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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원차트 개편 후 반년, 스밍의 고리 '뿌리 뽑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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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음원사이트 로고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아이돌 새벽 차트 줄세우기’를 이유로 음원차트 개편이 이뤄진 지 반년. 하지만 기존 문제들이 온전히 해결되지 않은 모양새다. 자연스럽게 반쪽자리 정책이 아니냐는 평가가 흘러나온다.

지난 2월 27일 시행된 음원차트 개편안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권고로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측에서 대안을 마련해 실행됐다. 해당 개편안의 내용은 이렇다. ▲0시부터 12시 사이 실시간 차트 사라지며 ▲발매된 음원은 다음날 13시 순위부터 적용 ▲단 12시부터 18시 발매 음원은 실시간 차트에 적용한다. 이에 따라 멜론, 지니뮤직, 엠넷 등 8개 음원사이트 등은 해당 개편안을 즉각 실행에 옮겼다.

실시간차트는 현 국내 음원사이트에서 가장 큰 파급력을 끼친다. 다수의 음원사이트들이 전면에 내세우는 차트기 때문이다. 멜론이나 지니뮤직의 스마트폰 모바일 앱에서는 실시간차트가 첫 화면으로 지정돼 있다. 앱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실시간차트를 확인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노출은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일종의 ‘파블로프의 개’와 같은 효과다. 이용자들은 알게 모르게 실시간차트를 접하고 인기곡의 기준을 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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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멜론, 지니뮤직 모바일 앱 캡처

그렇기에 업계는 물론 팬덤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대책을 강구했다. 해당 개편안 실행 후 음원 발매 시간대가 대폭 정오나 오후 6시로 옮겨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실시간차트 개편 후 정오발매가 90%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자정에 주로 발매되던 앨범들은 이제 종적을 감춘 지 오래다.

아이돌 음원의 새벽 줄세우기 진풍경도 사라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용자가 대폭 줄어드는 새벽차트에서는 아이돌 팬덤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했다. 조직력과 규모가 커진 팬덤은 단체로 스트리밍을 돌리며 자신이 선호하는 아이돌 음원을 차트 상위권에 랭크 시키기 위해 접전을 펼쳤다. 팬클럽 간의 화력 다툼이 과열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벽 차트 적용이 사라지면서 모두가 잠든 밤에 치러지던 ‘새벽 차트 전쟁’은 사라졌다.

이와 관련 멜론 측은 “실시간 차트 개편 후 전체적으로 큰 영향은 없으나 자정 앨범발매 후 팬덤들의 차트공략패턴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개편안의 의도가 조금은 먹혀든 셈이다. 하지만 뿌리 뽑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듯 보인다. 지난 7월 18일 발매된 보이그룹 엑소의 ‘코코밥’의 1인의 최다 스트리밍 횟수는 6654회다.(지니뮤직 기준) 의도적 재생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수치다. 팬덤은 똑똑하게 진화했다. 자신들만의 스트리밍 순서를 정하고 집단적으로 행동한다. 결국 '먹혀들 수밖에 없는' 화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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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순환 끊으려면 공정성 담보돼야"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차트의 생명은 공정성이다. 딱히 더 넓은 대중과 음악을 포괄할 필요도 없다. 그냥 투명하게 지금 대중의 취향을 보여주면 그걸로 제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차트는 공정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 일부 아이돌 팬들의 스트리밍에 의해 소수의 음악이 상위권에 쉽게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일 중요한 건 공정한 차트를 만들기 위한 음원사이트 측의 노력이다. 물론 스트리밍과 일반 청취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특정 아이돌이 컴백할 경우 일반 유저도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스트리밍이 집중된다. 최소한 이런 건 막아야 한다. 어떻게든 방법을 강구해서 규제책을 내놓아야 한다. 공정한 차트를 만들지 못하면 사이트 전체의 신뢰도 역시 추락한다.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 차트가 오기 전에 대책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일부 팬덤 사이에서 실시간차트를 폐지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개편안 발표 후 관련 기사 댓글에 가장 많이 달렸던 의견은 ‘실시간차트를 없애라’는 내용이었다. 실시간차트 자체가 팬덤간의 과열 경쟁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팬덤 스스로도 과열 경쟁에 대한 문제를 자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 결코 반복 스트리밍 행위를 버리진 못한다. 가장 접근 방법이 쉬운 팬 활동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음원사이트는 8개다. 그렇기에 음원사이트에서도 실시간차트는 버리지 못하는 카드가 됐다. 팬덤을 끌어들여 사용자를 늘릴 수 있는 유입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은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지만 때론 악순환을 만들기도 한다. 실시간차트가 이 악순환의 덫인 셈이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이 문제 해결방법에 대해 “스트리밍과 일반 청취를 구분할 수 있는 구제책 마련”이라는 답을 내놨다. 차트마다 변별력을 두고 음원사이트 신뢰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결국 대중의 신뢰와 공정성 회복을 위한 선택은 음원사이트의 몫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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