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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물사업 매각 차질 없을 것, 미국 승인도 시간 문제”…‘완전체 대한항공’ 카운트다운 [비즈360]
EC,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조건부 승인’ 의미는?
인수자 찾기·마지막 美 심사가 통합 관건
美 심사 상반기 중 마무리…“화물사업 가치 충분”
“5개 항공사 앞세워 압도적 시장 지배력 확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단순히 두 항공사를 합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재편하고 항공 역사를 새로 쓰는 시대적 과업인 만큼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생각이다.”

조원태(사진)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공식화한 이후 매년 신년사를 통해 합병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양사 통합을 두고 “대한민국 하늘을 책임지고, 항공 산업의 새 지평을 여는 ‘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해 왔다.

4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며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항공사’ 출범이 현실화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지만, 대한항공은 이제 최종 관문까지 마지막 한 걸음만을 남겨두게 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경쟁당국(EC)은 전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조건부 승인’했다. 2021년 1월 EC와 사전협의 절차를 개시한 지 약 3년 만에 얻은 결실이다.

EC는 2단계 심층 조사까지 마친 뒤에도 지난해 5월 양사 합병 시 승객·화물 운송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심사 보고서를 냈다. 이후 같은해 8월 기업결합 승인 결정을 연기했다.

까다로운 심사로 정평이 나 있는 EC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양사의 합병은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유럽 4개 도시 노선(파리,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로마)의 운수권 및 슬롯(공항에서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을 티웨이항공에 이전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강도 높은 시정조치안을 EC에 제출했다.

EC는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이행을 전제로 기업결합을 받아들였다. 대한항공이 연말까지 시정조치안을 이행하면, EC는 최종 통합 승인을 내준다는 방침이다.

유럽 4개 노선에 대한 경쟁 제한 완화 조치는 어느 정도 진행 중이다. 신규 진입항공사로 지정된 티웨이항공이 올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4개 노선에 진입하도록 대한항공은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에 A330-200 항공기 5대 및 승무원들까지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매각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입찰 및 매수자 선정 등 작업을 이른 시일 내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화물사업 부문 인수 후보로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4곳이 거론된다. 선정된 매수인에 대한 EC 승인 절차를 거쳐 거래를 종결할 수 있으며, 이후에 실제 분리매각을 추진한다.

인수자 입장에서 5000억~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 금액과 기존 아시아나항공이 가진 1조원가량의 부채를 함께 떠안아야 하는 점은 부담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화물사업이 평소 시장에 잘 나오지 않는 매물이고, 연매출 1조원 규모의 ‘알짜 사업’인 만큼 인수자 찾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 관문인 미국의 승인도 넘어야 할 산이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미국에 설명자료 제출을 시작으로 신고서, 심층조사에 대한 자료 제출했다. 미국은 그동안 타국의 심사 추이 및 상황을 보며 지속 조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EU와 일본이 최근 승인으로 가닥을 잡은 만큼, 비교적 수월한 승인이 나올 것이란 분석이다.

대한항공은 올 상반기 중에는 심사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우려했던 화물사업 경쟁 제한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매각을 통해 해소하고, 여객부문은 아시아나항공이 운항 중인 로스앤젤레스(LA), 뉴욕, 하와이 등에 이미 국내 타 항공사가 진입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미국 국적사인 유나이티드항공 등이 통합에 부정적인 상황이라, 미국 법무부가 경쟁 제한을 이유로 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국내 항공업계는 변곡점을 맞게 된다. 36년간 이어져 온 양대 대형항공사(FSC) 체제는 막을 내리게 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결합하면 여객 부문에서는 세계 15위 이내, 화물 부문에서는 세계 10위 이내의 몸집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양사의 매출 합계는 20조원대에 이른다.

LCC 업계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결합한 ‘통합 LCC’가 출범하기 때문이다. 통합 LCC가 출범하면 현재 LCC 1위인 제주항공보다 규모가 커지게 된다. 현재 3사의 기체를 모두 합치면 55대로 제주항공(42대)보다 많다.

2개의 FSC와 3개의 LCC를 앞세워 대한항공의 시장 지배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5개사의 국제선 합산여객은 3335만여명으로, 전체 여객의 48.6%를 기록했다. 외항사 여객을 제외한 기준으로 보면, 5개 항공사의 합산 여객 점유율은 80%를 넘어선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합병이 승인될 경우, 장거리는 물론 단거리 노선에서도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되며, 가격 결정권 제고에 따른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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