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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레이더] 마음 속 피어오르는 따뜻한 아지랑이, 오존

저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토록 어렵게 느껴집니다. 막상 다가서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음악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낯선 가수였는데 그들에게 다가설수록 오히려 ‘알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죠. [B레이더]는 놓치기 아까운 이들과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갑니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금주의 가수는 오존(O3oh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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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사진=네이버 온스테이지 제공)



■ 100m 앞, 나만 알고 싶은 가수이기에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오존은 신세하의 밴드인 ‘신세하 앤 더 타운’의 기타리스트로 업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신세하는 오존과 초중고 동창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음악적 교류를 나누는 친구이자 동료다. 그러다가 2016년 첫 번째 미니앨범 ‘O’를 발표하고 솔로로 데뷔했다. 지난 2월에는 싱글 ‘칼트(kalt)’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현재도 신세하 앤 더 타운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오존은 이른바 “나만 알고 싶은 가수”로 통한다. 지난 6월 네이버 온스테이지에 소개됐을 때도 이제 알려질 일만 남았다며 기뻐하면서도 비밀을 들킨 듯 묘한 감정을 드러내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이 수식어는 이미 많은 이들이 오존의 미래를 점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뮤지션들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카더가든 정규 1집 앨범 수록곡 ‘비욘드(Beyond)’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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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존, 네이버뮤직 제공)



■ 70m 앞, 대표곡 ‘Down’
보통 가수의 대표곡은 데뷔곡 혹은 타이틀곡이 언급되기 마련인데 오존의 대표곡은 수록곡 ‘다운(Down)’으로 꼽았다. 오존은 이 곡에 대해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던 시기의 감정들을 담은 곡”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긴 상처에 머무르던 친구를 위해 조심스레 만든 곡이다.

그래서인지 ‘다운’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괜찮아’라며 어깨를 감싸 안아주는 듯하다. 오존은 너의 마음을 다 안다며 “네가 좀 쉬길 원한다”고, “난 네 닫힌 마음을 열겠다”고 토닥인다. 그렇지만 결코 재촉하지 않는다. 기분 좋게 스치는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스미는 오존의 감성을 꼭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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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존, 네이버뮤직 제공)



■ 40m 앞, 마음에 스미는 온기와 밝은 빛
팬들이 우스갯소리로 오존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얼굴은 비와이, 목소리는 오혁”이다. 오존을 모르는 이들이 직관적으로 그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말이다. 다만 한 아티스트를 누군가와 비교할 수는 없다. 오존의 음악은 비와이와도, 오혁과도 다르다. 오존은 존 메이어, 언니네 이발관, 토마스 쿡 등을 좋아하는 가수로 꼽으며 좋은 기억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추구하는 음악을 보면 그의 무드를 파악할 수 있다.

오존의 음악은 따뜻하고 포근하다. 그래서 분명 트렌디함에도 불구하고 한 철 휩쓸고 지나가는 유행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화려함 대신 마음 속 깊이 자리하는 차분한 감성이 기저에 깔려있다. 덕분에 언제든 꺼내 들을 수 있는 익숙함이 묻어난다. 그 역시 앨범소개를 통해 “우연히 맡은 향기가 지난 순간을 불러오듯, 귀에 익은 음악은 도입부만으로도 숨은 기억을 쏟아낸다”고 말했다.

희망적이고 밝은 온기를 담은 첫 번째 미니앨범 ‘O’와 달리, 멀어짐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칼트’에서 그의 스타일이 잘 드러난다. 오존은 멀어지길 원하고 싫어하는 누군가의 사이에서 비슷한 모습을 찾아냈다. 분명 어두운 내용인데 멜로디는 빛을 닮아있다. 어떤 감정이든 자신만의 감수성으로 승화해내는 오존의 앞으로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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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사진=네이버 온스테이지 제공)



■ 10m 앞, 진실한 마음은 아름답다
오존 스스로가 원했듯, 그의 음악은 특정 순간에서 오지 않는다. 음악과 함께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되고, 음악을 떠올림으로써 더 뜻 깊은 나날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그의 가사 역시 마찬가지다. 나 혹은 주변의 것들로부터 시작된 발상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 리스너의 마음에 스민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멜로디와 만나 단조로움과 평화로움 사이를 지킨다.

여행을 준비하는 친구를 위한 ‘어’에서는 친구가 여행을 통해 평화와 행복을 찾기를 바라는 진심이 느껴진다. “보통의 사람들 보통의 일상/그 달력을 넘기며 알게 되길”이라는 가사는 순간의 특별함보다 일상의 평안을 추구하는 오존의 생각이 잘 드러난다. “저문 날들이 쉬어가게/다친 마음을 내려둬...멍든 날들이 지나갈 땐/편한 웃음을 지어줘” 등은 오존이 건네는 위로다.

이별을 노래하는 가사도 아름답다. “손을 뻗으며 흩어지는/노을을 바라보다/저문 만큼 멀어지는/그림자를 감추려 애써”(her) “넌 아무렇게나 숨겨 낯선 얼굴들을 하나씩/아프게 던져놔 낯선 자국들을 하나씩/넌 그렇게 지워지지도 않을 거야/넌 그렇게 지워지지도 않을 거야/내가 그린대로/널 그렇게 기억하지도 않을 거야/네가 그린대로”(untitled01) 등이 그렇다.

■ 드디어 오존, 추천곡 ‘어’
‘어’: 여행을 준비하는 친구를 위한 곡이다. 제목은 ‘어’라고 입을 떼는 모양에서 가져왔다. 첫 번째 미니앨범의 1번 트랙이다. ‘시작’의 일관성을 맞춘 부분에서 디테일을 엿볼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와 닫으면서 노래를 시작하는 듯한 노이즈(라 읽고 의도된 효과음)가 담긴 도입부 역시 ‘시작’이라는 단어를 눈앞에 그린다. 오존 특유의 깔끔한 멜로디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이후 몇 가지 음의 기타 소리와 오존의 목소리만이 흘러나오는 백지 같은 노래는 오존 특유의 깔끔함을 잘 표현한 2분14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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