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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청 폐교 관리 엉망… ‘진짜’ 잉여공간 데이터 지도 만들 것” 폐교 탐방 유튜버 이교언 씨[스.우.파]
1년간 폐교·빈집 100곳 탐방한 유튜버
“인구 감소로 잉여공간 속출 안타까워”
“고향 마을 소멸 보며 전수조사 결심”
유튜브 본 시청자들 매입·임대 문의도
“진짜 잉여공간 데이터 지도 제작 목표”
편집자주

‘스’타는 아니지만, ‘우’리 주변의 ‘파’급력을 만든 사람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회 곳곳의 소중한 사람들을 헤럴드경제가 소개합니다.
폐교 및 빈집 탐방 유튜브 채널 ‘빈집여지도’를 운영하는 박근호(왼쪽)씨와 이교언(오른쪽)씨가 서울 은평구 은혜초에서 폐교 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박혜원 기자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폐교에 오면 일단 주변을 걸어서 한 바퀴 쭉 둘러보고요, 주민들을 만나고 드론 촬영까지 합니다. 전국을 조사해서, 진짜 ‘잉여공간 데이터 지도’를 만드는 게 최종 목표예요.

서울 은평구 도심 한복판, 연신내역으로부터 주택가 사이 오르막길을 10여분 걸으면 나오는 무려 6700㎡ 규모의 옛 은혜초 부지. 공시지가 기준 175억원에 달하지만 폐교 6년이 지난 지금까지 방치 상태다. 이곳에서 지난 23일 ‘폐교 탐방’ 유튜브 채널 ‘빈집여지도’를 운영하는 이교언(46) 씨를 만났다.

은혜초는 가파른 인구 감소가 사회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한 단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립 초등학교인 은혜초는 6년 전 문을 닫았다. 은혜초 법인은 재정 적자를 이유로 학생들에게 폐교 사실을 기습 통보했다. 교육청 허가가 떨어지기도 전이었다. 이씨는 “헌법에도 보장된 ‘교육의 권리’가 ‘적자’ 문제로 훼손될 수도 있다는 게 가장 안타까웠다”고 했다.

졸업생 요청으로 최근 한 차례 이곳을 들렀다는 그는 익숙한 듯 학교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부지를 안내했다. 그는 “정문 안쪽 운동장에 시계가 멈춰있는 모습도 이 학교 역사가 멈췄음을 알려주는 것 같아 안타깝고, 오르막길을 조금만 더 가면 창문이 군데군데 깨져 있다”며 “사람이 오가질 않으니 건물이 이렇게나 빨리 낡는다”고 아쉬워했다.

전국 잉여공간 찾는 유튜버…“고향 이웃집들 속속 사라지는 현실에 안타까워”
이교언 씨가 서울 은평구 은혜초 폐교 부지 옆 골목을 올라가고 있다. 박혜원 기자
폐교한 은혜초 옆문 앞에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다. 박혜원 기자

이씨는 은혜초와 같은 전국 폐교와 빈집 부지 등 ‘잉여공간’을 찾아 기록을 남기는 유튜버다. 이달 들어서만 폐교 18곳과 빈집 4곳을 포함, 1년간 100곳을 방문했다. 드론과 카메라를 활용해 영상으로 부지 일대를 담고 인근 주민들과 이야기도 나눈다. 이씨는 “폐교 부지 인근 주민들 열에 아홉은 ‘그때는 좋았어. 애들이 많았지’라며 입을 떼고 옛 시절을 말해준다”고 했다.

이씨는 유년 시절이 담긴 마을의 소멸을 직접 지켜본 당사자이기도 하다. 경북 봉화 출신인 그는 “거주민 평균 연령이 100세인 곳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아 빈집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며 “자녀 세대는 부모가 살던 곳이니 차마 팔지 못하고 놔두며 폐가가 되고, 시간이 흘러서 결국 부지만 남거나 철거하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향 집 1분 거리에 육촌 형이 살았는데 그 집도 어르신들이 다 돌아가시고 허물어져 집이 반만 남아있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빈집에 대한 그의 관심은 ‘데이터’ 자체가 부재한 현실로 옮겨갔다. 이씨는 “인구가 줄어드는만큼 빈 공간도 많아질텐데 누군가에겐 필요한 공간일 수 있겠다 싶어 (빈집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며 “그런데 부처마다 빈집 통계가 달라 정확한 정보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폐교 부지 문의에 “잘 모르겠다” 교육청 싸늘 반응도
이교언 씨가 제작한 충남의 팔봉초 고파도분교 폐교 부지를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 [유튜브 ‘빈집여지도’]

