팍스' 사랑은 조종할 수 없기에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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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루비 스팍스' 스틸컷 (사진=팝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동민 기자] 누구에게나 연애관계란 일생일대의 어려운 숙제와도 같다.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만났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반했던 상대의 매력은 어느 순간 꼴도 보기 싫은 단점이 되기도 하고, 그토록 바라왔던 관심이 어떤 때는 귀찮은 간섭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리 사랑스러운 연인과 만난다 해도 그 또는 그녀가 결코 우리 각자의 입맛에 따라 움직여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약 내가 원하는 대로 나를 대해주는 연인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바로 여기 그런 꿈을 이뤄낸 한 남자가 있다. 영화 ‘루비 스팍스’의 주인공인 천재 작가 캘빈(폴 나도) 얘기다.

스타 작가이면서도 여자에 대해서만큼은 빵점인 캘빈은 언제부터인가 밤마다 꿈 속에서 베일에 싸인 여자를 만난다. 새 작품을 구상하던 캘빈은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게 되고, 이 와중에 돌연 놀라운 일을 마주한다. 상상 속의 그녀 ‘루비’가 마법처럼 여자친구가 되어 나타나 자신의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된 것. 캘빈은 자신이 쓴 글대로 행동하고 말하는 루비와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고, 가족과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 그녀와 만남을 이어가는 와중에 이런저런 난관에 부딪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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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루비 스팍스' 스틸컷 (사진=팝엔터테인먼트)


판타지와 로맨스를 접목한 ‘루비 스팍스’는 미스터리의 여성 ‘루비’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그를 대하는 캘빈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루비의 존재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이나 논리는 제쳐두고, 대신 그런 루비를 거울삼아 캘빈이 지닌 욕망과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짚어낸다. 그때그때 마음에 들지 않는 루비의 성향을 바꾸는 캘빈이 순전히 자신의 기준에 따라 그를 조종하는 전개를 통해서다. 하지만 캘빈의 ‘셋팅’에도 불구하고 그가 원하는 ‘최고의 루비’는 좀처럼 실현되지 않는다. 외향적이고 밝은 루비는 혼자 있기 싫은 캘빈에 의해 애정 결핍으로 집착에 빠진 루비가 되고, 그 다음에는 되레 캘빈의 질투를 유발하는 제멋대로인 루비가 되는 식이다.

캘빈의 상상 속 루비는 가짜지만, 이를 통해 만들어진 루비는 영화에서 엄연한 현실로 존재한다. 마치 어떤 이야기가 쓰여지는 순간부터 그 이야기는 더 이상 작가만의 것이 아니듯 말이다. 영화는 캘빈과 루비의 관계를 통해 ‘영감’과 ‘작품’, 그리고 ‘연애 판타지’와 실제 연인 간의 구도를 서사 속에 절묘하게 녹여낸다. 여기에는 자기중심적인 태도로 상대를 대할 수밖에 없는 연애 관계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비 스팍스’는 상대방의 입장과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사랑의 필수조건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연인 간의 이해가 끝내 불가능할지언정 이를 위한 노력만큼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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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루비 스팍스' 스틸컷 (사진=팝엔터테인먼트)



‘루비 스팍스’라는 제목대로, 영화 속 가장 큰 매력 요소는 다름아닌 루비다. 창조주 캘빈의 ‘갑질’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캐릭터로 변하는 그의 모습은 정말이지 통통 튄다. 갑자기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가 하면 조증 환자처럼 종일 웃어대고, 눈물 범벅으로 캘빈에게 매달려 지내는 등 장면 장면마다 극단적 캐릭터를 표현하는 배우 조 카잔의 연기는 더없이 사랑스럽고 유쾌하다. 이는 실제 연인인 폴 다노와 조 카잔의 호흡 덕분으로도 비친다. 죽고 못 살 정도로 사랑하면서도 종종 크고 작은 문제로 다투는 세상 모든 연인들에게, 두 주인공은 영화를 통해 이렇게 말하는 건지도 모른다. “사랑은 조종할 수 없기에 소중하다”라고. 10일 개봉.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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