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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상상력 속에서 현실을 보다…‘염력’의 진짜 초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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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만약에’라는 가정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사회 시스템, 힘에 밀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지옥같은 현실을 벗어나고자 무모한 상상력을 하곤 한다. ‘염력’은 그 가정, 상상력을 실현시켜 보여준다. 그리고 현실을 환기시킨다. 이것이 ‘염력’의 초능력이다.

평범한 은행 경비원인 석헌(류승룡)이 우연히 초능력을 가지게 되고 10년 전 헤어진 딸 루미(심은경)와 재회하게 되면서 ‘염력’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청년사장인 루미는 재개발로 가게를 잃을 위기에 처하고 석헌은 자신의 초능력으로 세상에 맞선다.

초능력, 히어로라는 소재만 보면 마블, DC에서 보여줬던 멋있는 캐릭터들을 떠올릴 수도 모르겠으나 ‘염력’ 속 석현은 전형적인 소시민 아저씨다. 초능력을 쓰는 순간마저도 멋있지 않다. 하늘을 날 때도 이리저리 부딪치고 힘을 쓰면 얼굴 표정은 구겨진다. 하지만 정겹고 친근하다. 석헌이 초능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딸인 루미 때문이다. 부성애 코드를 접목시켜 한국형 히어로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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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의 전작 ‘부산행’은 포장은 좀비 이야기였지만 열차 안은 하나의 사회였다. 위기의 순간에서도 계층이 갈라지고 이기주의가 만연한 현실을 보여줬던 연상호 감독은 ‘염력’에서도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번엔 도시개발 갈등을 끌고 왔는데 영화 속 루미를 비롯한 철거민의 모습은 2009년 용산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청년사장 루미는 소시민이나 TV에 출연할 정도로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하지만 권력과 돈 앞에서 그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진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처음부터 이기도록 태어난 사람들’이라는 홍상무(정유미)의 말 그대로다. 힘이 없는 사람들이 거대 권력과 맞설 수 있는 방법은 초능력 뿐이라는 상황, 씁쓸한 현실이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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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초능력을 얻은 석헌 역의 류승룡은 ‘7번방의 선물’에 이어 또 한번 절절한 부성애를 보여준다. 강한 캐릭터를 도맡아 왔던 심은경은 현실에서 볼법한 청년으로 분해 류승룡과 부녀 케미를 발산한다. 박정민, 김민태, 태항호 등 조연들의 활약도 돋보이는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절대 갑인 홍상무를 연기한 정유미다. 짧지만 강렬하다. 여자 빌런(Villein)이라는 점도 매력 있지만 정유미 특유의 러블리함이 공포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석헌의 초능력을 구현해 낸 CG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석헌이 묘기를 부리는 소소한 장면들에선 풍부한 볼거리를 선사하나 CG가 몰아치는 후반부에선 몇몇 어색한 장면을 찾을 수 있다. ‘부산행’에 이어서 또 다시 부성애 코드를 가져온 것도 약점으로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개봉.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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