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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영 마곡사업장 금리협상 ‘안갯속’
3700억 추가대출 금리 놓고 입장차 ‘팽팽’
대주단 8% 통보에 시행사 7% 제시 난항
금융당국 “합리적 수준서 합의할 판 만들것”

워크아웃 진행 중인 태영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중 최대 규모인 마곡 CP4 사업장에 수혈할 추가 대출과 관련해 금리를 둘러싼 대주단과 시행사 간 줄다리기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금리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면 수천억원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마곡 사업장 같은 PF 사업장의 금리·수수료 갈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필요시 이해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마곡 CP4 사업장 공사비 조달을 위한 추가 대출 3700억원에 적용할 금리를 놓고 대주단과 시행사가 한 달 넘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양측이 원하는 대출금리를 최종 제시한 이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간극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곡 CP4는 마곡역 인근 마이스(MICE)복합단지 특별계획구역인 CP4 블록에 연면적 46만㎡(약 14만평) 규모의 복합시설을 조성하는 개발사업으로, 태영건설의 PF 사업장 60곳 중 최대 규모다. 8월에 시설이 준공되면 국민연금이 2조3000억원에 매입하기로 사전에 계약이 체결된 사업장이다.

태영건설은 시행법인인 ‘마곡 CP4 PFV’에 지분을 출자해 시행사 겸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사업 시행을 위해 기존에 1조5000억원 규모의 PF 대출을 받았지만, 현재 80% 정도 진행된 공사를 마무리하려면 대주단에서 사업비 3700억원을 더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

추가 대출에 대해 신한은행 등 대주단은 수수료 1%를 포함한 대출금리 9.5%를 책정했다가, 지난달 초 금리를 1.5%포인트 하향 조정해 최종 8%로 결정했다고 시행사 측에 통보했다. 기존 대출금리 수준인 5.57%를 요구했던 시행사 측은 지난달 말 공문을 통해 7%를 제안하기도 했으나, 이후 양측 간 협상에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태다.

시행사 측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높아지면 매달 갚아야 할 이자가 20억원 이상 많아질 수 있다며 대주단의 통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4월 중순 추가 대출에 대한 약정을 체결하면 4월 말께 대출 실행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그 전에 금리 관련 막판 협상을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태영건설은 선매입을 확약해 사업성이 좋은 마곡 CP4 사업장의 추가 대출금리 책정이 다른 사업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협의를 통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도급 대금을 발주자 직불 전환하며 상황이 안정된 협력업체들도 대출 지연에 따른 지급기일 지연 가능성에 불안해 하며 협상 상황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대출금리 관련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시공사가 공사를 중단해버리면, 다른 업체가 사업을 가져간다고 해도 실사만 최소 2년에 공사비도 2000억원 이상 더 늘어날 것”이라며 “과거 워크아웃 때는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못하게 될까봐 대주가 결국 1%대 금리로 대출을 해준 사업장도 있었다는데,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대주단이 전향적 자세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영건설 PF 사업장 중 유일하게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반포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 사업장은 대주단과 시행사 간에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추가 대출을 통해 공사비를 조달하려고 했지만, 주요 대주인 과학기술인공제회가 최우선 상환 순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해서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은 추가 자금의 변제 순위를 최우선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설상가상 과기공이 시행사·시공사 등 이해관계자에 대한 ‘접촉 금지령’까지 내려 협의 자체가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PF 사업장 현장에서 대출금리 관련 논란이 잇따르자 금융위원회는 PF 대출 금리·수수료 부과실태를 직접 점검하겠다고 나섰다. 가급적 시행사와 시공사, 대주단 등 이해관계자들이 자발적인 협의에 기초해 갈등을 해결하도록 유도하겠지만, 필요할 경우 이해조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장에 갈 때마다 대주단과 시행사간의 금리·수수료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며 “건설업계와 금융업계가 대화를 나눠서 합리적인 수준을 합의할 수 있게 판을 만들어 줘야겠다는 게 당국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식에 기초한 협의를 통해 괜찮은 사업장은 자금이 공급돼 돌아가게 해주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해당 부분을 금융감독원이 점검하고 필요하면 건설업계와 금융업계가 소통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달 초부터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을 대상으로 PF 금리·수수료 관련 현장점검을 진행 중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4월에는 실태를 파악해 우량 사업장은 걸맞은 신용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승연·홍승희 기자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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