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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정동화, 이토록 젠틀한 배우는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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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정동화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잘생겼다. 시원시원한 호감형이다. 무대 위에선 안정적인 가창력과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다. 그러다가도 꿀 떨어지는 목소리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뮤지컬배우 정동화에 대한 수식은 결코 일률적이지 않다. 무엇보다도 인간미가 넘친다. 그는 명실공히 좋은 배우의 표본이다.

■ 뮤지컬 ‘존 도우’의 매력

뮤지컬 ‘존 도우’는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영화 ‘존 도우를 찾아서’를 원작으로 한다. 연기, 음악, 춤 3박자가 잘 어우러진 웰메이드 작품에 정동화는 원 캐스트로 출연한다.

“‘존 도우’란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제작사에 대한 신뢰도가 컸기 때문이에요. HJ컬쳐에서 제작하는 작품들은 항상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 전부 참여하고 싶었죠. 처음 ‘라흐마니노프’를 통해 인연을 맺었는데, 감사하게도 이번에 주인공 존 도우 역할로 제안을 받았어요. 대본도 나오지 않은 상태였는데 작품이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 바로 하겠다고 했죠”

그의 말마따나 HJ컬쳐는 실존인물이나 원작을 새롭게 만든 창작품을 통해 따뜻한 울림을 전달한다. ‘존 도우’ 역시 마찬가지다. 재즈음악과 스윙댄스를 필두로 1930년대를 디테일하게 나타낸 무대를 통해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정직하게 풀어놓는다.

“프리뷰 공연을 일주일 넘게 했어요. 보통 프리뷰 공연 때도 작품이 크게 바뀌는 건 없죠. 그런데 이번 공연은 매일매일 수정됐어요. 물론 본 공연을 시작하고 나서도 여러 과정을 거치며 작품이 더 완성도 있게 나아지고 있죠. 덕분에 공연이 많이 발전돼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요. 더욱 많은 분들이 공연을 보러 와서 위로받고 힘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존 도우’는 어쩌면 소시민에 가까운 사람들이자, 평범한 나날을 살아가는 수많은 보통의 존재들에게 내일을 꿈꾸고 희망하게 만드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다.

“일단 작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어요. ‘존 도우’는 오늘날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신념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죠. 다만 회차가 많은 공연의 원 캐스트 도전이라 걱정은 됐어요. 체력적으로 부담되는 점도 있었지만, 작품을 이끄는 배우가 계속 나왔을 때 관객 분들이 식상해하거나 지루해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럼에도 많은 관객 분들이 보러 와주셔서 다행이고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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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정동화


■ 신뢰에 답하다

정동화가 연기한 윌러비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이다. 1934년 대공황 시절 뉴욕에 살던 인물이지만 오늘날 시민들의 삶과 완전히 일치하는 보통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

“윌러비의 삶 자체는 드라마틱한 구조를 가졌지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친근하고 평범한 인물이에요. 누구나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슬럼프를 겪잖아요. 어쩌면 본의 아니게 일을 관둬야 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과는 상관없는 다른 일에 연관되기도 하죠. 다만 그 안에서 긍정적인 새로운 면을 깨달을 때 다시금 일어서는 힘을 낼 수 있잖아요. 윌러비의 인간적인 면을 찾아보고 싶었죠”

그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우직한 윌러비를 그려보고 싶었다. 누군가 결함이 있더라도 그걸 극복하고 발전하는 모습이 좋고, 완벽했다가 무너져도 장애를 딛고 일어서는 캐릭터가 좋다는 이유에서다.

“어떤 배역을 연기하든 항상 이미지를 그려봐요. 완벽하진 않더라도 특징적인 면을 찾아나가는 거죠. ‘라흐마니노프’를 할 땐 배우 휴 그랜트를 떠올리며 캐릭터를 만들어나갔어요. ‘존 도우’에선 제임스 맥어보이란 배우를 통해 이미지를 그렸죠. 작중 인물이 평소엔 순진하다가도 윌러비처럼 외부자극에 의해 변하는 캐릭터거든요”

