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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 아니어도 최선”...어르신과 ‘관계 맺기’가 핵심 [0.7의 경고, 함께돌봄 2024]
시니어 전용 공간 계속 늘리는 하나은행
사회공헌·영업점 활용, 두 마리 토끼 잡아
은행 영업점 역할 다양화는 ‘글로벌 트렌드’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금융·생활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광주시 동구 하나은행 광주지점 ‘라운지1968’ 강의 모습 [하나은행 제공]
‘라운지1968’ 서재에서 음악을 듣고 있는 한 방문객 김광우 기자

“시니어들이 대우받고 어울리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나은행 광주지점 컬처뱅크 ‘라운지1968’ 현장을 총괄하고 있는 송혜영 하나은행 팀장은 라운지 운영 원칙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아무래도 (라운지1968에 대한) 접근성은 거래 고객이 더 좋기 때문에, 고객 유치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이는 부가적 요소”라고 부연했다.

하나은행은 2017년부터 컬처뱅크 사업을 통해 영업점 유휴공간을 활용한 문화시설 조성에 나서고 있다. 그중에서도 7호점에 해당하는 광주지점 ‘라운지1968’의 특징은 분명하다. 공간의 타깃을 애초 지역 ‘고령층(시니어)’으로 정의한 뒤 각종 시설 및 프로그램을 꾸렸다.

특이한 점은 고객과 비고객 간 차별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라운지1968의 경우 모든 시민에 무료로 개방된다. 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음악감상실·영화감상실 등 시설도 조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공간 기획을 맡은 손우정 하나은행 채널전략부 차장은 “해당 공간 활용 방안을 고심하는 단계에서, 고객들에게만 제공하는 공간이 아닌 지역민들에게 공헌할 수 있는 생산적 공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시니어’와 접점 넓히는 하나은행...전용 공간 개설 박차=하나은행이 고령층을 특정해 문화공간 조성에 나선 것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비대면 영업 확대에 따른 지점 축소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른 디지털 소외계층의 피해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더 가시화된다. 고령층 비율이 높은 특성 탓이다.

특히 라운지1968이 위치한 광산로는 이전에 시내 중심가로 여겨진 ‘구도심’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옛 기억을 가진 노인들이 주로 찾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손 차장은 “조금만 나가면 활발한 분위기의 시내가 있지만, 노인들이 갈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다”면서 “지역민들이 익숙한 공간에서 금융 교육 등 혜택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오후 대전광역시 대흥동 소재 하나은행 대전지점에서 열린 중장년 세대를 위한 융복합 문화·교육 공간 ‘하나 50+ 컬처뱅크’ 개점 행사에 참석해 개점 축하 케이크를 자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이상래(왼쪽부터) 대전시의회 의장, 이장우 대전시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하나은행 제공]

하나은행은 라운지1968을 시작으로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17일에는 대전시 대흥동 소재 대전지점에 중장년 세대를 위한 문화·교육 공간 ‘하나 50+ 컬처뱅크’를 개점했다. 광주지점과 유사하게 누구나 찾을 수 있는 휴식공간, 음악감상실·영화감상실 등 시설이 구축된 게 특징이다.

아울러 같은 건물에 있는 대전중장년지원센터와 연계해 ▷시니어 디지털 교육 ▷중장년 자산관리 상담 ▷은퇴·노후설계 강연 등 교육·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라운지1968과 같이 중장년 및 시니어 세대가 소통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든다는 게 하나은행 측의 설명이다.

올 2월에는 경기 고양 ‘탄현역출장소’를 리모델링해 ‘시니어 특화점포’를 신설하기도 했다. 중장년을 배려해 ▷큰 글씨 안내 ▷시니어 맞춤 디지털 기기 도입 ▷키오스크 전담 매니저 배치 등 시설을 구축한 게 특징이다.

▶영업점 ‘축소’보다 고객 관계성 강화에 초점=하나은행이 영업점 유휴공간 활용에 나선 것은 사회공헌 활동과 함께 대면 영업점 효과성 향상을 추진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된 데 따라서다. 은행 영업점 역할 다양화는 글로벌 은행의 트렌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수익성 향상을 위해 영업점 축소를 이어가는 것과 반대 양상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JP모건이 지점을 활용하는 방법’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JP모건 체이스는 지점 채널을 강화하는 등 차별화된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JP모건은 향후 3년간 500여개 지점을 신설하고, 1700개 지점을 개보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점과 디지털이 상호보완적 관계를 가지며, 대면 상담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JP모건은 고객과의 ‘관계성’을 중점 가치로 여기고 있다. 이에 영업점의 역할을 종합판매 채널로 정의하는 한편, 타깃 손님군을 명확히 해 관계 형성에 공을 들였다. 예컨대 지점을 자주 방문하는 중소·소상공인 고객을 위해 500명의 직원을 채용하거나,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공간 조성 등에 나섰다.

아울러 지역 주민들에 사교 공간을 제공하고 금융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영업점에 소상공인 팝업스토어를 개설하는 등 기존 업무 외 사업도 추진한다. ‘관계성’ 향상에 따른 실제 성과도 적지 않다.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 개설한 1호 지역 커뮤니티 센터 지점의 예금 및 고객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이 꾸준히 커뮤니티 센터 확장을 추진하는 이유다.

이수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디지털화가 진행됨에 따라 국내 금융사들은 빠른 속도로 오프라인 채널을 축소하고, 이에 대한 경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지역 사회와의 관계성, 고객 맞춤형 상담과 판매 등 영업점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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