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영화 ‘싱글라이더’에는 모두를 놀라게 한 충격적인 반전이 숨어 있다. 그 자체만 놓고 보면 그렇지만 영화를 다 본 후에 느끼는 감정은 반전의 강렬함이 아닌 쓸쓸한 여운이다.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진행된 ‘싱글라이더’의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이주영 감독은 “반전을 위한 반전은 만들지 말자는 말을 했다”고 강조했다. 의도했던 대로 이날 시사회에서 역시 반전 보다는 이야기가 주는 여운에 더욱 집중했다.

‘싱글라이더’는 증권회사 지점장으로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한 가장이 부실 채권사건 이후 가족을 찾아 호주로 사라지면서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요즘 보기 드문 감성드라마로 장르적인 신선함이 먼저 관객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 남자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 몰입하다 보면 인물 내면의 심리와 감정의 변화에 공감을 느낄 수 있다.

출연 배우들 역시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캐릭터들의 감정변화에 매료됐다. 이병헌은 “‘싱글라이더’의 시나리오를 받고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 꼭 장르 때문만은 아니다. 시나리오가 나에게 준 느낌은 한 순간의 충격보다 오랫동안 기억에 계속 남아 있던 이야기다. 운명처럼 내가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병헌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이후 16년 만에 감성 드라마 장르에서 연기를 펼치게 됐다. 최근 ‘내부자들’ ‘마스터’에서 선보였던 강렬한 이미지를 선보였던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눈빛과 표정으로 감성적인 연기를 펼쳤다. 그는 “눈빛과 표정 몇 컷만 찍어 두면 촬영이 끝날 것 같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지켜보는 장면이 많았다. 간단하게 끝날 것 같은 촬영이었는데 미세하게 감정이 달라져서 더 신경을 쓰면서 촬영했다. 그런 미묘한 감정을 느끼면서 연기할 대의 재미도 느꼈다”고 했다.


‘미씽: 사라진 여자’로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선보인 배우 공효진은 재훈의 아내이자 새로운 꿈을 향해 찾아가는 이수진 역을 맡아 열연했다. 특히 그는 수진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냈는데 이 역시 공효진의 캐릭터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그는 “이 시나리오를 선택하면서 재훈의 쓸쓸함이 느껴졌다. 촬영에 임하면서 내가 그를 더 쓸쓸하게 만들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특히 공효진은 촬영이 진행된 호주에서의 특별한 기억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 촬영이 진행된 본다이비치는 그가 유학생활의 마지막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그는 “시나리오에 장소가 본다이비치로 되어 있는 걸 보고 기분이 이상했다. 그 곳을 또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운명처럼 기회가 왔다. 실제 유학생활을 어머니와 함께 했는데 이번 촬영에도 함께 가서 내내 같이 있었다.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고 남다른 감정을 드러냈다. 또 “학창시절 아버지가 한국에 계셨다. 엄마와 단 둘이 유학생활을 했는데 그 때의 상황과 영화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그 생각을 하면서 영화 촬영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배우들까지 매료시킨 이주영 감독은 ‘싱글라이더’로 첫 장편 영화에 데뷔하게 됐다. 2017년 가장 기대되는 신인 감독으로 꼽히기도 한 이 감독은 타고난 이야기꾼의 면모는 물론 섬세한 연출력까지 더해 관중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병헌은 “나를 포함해 보이지 않는 행복을 놓친 상태에서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중요한 게 있었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싱글라이더’는 오는 22일 개봉한다.

cultur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