그는 윌러비를 그리며 닮아있는 지점을 찾는다. 연기란 게 자기 안에 있는 걸 최대한 작품에 끌어와 맞추다보니 비슷한 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중학생 시절부터 무대에 서고 싶었어요. 과거 마이클잭슨 내한공연 당시 부모님과 TV를 보며 ‘나도 저런 걸 하고 싶다’고 얘기했었죠. 그러고 중학교에 진학했는데 춤을 추는 친구를 만났어요. 그 친구를 통해 춤을 먼저 접하면서 무대에 서고 싶었죠. 노래나 연기는 잘 몰랐지만 뭐라도 하고 싶었어요. 고등학생 땐 입시학원에서 연기선생님을 만나게 돼 기본적인 연기도 많이 배웠죠. 어쩌다 운까지 좋아 데뷔도 빨리 하게 됐어요. 아마 한 가지만 바라보고 진득하게 달려온 점이 윌러비의 성실함과 닮아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는 성실한 배우로 소문이 자자하다. 자신을 믿고 바라보는 관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더욱 진지한 맘으로 무대에 오른다.

“관객 분들의 기대에 반하고 싶지 않아서 굉장히 노력했어요.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에 계속 뭔가를 배우러 다니기도 하고, 아프지 않으려고 체력적인 부분도 잘 지키곤 하죠. 내가 나를 가장 잘 알기에 잘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분명히 알아요. 다만 잘할 수 없는 걸 잘할 수 있게끔 노력하는 거죠. 지금도 부족한 걸 채우기 위해 늘 고군분투해요. ‘존 도우’는 큰 도전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관객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고자 성실하게 임하죠. 언제나 관객과의 약속을 잘 이행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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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정동화


■ “배우 이전에 멋진 사람이고 싶다”

“관객 분들 덕분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에 감사해요. 운이 좋게도 바닥인생은 아닌 셈이죠. 다만 작품을 통해 애환이 깃든 삶을 엿보는 건 가능했어요. 인물을 통해 ‘이런 삶은 얼마나 힘들까’를 깨닫는 거죠. 세상엔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 더 많잖아요. 그런 삶을 바라볼 때 하루하루 더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맘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 간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누구나 온전하게 평등해지기 위해선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가 필수잖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때 자기 일에 행복감을 갖고 임할 수 있죠. 그렇기에 항상 힘이 되는 말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힘이 되는 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마찬가지로 ‘존 도우’에 대해서도 관객들로부터 기운을 북돋는 말을 듣길 원한다.

“‘존 도우’ 다음 시즌 공연이 올라가면 많은 관객 분들이 ‘또 해서 너무 좋다’는 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기대감을 갖고 기다려주는 마음이 많아지면 좋잖아요. 그러려면 초연을 잘 해내는 것이 숙제죠”

물론 아직까진 공연 중반부라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는 이번 시즌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기운을 전달하고 스스로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됐으면 한다.

“배우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말들이 아닐까 해요. ‘이 역할은 당신이 해야 해’ 이런 말을 들으면 배우 입장에선 세상 행복하죠. 나를 움직이는 말들이에요. 정말 감사한 건 그런 말들을 무대를 통해 다시 돌려줄 수 있게 돼 좋은 거죠. 관객 분들의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고 결과물을 만드는 게 기뻐요. 과분한 수식을 듣는 것도 좋지만 오랫동안 이런 신뢰로 기억되는 게 목표에요”

그는 믿음직스러운 배우가 분명하다. 바쁜 스케줄은 그에 대한 신뢰감을 방증한다. 그는 영화를 함께 준비하는 중에도 무대를 1순위로 놓은 건 변함없다.

“영화 ‘코코’ 더빙 이후 우연히 추천을 받아 영화를 준비하게 됐어요. 천재음악가를 다룬 실존 인물의 이야기인데 운이 좋게 주연으로 발탁됐죠. 출연을 위해 바이올린과 피아노 등 음악수업도 받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내가 이걸 한다는 게 실감이 안 났죠. 단지 나를 더 알릴 기회가 있다면 두말할 것 없이 뭐든 도전해보려 해요. 물론 무대가 1번이죠. 오랫동안 무대에 서는 게 꿈이에요”

그에게 뮤지컬은 산소다. 산소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을 지배하듯 그와 뮤지컬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결핍이 일어나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다. 그에게 무대란 없어선 안 되는 필수적인 것이다.

“거창하진 않지만 늘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배우 이전에 멋진 사람이고 싶죠. 배우라는 건 하나의 직업이잖아요. 개인으로선 삶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좀 더 갖춘 사람이 먼저 되고 싶죠. 요즘 안 좋은 사건들이 정말 많은데 이런 세상에서도 정도의 길을 걷고 싶어요. 깨끗하게 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을 꿈꾸죠. 그렇게 살아가고자 노력할 거예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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