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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만 되면 은행 악취에 다들 짜증” 악취 악당…놀라운 변신 [지구, 뭐래?]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가 부산 중앙대로변에 은행나무 열매가 떨어져 악취를 풍기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은행나무 한 그루에서 떨어지는 낙엽만으로도 포장재가 몇십 롤씩 나와요”

가을로 물드는 거리에서 감상을 깨는 불청객, 바로 은행나무 가로수다. 무더기로 떨어지는 낙엽과 열매가 짓이겨지면서 악취를 내뿜어서다.

돌아서면 쌓이고, 쓸어도 쓸어도 넘쳐나는 탓에 은행잎과 열매가 가을철 대표적인 쓰레기로 전락했다. 은행 열매가 길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나무에 수집망을 설치할 정도다.

그러나 쓰레기 취급을 받기에 은행잎과 열매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이들을 활용해 친환경 포장재를 만드는 스타트업이 있다.

지난해 10월 부산 도로에서 은행나무 열매 수거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

뉴로팩은 은행 잎과 열매를 활용해 비닐팩이나 종이 트레이 등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은행의 쓰임에 따라 이들의 제품은 ‘기능성 포장재’와 ‘친환경 포장재’로 나뉜다.

은행 잎과 열매에 있는 항균 성분을 천연 추출해 식품이나 화장품 등의 포장재로 쓸 수 있다. 특히 신선 식품을 상하게 하는 균류의 활동을 은행 추출물이 억제해 식품의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다는 게 뉴로팩의 설명이다.

항균 물질을 추출하고 남은 잎과 열매도 그대로 버리지 않는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휴지나 종이 용기의 원료인 펄프를 대체할 수 있다. 뉴로팩은 은행 등으로 기존의 종이 트레이 대비 펄프 비율을 10% 가량 낮췄다.

목재 원료 사용을 줄이는 데다 쓰레기가 될 뻔한 잎과 열매 등을 다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다. 가로수에서 떨어지는 은행 폐기물들은 소각이나 매립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단가 경쟁력도 갖췄다. 은행나무 한 그루에서 발생하는 잎이나 열매로도 너비 60㎝, 길이 6000m에 달하는 필름 수십 롤에 들어갈 만큼의 항균 추출물이 나온다고 한다. 뉴로팩은 연세대 미래캠퍼스, 수원시 등의 협조를 받아 은행 잎과 열매를 확보해 원료 구입 비용을 절감한다.

고의석 뉴로팩 대표는 “은행의 추출물이 들어가는 포장재가 일반 포장재 대비 0.1% 정도 단가가 올라간다. 만원짜리라면 10원 정도 올라가는 수준”이라면서도 “단가가 올라가는 데 비해 항균, 신선도 유지 등의 기능의 가치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은행 잎과 열매에서 추출한 항균 물질(왼쪽)과 추출 후 남은 부산물을 활용한 종이 트레이 [뉴로팩 홈페이지]

이들이 활용하는 건 은행뿐 아니다. 양식에 방해되는 해조류나 불가사리, 굴 껍데기 등 해양 쓰레기에서도 기능성 포장재의 가능성을 찾아냈다.

이 해양 생물들의 탄산칼슘은 생분해성 플라스틱(PLA)에 활용된다. 기존의 생분해성 플라스틱보다 내구성이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옥수수나 사탕수수, 감자 등을 생분해 플라스틱의 주 원료인 식량 자원을 아낄 수 있다는 효과도 있다.

굴 양식 과정에서 버려지는 굴 껍데기가 쌓여 있다. [경남도 제공]

이처럼 자연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활용할 수 있던 건 이들의 전문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뉴로팩에는 10년 이상 포장 분야에서 연구 개발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이 모였다.

기술력을 갖추는 동시에 산업 분야에 적용해 자연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게 이들의 포부다. 현재는 국내에서 식품 및 화장품, 농업 분야의 포장재를 기업간 거래(B2B)로 판매하고 있지만 향후 해외에서도 해당 지역에 문제가 되는 쓰레기들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뉴로팩은 2018년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에는 법인으로 전환했다. 4건의 국내특허 등록, 8건의 국내특허 출원, 4건의 해외특허 출원을 진행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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