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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핵소고지’, 참혹한 전쟁터에서 피어난 희망과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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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가장 참혹한 장소인 전쟁터에서도 희망은 존재했고 기적은 이뤄졌다.

‘핵소고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무기 하나 없이 75명의 생명을 구한 데스몬드 도스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비폭력주의자인 데스몬드 도스는 조국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의무병으로 자진 입대하지만 총을 들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총기 훈련을 거부한다. 데스몬드 도스는 이러한 신념으로 인해 동료들의 비난을 받고 군사 재판에까지 서지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전쟁터에 올랐다. 그리고 그는 적을 죽여야 살 수 있는 전쟁터에서 75명의 생명을 구하고 미군 최고 명예로 불리는 ‘명예의 훈장’을 받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핵소고지’는 처음부터 강렬한 전쟁신으로 관객들을 몰아붙인다. 덕분에 ‘핵소고지’를 미국의 영웅심리를 담은 그저 그런 전쟁영화라고 예상했지만 단순한 전쟁영화가 아니다. 신념과 생사를 통찰하는 휴머니즘이 강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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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데스몬드 도스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고집하는 모습만을 그려내지 않았다. 왜 그가 그런 신념을 가지게 됐는지를 과거 가족간의 갈등과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설득했다. 그래서 초반부엔 전쟁보단 데이몬드 도스의 인물 배경에 중심을 뒀다.

중반 이후부턴 참혹했던 전쟁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CG 대신 특수효과를 사용하며 리얼함을 살려냈다. 쉴 틈 없이 터지는 포탄과 총성, 팔다리를 잃은 군인들의 모습은 사실감이 넘쳐 보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그만큼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현실인지 생생하게 그려냈다.

후퇴 명령에도 홀로 남아 부상자를 구해낸 데스몬드 도스가 “한명만 더”라고 주문을 걸며 동료들을 구해내는 모습은 누군가 죽어야 내가 살 수 있는 참혹한 전쟁터에서 발견한 유일한 희망이었다. 심지어 적이 일본군에게 모르핀을 놔주는 그의 모습은 그 신념을 더욱 빛나게 했다. 전쟁 속 모순적 상황이기 때문에 데스몬드 도스의 행동을 더 큰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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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소셜 네트워크’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앤드류 가필드는 유약해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굳건한 데스몬드 도스로 완벽하게 분했다. 화려한 전쟁 액션도 눈길을 끌었지만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 후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아버지와의 갈등, 도로시(테레사 팔머)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감정 연기가 더 빛났다.

다만 더 큰 감동을 주고 싶었던걸까. 실존 인물인 데스몬드 도스와 그의 동료들의 실제 인터뷰가 생각보다 길어 오히려 여운이 날아가는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핵소고지’는 ‘아포칼립토’ ‘패션 오브 크랑스트’ ‘브레이브 하트’ 등을 만든 멜 깁슨의 작품으로 제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3개 부문,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6개부문 등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오는 22일 개봉.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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