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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들리는 대형마트·위축되는 이커머스…1·2차 파고에 ‘노심초사’ [격변의 유통가]
주요 유통사 11곳 영업이익률 추이 분석
9곳 10년 새 악화일로…영업손실도 4곳

영업규제·온라인 확산에 대형마트 고전
알리 진출에 토종 이커머스도 위기의식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벼리·박병국·정석준 기자] 국내 주요 유통사들의 수익성 지표가 10년 전보다 대체로 악화한 것으로 집계됐다. 각종 규제와 온라인 소비 확대로 오프라인 유통사가 고전하는 가운데 최근 중국계 이커머스(전자상거래)가 주목받으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업계는 인력 구조조정과 사업 효율화로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생존을 위한 전략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14일 헤럴드경제가 롯데쇼핑·현대백화점·신세계·이마트·홈플러스·GS리테일·BGF리테일·쿠팡·11번가·G마켓·위메프(티몬) 등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사 11곳의 최근 10년간 영업이익률을 조사한 결과, 2013년 대비 2023년 영업이익률이 개선된 업체는 쿠팡과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두 곳뿐이었다.

영업이익률이란 회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값으로, 높을수록 회사의 수익성이 좋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영업이익률 10%는 회사가 100만원의 매출을 올렸을 때 영업활동으로 얻은 순이익이 10만원이라는 뜻이다.

수익성이 악화된 9곳 중 4곳은 지난해 영업손실을 보며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가 됐다.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은 2013년 4.64%에서 지난해 -3.94%로, 11번가(2013년은 SK플래닛 자회사 커머스플래닛 기준)와 G마켓은 같은 기간 각각 1.21%, 7.2%에서 -14.53%, -2.68%로 전환했다. 위메프는 -48.37%에서 -74.01%로 마이너스 폭이 커졌다.

나머지 5곳도 적자를 보지 않았지만, 지표는 나빠졌다. 특히 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은 5.64%에서 1.24%로 가장 크게(78%) 줄었다. 현대백화점과 롯데쇼핑도 25.6%에서 7.2%, 5.26%에서 3.49%로 각각 71.9%, 33.7% 감소했다. 신세계는 19.2%(영업이익률 12.5%→10.1%) 감소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8.1%(3.35%→3.08%)로 수익성이 떨어졌다. 다만 BGF리테일은 수익성이 떨어진 9개사 가운데 감소폭이 가장 작았다.

반면 수익성이 개선된 쿠팡과 GS리테일은 각각 -0.3%에서 1.9%로, 3.29%에서 3.39%로 영업이익률이 올랐다. 종합하면 최근 10년간 대형 할인점의 수익성은 현저히 악화됐다. 편의점은 선방하고 있지만, 쿠팡을 제외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가 대체로 주춤했다.

업계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 도입과 1~2인 가구 증가, 쿠팡을 중심으로 한 이커머스의 성장을 유통시장의 1차 격변으로 지목했다. 2차 격변은 최근 중국계 이커머스가 국내 소매시장에 침투한 이후다.

지난 2012년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유통산업발전법’이 제정되면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은 자정부터 오전 10시 사이에는 영업이 제한됐다. 또 월 2회 공휴일 중 의무적으로 휴업을 하고 있다. 자유기업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소매시장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1.7%에서 12.8%로 8.9%P(포인트) 줄었다.

소형 가구가 늘면서 대형마트에서 한번에 여러 품목을 구매하는 대신 동네 편의점에 들러 필요한 제품을 사는 소비자도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인·2인 가구 비중은 각각 34.5%, 28.8%였다. 10개 가구 중 6~7개가 1~2인 가구인 셈이다. 2015년에는 1인 가구와 2인 가구가 각각 27.2%, 26.1%였다.

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성장도 유통시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로켓배송을 전면에 내세우며 성장한 쿠팡은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사의 영역을 잠식했다. 영업이익률이 증가한 두 회사에 쿠팡이 포함된 건 우연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매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은 2014년 21.5%에서 지난해 45%로 2배 넘게 확대됐다. 오프라인 할인점의 수익성은 더 악화됐다. 실제 오프라인 유통사들은 고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쿠팡의 선전’을 꼽았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소비가 오프라인 시장을 본격적으로 위협했다. 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 이후 1% 안팎에 머물렀고, 홈플러스도 3.3%에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사들도 시장 방어를 위해 이커머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롯데가 롯데온을, 이마트는 SSG닷컴과 G마켓·옥션을 통해 온라인 사업을 키웠다”면서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온오프라인 모두 경쟁력이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기존 이커머스가 모두 반사이익을 얻은 것은 아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국내 물류 인프라 구축에 투자한 쿠팡이 전체 이커머스 시장을 위협하는 모양새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쿠팡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2022년 10% 후반에서 지난해 24.4%까지 커졌다. 그 사이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쇼핑은 싱가포르 기반의 글로벌 이커머스 큐텐그룹에 팔렸다. 11번가는 SK그룹의 품을 벗어나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계 이커머스가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면서 국내 이커머스는 더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마저 위기감을 느낄 정도다. 오프라인 유통사도 중국계 이커머스가 야기할 거대한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유통사들은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과 점포 축소, 조직 개편 등 사업 효율화로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있다.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도 고심 중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초저가 전략과 식품 등 고객 경험을 앞세운 콘텐츠를 늘리고, 이커머스는 직구·역직구 강화와 물류 투자로 맞불을 놓는 분위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방식의 오프라인 소매업의 마이너스 성장이 계속되면 지각변동은 더 빨라질 것”이라며 “이커머스의 판은 더 커지겠지만, 중국계 이커머스가 저가 제품으로 영향력을 키우는 상황에서 종합몰 형태의 이커머스 역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imstar@heraldcorp.com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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