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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대통령은 왜 사과에 인색할까?[정치쫌!]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 헌화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어떤 공개 사과는 사과한 사람이나 기관의 이미지를 도리어 더 높여주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작용하는 반면 어떤 공개 사과는 사태를 오히려 더 악화하는 불쏘시개나 기름 구실을 한다.” 에드윈 L. 바티스텔라의 〈공개 사과의 기술〉에 나오는 글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참사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사과를 했다. 전날 오후 윤 대통령은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에 추모사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야당은 매일같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국민의 안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유다. 결국 윤 대통령은 참사 6일 만에 사과를 했다. 앞서 '비속어 논란'에 휩싸였던 윤 대통령은 야당의 사과 촉구를 끝내 외면했다.

대통령의 사과는 ‘사적인 사과’가 아닌 ‘공적인 사과’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국민을 상대로 한 사과다. 〈공개 사과의 기술〉에 나오는 분석과 같이 대통령은 본인의 사과가 어떤 정치적 결과를 가져올 지 심사숙고 할 수 밖에 없다. 비속어 논란이 한창일 때 사과하지 않았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로 떨어졌다. 윤 대통령이 사과 여부를 놓고 정무적 판단이 부족했거나 정무적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뒤늦은 이번 사과도 그간의 정국 상황과 여론 동향을 살피고 내린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무적 판단 외에 윤 대통령의 정체성 자체가 사과에 인색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27년을 검사로 보냈다. 수사 과정에서든 법정에서든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이는 검찰은 어떤 정부기관보다 사과에 인색한 곳으로 유명하다.

최근 기자를 만난 법조계 출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리 공방에서 사과를 한다는 것은 스스로 재판을 포기한다는 의미와 같다”며 “법리 공방의 중심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온 대통령은 법적인 잘못이 명확해지기 전에는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이 몸에 뱄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검찰 생활로 법리 공방에 익숙한 대통령이 정치적, 도의적 차원에서 사과를 하는 것이 아직은 어색할 수 있다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법의 잣대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다양한 사회 문제를 법리적인 시각으로만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강민정 의원은 최근 당 회의에서 “대통령실마저 경찰에게 권한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장관의 발언을 두둔했다”며 “법 맹신론자, 법 기술자의 얄팍한 태도이고 평생 법 공부만 하고 법만 다루며 살아온 검찰 출신 대통령이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사실조차 이해 못 한다”고 비판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사과에 앞서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오른 이상민 장관도 판사 출신이다. 이 장관을 향한 비판 역시 윤 대통령을 해석하는 시각과 비슷하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한 칼럼에서 “이상민 장관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이번 참사의 원인과 관련해서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마치 재판에서 조금이라도 '법적인 틈'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국무위원에게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국가 애도 기간으로 잠시 중단된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doorstepping·약식 회견)은 지난 5월 취임 후 59번 열렸다. 윤 대통령은 오전 외부 일정이 있는 날을 제외하곤 거의 매일 취재진을 만났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이제 용산의 아침을 여는 일상이 된 셈이다.

한 언론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발언을 전수 분석(10월 31일 기준)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113번), ‘국민’(99번), ‘정부’(78번)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썼다. 이어 ‘법’(74번), ‘경제’(63번) 등 순이다. 특히 대통령은 법률가 출신인 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 ‘원칙’ ‘법치’라는 단어를 즐겨 썼던 것으로 분석됐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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