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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같은 전세금 좀 돌려주세요”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역대 최다 [부동산360]
임차권 등기 1년전보다 4배↑
수도권 비중 82%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도심의 빌라들의 모습. 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내달 전세 만기가 돌아오는 A씨는 몇 달 째 집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 보증금을 받을 길이 요원한 상황이다. 보증금 전부가 은행 대출로, 이자까지 지불해야 하는 A씨는 만기가 되자마자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예정이다. A씨는 “이자가 계속 나가니 보증금을 하루 빨리 받아야 한다”면서 “만기 직후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려고 신청 서류 등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신청한 임차권등기명령이 급증하고 있다. 임차권등기명령이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규정된 권리로, 임대차계약이 만료 된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 임차인이 단독으로 등기를 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임차인은 임차권등기명령을 함으로써 이주 시에도 대항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15일 대한민국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신청된 임차권등기명령 건수는 3484건으로 나타났다. 1년 전(851건)과 비교하면 4배 가량 증가한 수치로 역대 가장 많은 신청 건수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산 갭투자자들이 금리인상과 집값 하락이 동시에 일어나자,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지역 주택 구입 형태 가운데 갭투자 비율은 2021년 4월 52%까지 상승했다. 통상적인 만기(2년)를 고려하면, 갭투자 비율이 높았을 당시 전세 계약한 세입자들의 만기가 돌아오는 시기인 것이다.

특히 지난달 임차권등기명령은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큰 폭으로 늘었다. 서울의 경우 2월 802건에서 지난달 1083건으로 280여건이 늘었고, 경기도 역시 같은 기간 747건에서 1039건으로 300건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임차권등기명령에서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1년 전 68.3%에서 지난달 82.8%로 커진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만 주택 283채를 구입한 뒤 전세 보증금 31억6800만원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빌라왕’과 지난 2월 인천과 경기도 등 수도권 일대에 주택 2700여채를 보유한 이른바 ‘미추홀구 건축왕’ 등 사태가 연이어 터지며 전세 보증금을 받지 못한 수도권 세입자들이 법원으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은 계약 만료 이전에는 할 수 없고 만료일 이후부터 신청할 수 있다. 이사를 원하는 임차인은 임차권등기가 됐는지를 반드시 확인하고 이사를 나가야 한다. 또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돼 앞으로는 임대인에게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이 고지되기 전에도 임차권 등기 절차 개시가 가능해질 예정이다. 이 신설 조항은 개정안 공포 후 6개월 뒤부터 시행된다.

한편 정부는 국토부와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법률지원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고통의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미추홀구 건축왕 피해자인 2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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