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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주택자도 LTV 최대 30%...부실PF에 1조 펀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임대업자 규제지역 주담대 허용
자영업자 저금리 대출로 대환
일정 한도 가계신용까지 포함
취약층 긴급생계비 대출 도입
고금리 기조에 부동산 시장의 극심한 거래 절벽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4분기 직전 거래가보다 하락한 가격에 팔린 비율이 서울과 전국에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이달 15일 기준)를 토대로 각 거래 건별로 동일 아파트 단지, 같은 면적 물건의 직전 거래가 차이를 분석한 결과 올해 4분기 직전 대비 5% 이상 거래가가 하락한 서울 아파트 비율은 51.6%로 집계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

급락하는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또 풀기로 했다. 먼저 다주택자 대출을 허용하는 등 시장에 돈이 돌도록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 집값 하락이 금융시장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지원도 이뤄진다. 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통을 짊어진 자영업자에 대한 빚 부담도 줄여준다. 7%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대환해주는 대상에 가계대출도 포함해 사업자대출을 다 끌어다쓰고 신용대출까지 받아 생계를 꾸렸던 이들의 숨통을 트여주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이와 함께 올해 상반기 중으로 금산분리 제도 개선 방안과 온라인 예금·보험 비료 추천 플랫폼 시범 운영도 추진하기로 했다.

▶다주택자도 대출 받을 수 있어...1주택자 LTV완화도 검토=지난 30일 금융위 업무보고의 골자는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다.

문재인 정부는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대출을 막아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꾸준히 이어갔다.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시가 9억원 초과)을 보유한 1주택자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시행했고, 초고가주택(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선 아예 대출을 받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자, 정부는 작년 집값과 상관없이 1주택자의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50%로 올리는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에 나섰다.

올해는 대출 문이 더 확대된다. 금융위는 아예 막혀있던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을 LTV 30%까지 허용키로 했다. 주택임대·매매업자에 대한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도 LTV 30% (비규제지역은 LTV 0→60%)까지 올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능력이 되고 부채를 갚을 수 있다면 충분히 (대출)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이런저런 이유로 꽁꽁 막아놓으면 돈이 안 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잉 부채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및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1주택자 LTV도 추가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PF 지원하고 부실 사업 정리해 금융시장 안정 도모=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인해 회사채 시장까지 경색되자, 이에 대한 대책도 내놨다. 우선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없도록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는 신규발행채권담보부증권(P-CBO) 지원범위와 한도를 높인다. 여전사 P-CBO 지원대상은 신용등급 A-에서 BBB-이상으로 확대하고, 대기업 계열한도를 4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늘린다.

부동산 시장 악화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부동산PF 부실에도 대비한다. 부실 우려가 있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대주단 자율정리를 추진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와 민간이 총 1조원 규모의 ‘부실 PF 매입·정리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밖에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40조원 이상 시장안정프로그램도 가동한다.

은행권에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을 신설해 기업부실을 금융권이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기로 했다.

▶자영업자, 빚부담에 무너지지 않도록 ‘저금리 대환’ 확대=자영업자들의 연 7% 이상 고금리 대출 이자 부담을 줄이는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도 범위를 넓힌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서 전체 자영업자로 대상을 확대하고, 한도도 5000만원에서 1억원(법인 최대 2억원)으로 늘어난다. 특히 사업자 대출로 한정됐던 대환 대상 대출을 일정 한도의 가계신용대출까지 넓힌다.

또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층의 자금난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생계비 대출이 오는 3월 도입된다. 연체 여부와 상관없이 최대 100만원을 하루만에 대출해주는 제도다.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저신용 취약층이 이용할 수 있다.

저신용 청년이 이용할 수 있었던 이자감면 제도 대상도 전 연령층으로 확대한다. 연체 30일 전이라도 이자율을 30~50% 줄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기초생활수급자나 고령자 등 상환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한 차주는 90일 전이라도 원금 감면 등의 채무조정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 ‘깜깜이 배당’ 사라진다...자사주 매입시 목적공시 강화=앞으로 배당 규모를 모르고 진행했던 ‘깜깜이 배당’이 사라진다. 또 기업의 자사주 매입시 목적에 대한 공시도 강화,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 사례도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은 배당액을 먼저 정한 뒤 배당 기준일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연말에 배당 기준일을 결정한 뒤 보통 이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액이 결정돼 투자자로서는 배당을 얼마나 받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주식을 매입해야 하는 불확실성이 있었다. 이에 금융위는 배당금을 선제 결정한 뒤 배당 받을 주주를 정하도록 제도를 정비, 투자자가 배당을 얼마를 받을지 인지한 상태에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경영권 방어용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기업의 자사주 매입에 대한 취득·처분 목적 공시도 강화한다. 미국 등 글로벌 기업들은 매입한 자사주에 대해 대부분 소각을 진행, 주가 상승과 배당 확대를 통해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고 있다. 자사주 매입 목적을 명확히 밝히라는 것은 사실상 소각을 유도, 최대주주 지배력 강화 용도로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성연진·서경원 기자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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