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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한텐 일회용품 쓰면 과태료 내라면서” 공무원 회의는 일회용품 천지 [지구, 뭐래?]
김영미(왼쪽)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인구정책기획단 킥오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국민들한테는 일회용품 쓰지 말라고 홍보하면서….”

한번 마음 먹고 최근 정부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국회 등의 주요 회의 장면을 찾아봤다. 이유는 하나. 과연 이들은 일상 생활 속에서 일회용품을 근절하는 데에 동참하고 있을까.

자영업자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일회용컵을 못 쓰게 할 만큼 일회용품 절감은 국가적 과제다. 국민도 불편함을 감수하며 따르고 있다. 그럼 공무원들은 어떠할까?

19일 충남도청 상황실에서 열린 '국방 미래 첨단 연구시설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플라스틱 물병이 놓여있다. [연합]

최근 논란이 된 건 충청남도다. 충남도는 지난 8일 일상 속 탄소중립 이행을 확산하는 차원에서 탈(脫)플라스틱 정책을 선언했다. 열흘 간 계도 기간을 갖고 이후 도청을 비롯해 도의회, 직속 기관·사업소·출장소에서 일회용 컵 반입·휴대가 금지하기로 했다. 행사와 회의 때도 다회용품 사용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계도 기간이 끝난 지난 19일 충남도청사에서 진행된 여러 행사엔 어김없이 일회용품이 등장했다.

충남도청 상황실에서 열린 ‘국방 미래 첨단 연구시설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식’에는 각 자리마다 분홍색 뚜껑의 투명 페트병에 담긴 생수가 놓였고, 한쪽에는 불투명한 플라스틱 컵에 담긴 아이스 커피도 마련됐다.

같은 날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백제전 추진 상황 보고회’에는 팩에 담긴 생수가 올라왔다.

심지어 이날 행사 모두 테이블 위엔 머그잔이나 유리잔도 있었다. 일회용 생수병을 쓸 이유가 없던 셈이다. 그럼에도 일회용 생수를 사용했다.

이와 관련, 충남도 관계자는 “계도 기간이 끝났음에도 기존의 관행이 남아 일회용품을 사용하게 된 데 아쉬움이 크다”며 “앞으로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충남도만의 일도 아니다. 정부청사도 마찬가지다.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지난 1일 전국 13개의 정부청사에 입점한 커피전문점들에 2027년까지 다회용컵 순환시스템을 의무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정부청사 일회용컵 제로 2027 비전선포식’을 열었다.

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왼쪽)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와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물을 마시기 위해 생수통을 잡고 있다. [연합]
1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인구정책기획단 킥오프 회의 책상에 자리마다 일회용 생수병이 놓여 있다. [연합]

그럼 그 이후엔 변했을까? 이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회의들을 살펴봤다. 회의 때마다 어김없이 일회용 생수병은 등장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전원 회의에서는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들이 매번 생수병을 따며 사용했고,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인구정책기획단 회의 역시 각 자리마다 생수병을 비치했다.

생수병만 놓여있으면 그나마 다행. 개별적으로 일회용 생수병을 제공하면서 일회용 종이컵까지 함께 제공되는 경우도 다수였다.

지난해 12월 9일 정부서울청사 통일부에서 열린 제2차 북한인권정책협의회 회의 책상위에 종이컵들이 놓여 있다. [연합]

더 심각한 건 환경과 기후위기를 논하는 자리에서조차 일회용품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지난 4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00년간 기상 데이터로 본 기후위기, 대응 과제는?’ 제2회 국가현안 대토론회. 기후위기를 분석하고 대응책을 모색하는 자리에도 어김없이 일회용 플라스틱병과 종이컵이 등장했다.

지난 4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00년간 기상 데이터로 본 기후위기, 대응 과제는?’ 제2회 국가현안 대토론회 자리에 일회용 생수병이 올려져 있다. [인터넷 캡처]

국무회의는 물이 담긴 유리잔이 각 자리에 놓이고 있다. 외국 정상이나 사절단을 맞이하는 자리에서도 머그컵이나 유리잔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무회의에선 일회용 생수병이 아닌 유리컵이 사용되고 있다. [연합]

정부는 국민을 대상으로 다회용컵, 텀블러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회의에서 개인용 컵을 지참하는 민간기업들도 늘고 있다.

최근 정부부처나 지자체 회의 장면 중에서 개인 텀블러 사용이 확인된 사례도 있었다. 환경부 주재 회의나 행사 등이다. 대부분 공무원들이 개인 텀블러를 사용했고, 개인 텀블러가 없는 자리에는 스테인리스로 된 컵이 비치돼 있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경우 여러 회의에서 흰색 몸통에 투명한 뚜껑의 텀블러를 반복해 사용하고 있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2월 1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4차 환경규제혁신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책상 위엔 한 장관이 소지한 텀블러가 놓여져 있다. [환경부 제공]

현재 민간에선 일회용품 사용 금지는 권장 수준을 넘어 강제하는 수순이다. 과태료까지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24일부터는 식음료를 판매하는 카페와 음식점 등 식품접객업에서 일회용 컵, 빨대 등의 사용이 금지됐다. 1년의 계도 기간이 끝나는 11월부터는 일회용품을 사용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일회용컵에 음료를 판매할 경우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더 받도록 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전국 확대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먼저 시범 도입된 세종시와 제주도에서는 제도 참여를 거부하는 카페 점주들과 갈등이 극심했다.

특히 제주도는 지난 7일부터 일회용컵 보증금제 미이행 매장에도 과태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단속은 신고제로 이뤄지며 1차 50만원, 2차 150만원, 3차 300만원 등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보증금제 적용 대상인 도내 프랜차이즈 매장은 총 482곳이다. 도는 2차례 점검을 통해 제도 참여를 선택한 끝에 1곳의 매장만 제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플라스틱 절감을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건 불가피한 흐름이다. 규제를 통해서라도 플라스틱을 절감해야만 하는 시급함 때문이다. 그렇게 국민은 자의타의로 플라스틱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여전히 회의장에 버젓이 일회용 생수병을 올리는 정부, 지자체도 진정 동참하고 있는걸까.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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