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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라게에 소라가 없네?” 할말 잃게 만든 쓰레기의 정체 [지구, 뭐래?]
[출처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설마, 저게 플라스틱이야?”

소라게는 패각을 짊어지고 산다. 조개나 소라 껍데기 등이다. 그래서 이름부터 소라게다. 그 특이한 모습 때문에 남녀노소가 사랑하는 생물이다. 애니메이션에서도 단골로 나오고, 집에서 키우는 이들도 있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짊어지고 사는 소라게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전구 조각이나 플라스틱 뚜껑 등 인간이 바다에 버린, 혹은 바다까지 떠밀려온 쓰레기들이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집으로 삼아 살고 있는 것도 마음 아프지만, 연약한 피부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평생 붙인 채 사는 게 생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연구된 바가 없다. 어떤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지도 알 수 없다.

이 같은 연구는 폴란드 바르샤바대 연구팀이 진행했다.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실릴 예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소라게는 일반적인 게와 달리 약하고 긴 복부를 갖고 있다. 이처럼 취약한 복부를 보호하고자 외부의 껍데기를 사용한다. 일반적으론 소라 껍데기를 쓴다. 연구팀은 “소라게한테 껍질은 체력의 기본이며 생존과 번식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심지어 짝짓기를 할 때에도 껍질은 수컷의 특성을 반영하는 성적 신호로도 작용한다. 그만큼 소라게한테 껍질은 생존과 직결되는 보호막이다.

연구팀은 최근 인간이 버린 쓰레기에서 사는 소라게가 많다는 점에 착안, 이를 구체적으로 조사 연구했다.

[출처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출처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그 결과, 전 세계 총 16종의 소라게 중에서 10종의 소라게가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은신처로 사용하고 있었다. 386마리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걸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전했다.

가장 많이 쓰인 건 플라스틱 쓰레기였다. 84.5%를 차지했다. 그 뒤로 금속과 유리 결합(4.7%), 금속(5.4%), 유리(5.4%) 등의 순이었다.

플라스틱은 가장 널리 퍼진 해양폐기물로, 모든 해양폐기물의 약 85%를 차지한다.

[출처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소라 껍데기 대신 플라스틱 쓰레기를 선택하는 소라게가 향후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불확실하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기존 소라 껍데기보다 가볍고 운반하기 쉬운 건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기존과 달리 화려한 색깔을 가졌기 때문에 암컷에는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고, 껍질 무게가 가벼워진 것도 생존력이나 번식력에 변화를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플라스틱 쓰레기의 화학적 특성이 연약한 소라게의 피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심각하다. 미국 비영리단체 5대 환류대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바다엔 171조개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게로 치면 총 240만t에 이른다. 전 세계 바다를 떠돌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심각한 수준이다.

소라게뿐 아니라, 각종 해양생물이 바다에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로 피해를 입고 있다. 낚싯줄에 묶여 죽는 바닷새나 물개, 플라스틱 빨대에 찔려 죽은 바다거북 등이 지속적으로 느는 추세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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