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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량의 중국에 기술로 맞대응”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 고부가 제품 ‘승부수’ [차이나플라스 2024]
'차이나플라스 2024' 현장 가보니
SK지오센트릭·LG화학·롯데케미칼
기능성 강화한 고부가 전시에 주력
“중국 거센 공세에 기술력으로 승부”
24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차이나플라스 2024’에서 참관객들이 SK지오센트릭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정윤희 기자

[헤럴드경제(상하이)=정윤희 기자] “중국이 저가 물량공세로 밀어붙이니 범용제품 시장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집중하는 것이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제품이고, 한국이 중국에 이길 것은 기술밖에 없다.”

지난 23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차이나플라스(Chinaplas) 2024’ 현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저마다 친환경 기반의 고부가 제품 기술력을 앞세웠다. 사실상 중국이 범용 화학제품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기술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도다.

실제 SK지오센트릭은 ‘에틸렌 아크릴산(EAA)’, 아이오노머(I/O), 고기능성 폴리머 등 고부가 제품을 전시부스 전면에 내세웠다. 참관객은 부스에 들어서자마자 해당 고부가 제품들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부스 내에는 SK지오센트릭의 고부가 제품을 둘러보려는 참관객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하려는 바이어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EAA는 포장재용 접착재로 쓰이는 화학제품이다. 접착력이 강해 서로 다른 성질의 소재를 붙이는데 쓴다. 기존 플라스틱 포장재와 비교해 재활용이 쉽고 플라스틱 양도 줄일 수 있어 관심이 뜨겁다. 지난 이틀 동안에만 인도, 터키, 중국,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바이어들로부터 다수의 샘플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현장에서 만난 손상하 SK지오센트릭 친환경제품솔루션센터 PM은 “기술력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못한다”며 “소재 자체가 끈적하고 접착력이 보다 강하다 보니 공장 설비 등을 운영하고 유지하는데 생각보다 고급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강점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해 중국 등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고 고부가 제품이기 때문에 수익성도 좋다는 점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EAA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SK지오센트릭을 포함해 단 4곳 뿐이다. 특히, EAA 함량이 높은 고산성(High Acid) EAA의 경우 세계서 유일하게 SK지오센트릭만 생산할 수 있다.

I/O는 EAA에 나트륨, 이온 등을 결합한 것으로 SK지오센트릭이 독자 연구개발(R&D) 끝에 상업생산에 성공했다. 고기능성 폴리머의 경우 EAA에 특별한 금속염을 넣어 포스트잇처럼 접착력을 조절한 소재다.

부스 내에서는 I/O를 적용한 향수병 뚜껑이나 인테리어용 데크 바닥재, 골프공, 고기능성 폴리머를 활용한 요거트나 푸딩 용기 뚜껑, 사발면 용기, 새 치약의 앞부분에 붙어있는 필름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차이나플라스 2024 현장의 SK케미칼 부스에서 참관객들이 전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정윤희 기자
23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차이나플라스 2024’ 현장 SK케미칼 부스에서 박노혁(왼쪽) SK케미칼 상하이 법인장이 전시품들을 설명하고 있다. 정윤희 기자

SK케미칼 역시 마찬가지다. SK케미칼 부스는 화학적 재활용을 통한 ‘순환 재활용’ 기술을 집중적으로 전시했다. 예컨대 떡볶이 국물이 묻은 플라스틱 용기의 경우 잘게 부숴 다시 쓰는 물리적 재활용이 쉽지 않지만 이를 분자 단위까지 분해하면 얼마든지 다양하게 플라스틱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내열성 등 기능성도 한층 강화했다. 기존 페트(PET)가 70도의 열을 견뎠다면 SK케미칼의 제품은 100도까지 견디는 식이다.

박노혁 SK케미칼 상하이법인장은 “중국의 범용제품은 워낙 생산 규모가 커 한국 기업들이 경쟁이 되지 않다보니 고기능성, 고내열, 친환경 친환경 제품으로 이를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연 5만t 이상 규모의 대규모 생산이 가능한 곳은 저희가 유일하다”고 했다.

23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차이나플라스 2024’ 현장 LG화학 부스에서 참관객들이 전시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정윤희 기자
차이나플라스 2024 현장의 LG화학 부스 중심에 마련된 ‘렛제로’ 존에서 참관객들이 고부가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정윤희 기자

국내 기업 중 가장 큰 부스를 꾸린 LG화학은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테마로 친환경/고부가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부스 중심에 배치한 것은 ‘렛제로(LETZero)’ 존이었다. 이곳에서는 땅에 묻으면 6개월 내 자연 분해되는 소재(생분해), 바이오 원료로 만든 플라스틱(바이오), 열분해유 플라스틱(재활용) 등의 제품을 소개하고 있었다. 바이오 원료를 활용한 티셔츠, 탄소 절감 소재로 만든 아기 기저귀 등이 참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모빌리티 존’에서는 LG화학의 독자기술로 개발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으로 만든 전기차 배터리 하우징 제품도 확인할 수 있었다. 좀 더 가볍고 높은 온도를 견딜 수 있는 동시에 충격에 강한 고부가 제품이다.

23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차이나플라스 2024' 현장 롯데케미칼 부스에서 참관객들이 전시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정윤희 기자

롯데케미칼은 부스 전체를 초록 식물로 꾸며 해당 고부가 제품이 친환경이란 점을 강조했다. 특히, 중국에서 처음 전시를 진행하는 ‘에코시드’ 존을 부스 중심에 배치했다. ‘에코시드’는 롯데케미칼의 친환경 소재 브랜드다.

이를 통해 화학적 재활용을 거친 페트, 바이오 원료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페트, 투명성을 향상한 페트 클리어 소재 등이 일상생활에 쓰이는 제품에 적용된 예를 다양하게 선보였다. r-ABS로 만든 식물재배기와 세탁기 필터, r-PC가 적용된 리모컨, r-PE 포장백 등이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인 배터리 파우치필름, HDPE 분리막 등 모빌리티 관련 첨단 소재 제품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효성화학의 경우 기존보다 적은 원료로 보다 얇은 파이프를 만들 수 있고 색도 입힐 수 있는 PP-RCT 등 고부가 제품이 눈에 띄었다. 해당 소재는 오랜 기간 깨지지 않고 견디는 장기내압성, 높은 온도를 견딜 수 있는 고내열성 등을 강화한 것으로,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유럽시장이 주요 타깃이다. 아직까지 이를 생산/판매할 수 있는 중국기업은 없다는 것이 효성화학 관계자의 설명이다. 폴리프로필렌(PP), 폴리케톤(POK), 스판덱스의 원료인 PTMG 등의 고부가 제품도 주요 전시 품목이었다.

차이나플라스 2024 현장의 효성화학 부스에서 참관객들이 전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정윤희 기자

코오롱ENP는 친환경 제품브랜드 ‘에코(ECHO)’를 처음 선보이며 글로벌 참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바이오 폐기물 원료를 기반으로 한 ‘에코-B’, 탄소를 포집해 생산한 원료를 사용한 ‘에코-LC’,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로 생산된 원료를 적용한 ‘에코-E’ 등이다. 재활용 플라스틱을 이용한 ‘에코-R’도 있다.

현장에서 만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한국기업들의 전시제품 모두가 범용제품이 아닌 고부가 제품”이라며 “중국의 공급과잉 등으로 업계 전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친환경, 고기능성을 원하는 글로벌 수요가 커지고 있고 이에 부응하는 동시에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 고부가 제품”이라고 말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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