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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수상한 가수’ 닭발 최정환 “우울증에 시달렸던 가수 생활, 내려놓으니 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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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라망스튜디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스타가 무대 뒤 숨은 실력자의 복제 가수로 빙의해 치열한 대결을 펼치는 tvN ‘수상한 가수’.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무대 뒤 스타가 있다. 소름 돋는 가창력으로 4연승을 거두며 관객은 물론 판정단까지 충격으로 빠뜨린 ‘닭발’. 바로 엠투엠 최정환이다.

‘수상한 가수’를 포털 검색하면 첫 연관 검색어에 ‘닭발’이 있다. 4연승을 거두며 장기간 출연한 덕도 있겠지만 해당 프로그램 출연 내내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참가자기도 했다. 그는 “4연승까지 생각도 안했다. 그냥 출연에만 의미를 뒀다. 생각보다 일이 커진 거다. 사람이 하다보니까 욕심이 생기긴 하더라. 5연승까지 하면 졸업장까지 준다길래 아름답게 마무리 하고 싶었는데 고지를 앞두고 탈락해서 아쉬웠다. 이틀간 후유증이 있었다. 이후 금방 괜찮아졌다. 그간 해왔던 것에 대해서 좋은 마무리를 한 것 같다. 편안하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최정환은 오는 28일 입대를 앞뒀다. 군대 가기 전 추억을 쌓아보고자 출연한 ‘수상한 가수’로 이렇게나 큰 화제를 얻을지 몰랐다고. 어안이 벙벙하다고 밝힌 그는 지금 이 모든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 연예인 판정단의 칭찬도 각본이 아닌 가 의심했을 정도다.

“제작진들한테 이 상황이 거짓말 아니냐고 했죠. 연예인 판정단들도 칭찬을 엄청 해주시니까 대본 아니냐고 했어요. 또 내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정석권 형한테도 댓글 작업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볼 정도였죠. 그 정도로 하나도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그런 의문도 들었어요. 이렇게 좋아해주실 거면 솔로 앨범 냈을 때도 좀 좋아해주시지 라는. 그때 아무 반응 없다가.(웃음) 아무도 날 기억하지 못 할 거라 생각해서 가수를 그만 뒀던 거였어요. 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특히 최정환은 자신과 함께 한 가짜 가수 홍석천에 대한 고마움도 드러냈다. 자신이 4연승할 수 있었던 이유의 70%를 홍석천이라 꼽았을 정도다. 비록 프로그램 도중 몇 마디 대화조차 안 나눌 정도로 과묵했던 두 사람이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만큼은 깊었다. 자신의 깊숙한 내면까지 표현해준 홍석천에게 고맙다고 밝힌 그는 “아무래도 가수들이 무대 뒤에서 노래할 때 가짜 가수의 모션이나 연기가 받쳐줘야 한다.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가짜 가수가 연기를 못하면 와 닿는 게 없다. 노래, 표정, 눈빛 등이 하나가돼야 한다. 이런 것들을 홍석천이 잘 해준 거다. 완벽한 것 이상으로 뛰어넘어서 표현해줬다. 그게 사람들한테 전달됐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따로 대화를 많이 나누진 않았다. 그런데 무대 올라가서 준비해온걸 보면 깊게 날 이해하려고 한 게 눈에 보일정도였다. 말이 필요 없더라. 깊숙이 날 이해하고 표현해줬다.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날이 온 거다. 다른 분이었으면 이렇게까지 오래가지 못했을 거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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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라망스튜디오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가수로 살아온 그는 ‘수상한 가수’ 덕분에 처음으로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가수 생활에 더 이상 미련이 없다. 입대를 앞둔 탓도 있지만 가수의 꿈을 놓아버린 지 오랜 그다. 짧은 인기 뒤 오랜 시간 녹록치 못했던 그의 가수 생활은 불안정의 연속이었다.

“‘수상한 가수’도 시기가 지난 것 같아요. 여기서 인기를 얻게 된 어린 친구들은 힘들어 할 수도 있어요. 이런 기회를 통해서 기대심리를 갖게 되고 희망고문이 시작되는 거에요. 잘 풀리면 모르겠지만 이런 방송으로 인한 인기는 2~3개월이 지나면 가라앉아요. 그걸 알기 때문에 지금의 반응에 기대하지 않고 그냥 현재를 즐기고 있어요. 순간의 인기와 싸움을 해야 하죠. 자꾸 누르고 비우는 노력을 계속 하는 것 같아요.”

이제 최정환은 가수가 아닌 닭발집 사장님이다. 그에게 닭발집의 존재는 “살아갈 수 있는 존재”다.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느낀다는 그에게 닭발집은 이제 주업이다. ‘수상한 가수’로 인한 관심과 인기가 고마운 그지만 그게 전부다. 오랜 연예 생활을 겪으며 바닥까지 쳐본 그는 손에 잡히지 않는 인기에 더이상 연연하지 않는다.

어느덧 추억의 가수가 돼버린 엠투엠은 바이브, SG워너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사랑 받았던 보컬그룹이다. 하지만 완벽한 가창력을 요하는 시선에 부담을 느낀 최정환은 멤버 정진우와 함께 팀을 떠났다. 이후 두 사람은 함께 제이투엠을 결성하지만 이내 난관에 봉착한다. 정진우가 억대 도박 혐의로 구속되면서 활동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결국 팀에 혼자 남게 된 최정환은 오랜 시간 가수의 꿈을 놓지 못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가수라는 직업을 어떻게 해서든 끌고 가려고 했던 시간들이 더 힘들었어요. 내려놓는 건 쉬웠죠. 예를 들어 자동차가 한 대 있는데 기름이 다 떨어진 거예요. 시동이 안 걸리니까 힘으로 끌고 가는 거죠. 그러다 결국 버리니까 몸도 마음으로 편안해진 상황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간 가수의 꿈을 끌고 가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우울증까지 걸려서 병원도 다니면서 약도 먹었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같은 것 때문에 정식적으로 힘들었어요. 몸은 편했죠. 할 게 없으니까.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어요. 내려놓고 나니까 편해지고 새로운 일들이 생기더라고요.”

내려놓고 나니 모든 게 편해진 최정환은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 있다. 그가 뱉은 말대로라면 제대 후 방송에서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는 지금 행복하다는 거다. 행복한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만큼 대중을 즐겁게 하는 것이 있을까. 그저 이 마음 그대로 언젠가 한 번쯤 그가 노래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길 바랄 뿐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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