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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과 與, 이재명 등 야권 향한 ‘강경 모드’엔 다 이유가 있다[정치쫌!]
여권, ‘협치 보다는 지지층 결집 먼저’ 판단한 듯
중도층 소구는 이완된 핵심 지지층 복원 후에나?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야권발 ‘한동훈 술자리’ 의혹 등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1.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5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자리에서 ‘이XX’ 발언에 대한 야당의 사과 요구를 거부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그대로 지나쳐 본회의장 한 쪽이 텅 빈 채 ‘반쪽짜리’ 시정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와의 사전 환담에서도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사과 요구를 받고 “사과할 일은 하지 않았다”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엔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이 국회를 찾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통해 ‘대통령이 사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윤 대통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 국민의힘도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야권을 향한 사정기관의 대대적 수사·감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민주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국정감사 후속조치 점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감에서 드러난 지난 정권의 적폐라든지 잘못된 정책들을 모아서 국감백서와는 별개로 책자로 발간하기로 했다”고 했고,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민주당을 향해 “아예 당명도 ‘이재명 방탄당’으로 바꾸는게 나을 것”이라며 민주당의 ‘정치 보복’ 프레임을 직격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민주당의 주인은 이재명이고,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은 이재명의 사병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28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구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

원내 과반 의석의 제1 야당인 민주당을 향한 정부·여당의 태도가 심상치 않다. 통상 여소야대 정국에서 ‘협치의 제스처’는 정부여당이 먼저 내민다. 국정 운영을 하려면 국회에서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나 국민의힘은 경색된 여야 관계를 풀어갈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강하게 맞서 싸우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권의 이 같은 ‘맞불 모드’가 지지층 결집을 우선시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협치 실종’의 책임이 민주당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8일 SBS라디오에서 “저희들은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를 제외한 다른 민생 법안이나 이런 부분, 예산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하고 또 거기에 대해서 대안을 마련해갈 수 있는 문을 열어놓고 있다”며 “그런데 (민주당이) 자꾸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모든 것을 연결시키니까 협치가 안 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게 무엇이냐. 검찰 수사 중단하고 비리 범죄 없던걸로 해달란 것이냐. 무엇을 원하는지 얘기해보라”고 쏘아 붙였다.

반면, 민주당은 현재 이 대표와 측근들, 문재인 정권 인사 등 야권을 겨냥한 사정기관의 수사·감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와 관련해서는 ‘대장동 특검’ 카드를 들고 나왔다.

민주당으로서는 이 대표를 겨냥한 불법 대선자금 의혹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나오거나, 검찰의 공소장에 혐의 입증을 시사하는 강력한 증거가 포함되거나, 향후 법원의 1심 재판 결과 유죄가 나올 때까지 ‘강경투쟁’ 단일대오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 수사가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옮겨붙은 만큼 이 대표와 당이 이미 ‘한 배’를 탔고, 당내 친문(친문재인)들도 위기 속에 힘을 합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오전 대구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관리사무소 건물 5층에서 진행된 화재 피해 상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 같은 처지를 모를 리 없는 정부여당이 야당을 더 강하게 몰아 붙이는 데는, ‘범죄 혐의와 타협없는’ 모습으로 핵심 지지층 결집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야당에 무언가를 양보하는 듯한 ‘협치’ 그림을 그려서 실익을 얻고, 중도층에 소구하는 작업은 뒤로 미룬 셈이다.

실제로 그동안 국민의힘의 의원들 사이에서는 “지역구에서 만나는 우리 당 핵심 지지층들은 ‘문재인·이재명 비리 수사 빨리빨리 안 하고 대체 뭐하고 있느냐’는 식의 질타가 많다”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보수 핵심지지층들은 검사 출신으로 공정과 정의를 앞세워온 윤 대통령에게 ‘신(新) 적폐청산’을 바란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등락엔 이 같은 핵심 지지층의 실망감·기대감이 반영됐을 수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 28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긍정 30%, 부정 62%)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최근 윤 대통령 직무 긍정률 오르내림은 주로 60대 이상,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비롯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대선 때 투표장에 나서지 않은 사람들까지 감안하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일단 37~38%선 까지만 복원해도 윤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지지층 대다수가 돌아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총선이 다가오는 만큼 중도층 잡기도 서둘러야겠지만 일단은 이탈했던 기존 지지층을 확실히 복원하는 게 우선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 강 대 강 대치가 계속되면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의 힘을 쓰려고 할 것이란 점도 국민의힘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부분이다. ‘거대야당의 발목잡기’ 프레임을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었어도 국정 철학에 맞춰 법 하나 쉽게 바꿀 수가 없으니, 국회 권력을 교체해달라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보내는 셈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꽉 막힌 내년 예산안 처리 정국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가 여당 내 감지된다. 예산 통과가 늦어질수록 ‘민주당이 예산도 발목잡네’라는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이 ‘대장동 특검법’을 비롯한 각종 당론 법안의 단독 강행처리를 시도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 초선 의원은 “지지율과 총선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활용해 힘자랑을 할수록 솔직히 우리로서는 ‘땡큐’”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같은 ‘입법독주’ 프레임에 재차 갇혀 중도층 민심을 제 발로 차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에 참석,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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