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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락한 실거래가 알아 보니 직거래 수두룩…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 하락 원인? [부동산360]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빠진 아파트 실거래가
급매물, 직거래가 실거래가지수에 더 많이 반영
‘정부 공인통계와 KB시세와도 크게 달라
“거래량 차이가 만든 착시 가능성 있어”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하락세가 무섭다. 한국부동산원이 17일 공개한 ‘8월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 자료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2.56% 떨어져 7월(-3.94%)에 이어 두 달 연속 내려앉았다. 이로써 1~8월 누적 변동률은 –6.63%를 기록했다. 이는 부동산원이 2006년 실거래가지수 조사를 시작한 이래 동기 기준 가장 큰 낙폭이다. 집값 폭락 시기로 통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준보다 하락폭이 크다는 이야기다. 1~8월 기준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했던 2010년(–5.89%)이나 2012년(–5.38%)에도 6% 이상 떨어지지 않았다.

현재 집값 상황이 정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준만큼 심각한 것일까?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도심의 아파트 단지들의 모습. 박해묵 기자

▶압도적 거래량 차이...착시 가능성?=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실거래가 기준 집값이 하락한 해는 2008년(-10.21%), 2010년(-3.16%), 2011년(-2.97%), 2012년(-7.31%)이다. 2009년엔 금리인하와 각종 규제완화책으로 오히려 21.21%나 반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거래량이 여전히 많았다. 2008년 한해 거래량만 5만7303건이나 됐고, 2011년에도 5만4641건으로 5만건이 넘었다. 2010년(4만4515건)과 2012년(4만1079건)도 4만건 이상을 기록했다. 이 시기 월평균 거래량은 4115건이었다.

그런데 지금 아파트 거래량은 역대 가장 적다. 올 1~8월 서울 아파트 총 거래량은 9221건에 불과하다. 월평균 1152건에 불과하다. 7월(644건)과 8월(673건)엔 역대 처음 월간 기준 1000건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지금 추세면 9월과 10월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집값이 가장 많이 하락했던 때와 비교해 거래량이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거래량이 적다는 건 착시 가능성을 높인다. 이런 경우다. 서울 광진구는 지난 2분기에만 6.63%나 하락해 서울 25개 구 가운데 실거래가 하락폭이 가장 컸다. 주목할 건 광진구 아파트 실거래가 역대 최저라는 사실이다. 8월만 보면 아파트 실거래 건수가 11건에 불과했다. 이중 ‘직거래’ 건수만 4건이다. 자양동 ‘우성1차’ 전용면적 69㎡는 7억원(8층)에 계약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직전 실거래가(9억9700만원~10억5000만원)와 비교해 3억원 정도나 낮은 직거래다. 이렇게 중개업소를 끼지 않은 거래는 보통 시세보다 20~30% 낮은 가격으로 거래돼 상속이나 증여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된다.

거래량이 많지 않은 가운데, 급매물과 직거래 비중이 높으면 당연히 실거래가 추이는 급락하는 것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주택거래량이 늘어나면 언제든 다시 이전 가격으로 돌아간다. 정상적인 시장 가격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따로 노는 실거래가와 정부 공인 집값 통계= 실거래가 통계가 정부가 정책을 만들 때 기준으로 삼는 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동향’이나 금융권에서 대출 기준으로 삼는 KB국민은행의 ‘KB시세’와도 차이가 크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 1~8월 서울 아파트값은 –0.92% 변동률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 시세 기준으로는 0.53% 변동률로 올해 누적치로 아직 마이너스가 아니다. 실거래가격 변동률이 공인 시세 하락폭보다 7배 이상 크며, KB시세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세부 지역별로 격차가 큰 곳이 많다. 서울 중랑구 아파트 실거래가는 올 2분기 전분기 대비 4.22%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부동산원 시세로는 –0.1%, KB시세로는 0.2% 변동률을 기록한 것과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고가로 거래된 아파트 몇 건이 전체 실거래가 지수를 끌어올리면 요즘 시장 상황에서도 집값이 급등하는 것처럼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공인 집값 흐름이 실거래가와 완전히 따로 놀고 있다는 이야기는 쉽게 넘어가야할 문제가 아니다. 어떤 지표를 믿느냐에 따라 주택시장에 대한 판단이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재국 책사컨설팅 부동산연구소장은 “일반적으로 실거래가격 지수는 공인중개업소의 호가 중심으로 작성하는 부동산원 공인 시세나 KB시세 보다 더 시장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되지만, 요즘처럼 거래량이 적어 특정 거래 건이 더 크게 통계에 반영될 경우 착시 가능성이 커진다”며 “일반적인 지표는 참고만 하고, 지역이나 단지별로 세부적으로 따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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