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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김옥빈 "‘악녀’ 시나리오, '이건 미쳤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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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EW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때 너무 신났어요.”

주인을 제대로 찾았다. 충무로에서 찾아보기 힘든 여성 원톱 액션 영화인 ‘악녀’가 김옥빈을 만난 것은 운명이 아닐까. 어릴 적 홍콩 영화를 보면서 액션 배우의 꿈을 꿨던 김옥빈이 ‘악녀’를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운동을 좋아하고 잘 하고 싶어 하는데 액션 연기할 기회가 없어서 목말라 있었다. 이런 역할을 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이건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액션도 아니고 온갖 무기를 주고 오토바이 체이싱에 비녀로 싸우질 않나, 엔딩에선 버스에서 매달려야 하더라. 감독님에게 ‘액션 판타지를 다 넣은 거냐?’고 물어봤다.”

‘악녀’는 어린 시절부터 킬러로 길러진 숙희(김옥빈)가 자신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우린 액션배우다’ ‘내가 살인범이다’로 액션 장르에서 일가견을 보인 정병길 감독은 ‘악녀’를 통해 상상을 현실화 시켰다. 숨 쉴 틈이 보이지 않는 액션은 김옥빈이 90% 이상 소화하며 완성시켰다.

“구르고 다치는 건 일상이라 일일이 얘기하기도 애매하다. 오프닝 신에서 손이 아니라 얼굴이 나오는 부분부터 다 제가 한 거다. 오토바이 액션은 섞여 있고 비녀 액션은 벗고 있어서 대역을 못 쓴다.(웃음) 차에 올라가 있는 것도 제가 직접 했다. 와이어 4개를 달고 있어서 차가 멈춰도 떨어지지 않는다.”

김옥빈의 노력은 해외에서도 빛을 발했다. ‘악녀’는 국내에 선보이기 전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됐고 115개국 선판매되는 쾌거를 달성했다. 생소한 한국판 여성 액션은 칸에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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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신은 다른 영화에서 본적이 없다고 하더라. ‘킬빌’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국 액션 영화 스타일에 대해 궁금해 하고 알고 싶다고 하더라. 어떤 감독님은 한국 액션 영화 나오는 장면이 다 세냐고 물어봐서 ‘감독님이 특이한 사람’이라고 했다.(웃음) 여성이 등장하면 유연하고 여성의 장점을 살린 액션이 많은데 ‘악녀’에선 와일드하고 거친 합을 소화해서 궁금해 했다.”

배우로 한 번을 가기도 힘든 영화제를 김옥빈은 두 번째 밟게 됐다. 8년 전 영화 ‘박쥐’로 칸을 방문했던 김옥빈은 ‘악녀’로 당당히 다시 섰다. 특히 ‘박쥐’ 박찬욱 감독과의 재회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멀리서 잘 키운 딸을 보내듯 응원하고 계시더라. 함께 처음 이곳을 시작했던 감독님을 자라서 다른 감독님과 보는 느낌이 고맙고 신기했다. ‘하균이도 같이 오면 좋았을걸’ 하시더라. 제가 어렸을 때 칸에 왔을 때 이렇게 대단한 영화제인지 모르고 흘러 보냈다. 이번에 다시 갔을 땐 동생(채서진)에게 이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시작하는 배우라 자극도 되고 다른 배우들도 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제가 같이 가자고 했다.”

■ “동생은 저에게 항상 칭찬만”

강렬하고 화려한 액션이라는 포장지를 씌운 ‘악녀’의 중심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담겨 있다. 살인병기인 숙희를 각성 시키는 계기는 아이 은혜(김연우)를 향한 모성애에 있다. 아직 미혼인 김옥빈은 “이제 30대니까 아이랑 같이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아이랑 함께 연기하는 건 처음이라서 쉽지 않았다. 다행히 연우가 빨리 배워서 잘 따라왔다. 아버지가 배우셔서 디렉션이나 상황에 대해 잘 설명해주셨다. 이해를 하고 들어오니까 카메라를 무서워하지 않고 하면서 늘었다. 첫 영화라서 처음엔 부끄러워했는데 나중엔 ‘모니터 하고 오겠다’고 하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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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아닌 실제 김옥빈에게 모성애가 느껴지는 순간은 바로 동생 채서진을 이야기할 때였다. 7살 어린 동생 채서진을 언급하는 김옥빈의 얼굴엔 엄마 미소가 만연했다.

“동생은 저에게 항상 칭찬만 해준다. ‘너무 잘했어. 우리 언니가 짱이야’라고 하는데 이게 진짜인지 모르겠다.(웃음) 배우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매력이 있는데 제가 함부로 얘기하진 않는다. 현장에서 경험하면서 배우는 게 빠르다. 말로 하는 건 잔소리밖에 안 된다. 이미지도 다르고 동생은 성격도 순하고 천상여자다. 외유내강 스타일이다. 어릴 때부터 많은 걸 경험하기 바라서 밖으로 많이 내보냈다.”

남자 배우들이 쏟아져 나오는 영화들은 한 해에도 몇 편씩 제작되는 현 충무로 상황에서 여성 주연은 물론 여성 캐릭터가 살아있는 작품은 찾아보기도 힘들다. 여성 액션물은 투자조차도 쉽지 않기 때문에 ‘악녀’가 가진 의미는 더 크다. 그래서 김옥빈이 가진 책임감도 컸다.

“이후로도 많은 여성 캐릭터가 생산됐으면 좋겠다. 이 영화를 하면서 우려했던 게 액션 하면서 어설프게 소화한다는 소리는 듣기 싫었다. 영화가 나오고 나니 성취감과 만족감이 크다. 최선을 다했고 남은 건 관객들의 몫인 것 같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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