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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1987’ 김윤석이 말하는 '살아남은 사람'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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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개인적으로 2017년을 마감하고 2018년을 열어주는 작품이라 영광스러워요”

올해 10월 영화 ‘남한산성’으로 관객들과 만났던 배우 김윤석이 한 해를 마무리할 시점, ‘1987’로 다시 찾아왔다. 병자호란 당시 조선의 굴욕적 역사를 되짚은 ‘남한산성’과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부터 6월 민주화 항쟁까지 다룬 ‘1987’. 공통점이라면 두 작품 모두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다뤘다는 점이다.

“아픈 역사를 되짚는 것은 그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면 안 된다는 마음이에요. 나 혼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가져야 하는 책임감이죠.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이라는 소설도 있잖아요. 살아남은 사람들의 의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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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김윤석(사진=CJ엔터테인먼트)


‘1987’에서 김윤석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을 은폐하려는 대공수사처 박처장으로 등장한다. 지금껏 여럿 작품에서 악역을 해왔던 김윤석이지만 ‘1987’의 박처장은 실존 인물에 역대급 악역으로 불릴만한 캐릭터다.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임에도 애정을 갖기엔 힘든 역할이다. 김윤석은 실존 인물에 맞춰서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마우스피스까지 꼈고 평안도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하기 위해 연습을 거듭했다.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들 이 인물과 부딪쳐오기 때문에 맡은 배역에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는 사명감이 있었어요. 내가 그 인물은 아니니까요”

김윤석은 교도관 한병용 역의 유해진이 속옷만 입고 묶여있는 비주얼을 보는 자체만으로도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직접 고문하는 장면은 없어서 다행이었다고 고백하며 고문관 역할을 맡은 박희순을 비롯한 배우들의 마음을 관객들이 알아주길 바랐다.

“모든 사람이 고생을 했지만 어둠의 편이 존재하지 않으면 영화가 존재할 수 없거든요. 박희순이나 박처장 편의 배우들이 너무 마음고생을 많이 했고 다들 사명감을 가지고 했어요. 우현 씨는 그 당시 있었던 사람인데 흔쾌히 와서 그 역할을 해줬어요. 그런 분들의 마음을 헤아려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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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준환 감독은 울보? 촬영장에선 지독한 사람”

영화 ‘화이’를 통해 장준환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김윤석은 ‘1987’를 시나리오 초고 단계에서부터 만났다. 투자조차 쉽지 않았을 작품이었지만 김윤석은 ‘1987’에 일찌감치 출연 결정을 하며 힘을 실어줬다. 힘들게 완성된 작품이기에 장준환 감독은 언론시사회에서 눈물을 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촬영할 때 장준환 감독은 얼마나 지독한지….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물어지는 사람이에요. 피 한 방울 안 흘릴 것 같은 사람이에요(웃음) 아마 이번 영화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장준환 감독이지 않을까요. 조용조용한데 끈기와 무한한 에너지를 가졌어요. 본인은 안에서 다 썩었을 텐데 티 안내고 버텨주는 게 정말 거인이에요”

김윤석은 사건이 있었던 1987년 실제 대학생으로 그 시절을 경험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김윤석은 최루탄 냄새와 휴교령, 운동권 친구들을 도왔던 당시를 떠올렸다. 특히 고(故) 박종철 열사의 고등학교 후배였기 때문에 이번 영화에 대한 감정은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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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알고 있었지만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그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실감이 나진 않았어요. 죽도록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오고 이제 막걸리도 먹어보고 그런 걸 느낄 나이인데 생이 멈췄다는 것이 사실 40대가 넘어가니 더 슬프더라고요. 우리는 한 아이의 부모가 되기도 하는데 그 사람들은 나이가 든 사진이 없어요. 영화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해도 아무리 봐도 눈물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김윤석은 2017년을 마무리 하고 2018년을 열어주는 시점에서 ‘1987’이 개봉하게 된 것을 영광스럽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변해야 한다는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영화를 보며 울고 웃지만 내 연령대에겐 ‘우리가 잘 살아야겠다’는 이야기에요. 변화해야죠. 오랫동안 마음에 새기면서 해야 해요. 작심삼일 같은 다짐은 의미가 없죠. 어떻게 보면 내 과거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 같은 영화일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놓치고 가고 있는 걸 잡아가게 해주는 작품인 것 같아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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