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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달 따는 온라인 배송에…전통 매장 “바꿔야 산다” [격변의 유통가]
생존전략 세우는 온오프라인 유통업계
대형마트, 초저가 신선식품으로 차별화

백화점은 명품·식품관 새단장으로 대응
초저가·역직구 속 생존전략 고심 잇달아
고객들이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은평점 농산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롯데쇼핑 제공]

[헤럴드경제=김벼리·박병국 기자] “그랑 그로서리는 롯데마트 역사상 가장 큰 변화이자 혁신입니다.”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가 최근 내부 회의에서 종종 강조하는 얘기다. 롯데마트·쇼핑이 그로서리(식료품)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그랑 그로서리’는 야심 찬 청사진으로 탄생한 신개념 점포다. 식료품 비중을 기존 60%에서 90%까지 높였다. 작년 12월 선보인 그랑 그로서리 은평점의 매출은 개장 이후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15%가 늘었다.

소비심리 침체로 한계에 직면한 온오프라인 유통사들이 생존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짜고 있다. 대형마트가 대표적이다. 대형마트는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매장을 재단장해 온라인과 차별화하는 동시에, ‘초저가’ 제품을 앞세워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신선식품의 온라인 침투율(전체 소비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대다. 신선식품 외 품목이 30~50%인 것을 고려하면 낮은 수준이다. 신선식품을 앞세워 오프라인에서 고객의 발길을 붙잡겠다는 목표를 세운 배경이다.

롯데마트는 ‘넘버원 그로서리(식료품) 마켓’을 비전으로 삼고,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다. 신선식품 품질 개선 프로젝트 ‘신선을 새롭게’도 선보였다. 고객 관점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요인을 파악해 품질을 개선하려는 취지다. 2년간 50여 개 품목을 대상으로 200여 개가 넘는 개선 과제를 도출했다. 100여 개 점포에서 반경 50㎞ 안에서 생산한 지역 농산물인 ‘로컬’ 농산물도 판매한다. 축산은 한우 직경매와 신선품질혁신센터 운영을 통해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모두 챙겼다. 즉석조리 식품 제품도 늘리고 있다.

이마트가 최근 열린 주총에서 ‘식료품 노브랜드’를 예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구 이마트 지원본부장)은 “상품과 가격 경쟁력 확보 중심으로 이마트 본업에 집중하겠다”며 “이마트는 연내 최소 5개 출점대상지를 확보하고 새로운 형태의 그로서리 전문 하드 디스카운트(초저가 신선식품 전문 매장)를 출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올해 1월 ‘가격파격’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상시 초저가’ 실천을 선언했다. 매월 3대 핵심 식품과 주요 가공상품을 초저가로 선보이는 '가격파격' 상품을 운영 중이다. 지난 2월 가격파격 상품으로 판매한 양파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1.9% 늘었다.

지난 2020년 5월 더타운몰 월계점을 시작으로 식료품 중심 매장도 확대하고 있다. 비식품 직영 매장을 줄이고, 유명 맛집을 비롯해 체험형 매장도 늘렸다. 그 결과, 작년 3월 문을 연 더타운몰 연수점은 고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홈플러스도 주요 매장을 먹거리 중심의 ‘메가푸드마켓’으로 새단장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총 24개점의 리뉴얼을 단행했다. 성과는 뚜렷했다. 메가푸드마켓으로 문을 연 점포는 1년간 매출이 전년 대비 최대 27% 늘었다. 지난달에는 화성동탄점을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25호점으로 재개장했다.

대형마트는 차별화를 통한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새벽시간 온라인 배송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 상 대형마트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없다. 이 시간에는 온라인 배송이 불가능하다. 대형마트는 쿠팡이나 컬리 등이 새벽배송으로 온라인 신선식품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대형마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법률 개정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스위트 파크 전경. [연합]

백화점 역시 핵심 사업인 명품매장을 강화하고, 식품관을 유명 브랜드로 채우는 전략을 택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본점과 잠실을 중심으로 명품 브랜드를 보강했다. 프리미엄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본점에서는 지난해 상반기 발렌티노, 구찌 RTW 매장을 유치했다. 에비뉴엘 잠실점은 프랑스의 남성 명품 브랜드 벨루티 매장을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 2·3층 해외패션 브랜드의 MD(상품기획)를 개편 중이다.

식품관도 계속 확장세다. 신세계백화점은 2009년 이후 15년 만에 강남점 식품관을 전면 재단장한다. 면적부터 2.6배 넓혔다. 최근 공개한 디저트 파크에는 유명 해외 브랜드의 국내 1호점을 입점시켰다. 해당 매장에는 한 달 만에 140만명이 넘는 고객이 다녀갔다.

현대백화점도 더현대 서울에 총 1만4820㎡(약 4500평) 규모의 식품관을 운영 중이다. 압구정 본점도 지난해 식품관을 재단장해 프리미엄 다이닝 홀 ‘가스트로 테이블’로 꾸몄다. 롯데백화점 역시 지난해 인천점 지하 1층 식품관을 재단장했다. 본점과 잠실점에서도 대형 디저트 맛집을 강화했다.

중국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공세에 맞서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도 초저가와 역직구에 집중하고 있다.

G마켓은 가격 경쟁력 강화와 가품을 근절하기 위한 AI(인공지능) 기술을 강조한다. 직구와 역직구 역량 강화도 꾀하고 있다. 연중 최대 쇼핑행사인 ‘빅스마일데이’에서는 200여 개의 대형 브랜드사와 협업해 할인을 제공한다. 신세계그룹과 시너지를 통해 상품력을 높이고 있다.

11번가도 ‘가격’을 마케팅의 중심에 세웠다. 1만원 미만 가격대의 상품을 판매하는 가성비 아이템 전문관 ‘9900원샵’과 소비기한이 30% 남은 상품을 30% 이상 할인하는 ‘임박마켓’ 등이 대표적이다.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도 글로벌 모회사 큐텐을 활용해 역직구 사업을 강화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위기를 느끼는 건 이커머스 업계 1위 쿠팡도 마찬가지다. 쿠팡은 수시로 식료품과 대규모 할인전을 진행 중이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물류 인프라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2027년까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저출산의 직격탄을 맞은 지방을 포함해 전국 대부분 지역에 무료 로켓배송을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유통사 모두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며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각오로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생존 전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쿠팡 제공]
kimstar@heraldcorp.com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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