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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만원엔 점심도 못 사먹어” 난 1600원에 해결했다…이 종이팩의 정체
직장인 점심 도시락 [독자제공]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식권은 1만원 짜리인데, 돌솥비빔밥 한 그릇에 1만3000원 이러니…”

서울 중구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이모(29) 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점심 도시락을 꼭 챙긴다. 인근 식당과 제휴된 식권을 직장에서 받지만, 식권만으로는 점심 값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다.

이씨는 “1만원으로 주변에서 점심을 사먹을 수 없어 몇천 원씩 추가 결제를 해야 한다”며 “영업일은 20일이 넘는데 한달에 식권은 20장뿐”이라고 설명했다. 식권을 다 쓰면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는 것도 하루이틀, 얼마 전부터는 일주일에 한두 번 도시락을 챙기기 시작했다.

[유튜브 채널 김알밥은 파이어족]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그나마 대기업은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거나, 복지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직원들은 점심 값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 결과, 직장인 도시락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식재료 1600원 상당으로 도시락을 쌌다는 영상이 인기를 끄는 등 도시락 싸는 법 등도 유행처럼 번지는 중이다.

돌솥비빔밥 [네이버블로그]

요즘 점심값은 평균 1만원을 훌쩍 넘는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3월(서울 기준) 비빔밥 한 그릇의 평균 가격은 1만769원. 지난해 1월 1만원을 돌파하더니 야금야금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돌솥에 담겨 있거나, 고기, 버섯 등 재료가 추가되면 한 그릇에 1만5000원 이상 하는 곳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비빔밥뿐 아니다. 1인분 평균 외식비가 칼국수 9115원, 김치찌개 8038원, 짜장면 7069원으로 집계됐다. 만원 짜리 한 장으로 점심 한끼에 커피까지 해결하는 건 어려워졌다. 냉면은 한 그릇 평균 1만1538원으로 이미 고급 음식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GS타워 지하에 있는 GS그룹 사원식당 그래잇에서 임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김은희 기자]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외식물가에 취약한 건 특히 중견·중소기업 재직자나 자영업자 등이다. 외식 대비 저렴한 구내 식당을 이용할 수 없어서다. 푸드테크 기업 식신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국 평균 점심값은 1만96원, 구내 식당 월 평균 결제액은 8560원으로 조사됐다. 구내 식당이 있다면 한 끼에 평균 1500원씩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직장인들은 점심값 지출을 줄이고 있다. 신한은행이 20~64세 경제활동인구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4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8.6%는 올해 점심값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답했다.

직장인들이 점심값을 줄이는 비결은 편의점 이용, 가성비 식당 찾기, 도시락 싸기, 일주일치 점심 도시락 주말에 챙겨두기(밀프랩) 등이었다.

직장인 점심 도시락 [독자제공]

이렇게 줄인 비용은 평균 4000원. 점심값을 1만원에서 6000원까지 끌어내렸다. 그럼에도 점심 값은 여전히 비싼다며 5000원까지 점심값을 줄이겠다는 응답자가 22.6%로 조사됐다.

이에 온라인 상에서는 도시락 통이나 메뉴뿐 아니라 식재료 가격까지 포함한 게시물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달 30만원으로 두 사람 도시락 싸기’를 소개한 영상의 조회수는 462만회에 달했다.

매일 점심 도시락을 싼다는 자영업자 김모(29) 씨는 “불고기나 제육볶음 등 집에 있는 반찬에 달걀후라이나 과일을 추가한다”며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고 자취를 하고 있었다면 반찬 장 보는 값에 매일 도시락을 챙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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