빈집들을 찾던 그의 눈에 어느새 ‘폐교’가 보이기 시작했다. 소멸 위기 지역엔 대개 학교들 역시 사라지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기 마련이다. 유튜브 시청자들의 반응도 컸다. 자신의 모교를 검색하던 이들이 영상을 보고 “기록해줘서 고맙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일례로 강원 영월의 한 미활용 폐교를 찍은 조회수는 26만회를 넘겼다. 해당 영상 댓글엔 “이렇게 좋은 위치에 부지가 있었느냐”, “매입하려면 어디로 전화하면 되느냐”는 문의도 이어졌다.

교육청들의 부실한 관리 실태도 다시 보였다. 교육청 공고와 부지 주소가 달라 ‘허탕’을 치거나, 수년 전 기준 공시가격을 안내해 실제 매입 가격과는 터무니 없이 다른 사례가 반복되면서다. 일례로 이씨가 찾은 경기 소재 한 폐교 부지 공시지가는 지난해 교육청 공시 기준 약 1억4400만원이다. 그런데 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토대로 현재 공시지가를 보면 4억9000만원으로 뛰었다.

공시지가가 높아지면 실거래가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씨는 “실제로 부지를 사려는 사람들이 보면 황당해지는 것”이라며 “매입 수요자들이 대개 70~80대 노인 분들이 많은데 제 풀에 지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부나 매각 계획이 있긴 한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담당자가 곧 바뀔 예정이니 저 말고 다음 분께 말해봐라’. 이 역시 이씨가 폐교 부지들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교육청 담당자들로부터 들은 말이다. 이씨는 “임대를 줬다가 관리가 오히려 잘 되지 않아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중간에 낀 (각 시도) 교육청들의 난감함도 이해할 수는 있다”면서도 “대부분은 부지 관리 자체에 매너리즘을 느껴하는 것 같은 인상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횡성 폐교 야영장으로 꾸며볼 것…전국 잉여공간 데이터 지도 제작이 목표”
이교언 씨와 박근호 씨가 폐교 부지 탐방 계획을 세우는 모습. [이교언 씨 제공]

최근 이씨는 강원 횡성의 폐교를 직접 임대하기로 했다. 시청자들을 대신해 교육청에 매입 및 임대 문의를 해오다보니, 추진 과정이 만만치 않음을 실감하면서다. 폐교 부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마을 주민들의 동의를 직접 얻는 것부터 쉽지 않다.

이씨는 횡성의 한 폐교를 수차례 방문해 이장 등 관계자들과 직접 상의한 끝에 이런 계획을 구상했다. 이씨는 “횡성도 소멸 위기 지역인데, 가족들이 머물 수 있는 야영장을 만들어서 유입 인구가 조금이라도 늘어날 수 있도록 선례를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오는 5월 대부 계약을 앞둔 이씨는 야영장으로 거두는 수익을 마을 주민과 나눌 계획이다. 이씨는 “학교 부지는 보통 마을 주민들이 과거에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마련한 경우가 많아, 폐교 부지는 ‘마을 자산’이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다”며 “그런데 막상 수십 년이 지나 폐교한 뒤엔 임대를 하면 그 수익이 교육청에 돌아가니 여기에 불만을 가지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이어 “교육청에도 이런 계획을 말하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추진하게 됐다”고 했다.

이씨의 궁극적 목표는 ‘전국 잉여공간 데이터 지도’ 제작이다. 인구 감소가 빨라지며 전국적으로 잉여 공간이 많아지는 상황에,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공간을 연결해 지역 소멸을 조금이나마 막아보자는 취지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로, “집앞에 학교가 있는 게 너무 싫으니 다 도와줄테니까 뭐라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호소하던 인천의 한 주민이 떠오른다”고 했다.

지난해 말 박근호(45) 이사를 영입해 법인 ‘미치다’를 차린 이씨는 “잉여공간을 재활성화시켜 관광인구 같은 생활인구를 유입시켜 소멸되어가는 지역을, 그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는 것을 실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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