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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진의 현장에서] 취임 100일간의 인사실패

“정치적 득실을 따져서 할 문제는 아니다.”

취임 100일 만에 국정지지율이 20%대에 고착화돼 반등할 줄 모르고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가 들끓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대답은 정치적 득실을 따지지 않겠다는 ‘빈 구호’였다. 대신 대통령은 “휴가기간 나름 생각해놓은 게 있고, 국민을 위한 쇄신으로서 꼼꼼하게, 실속 있게, 내실 있게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힌 16일 대통령실 교육비서관 교체 소식이 들려왔다. 이로써 전면적 쇄신보다 소폭 변화에 방점을 둔 대통령 심중이 드러났다.

이에 정치권에선 앞서 사실상의 경질이었던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퇴와 교육비서관 교체와 더불어 김은혜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을 홍보 라인에 투입하는 등 ‘보강’에 중점을 둔 개편 방향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거론됐던 김대기 비서실장 등 핵심 참모 라인 교체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적 득실’을 재지 않는다는 대통령은 그렇다면 과연 어떤 인사 원칙을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정부의 인사정책은 검찰 편중 인사라는 비판을 들어왔고, 대통령실에선 사적 채용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심지어 ‘윤핵관 원칙’일 뿐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

잇따른 교육·보건복지부 장관 인선 낙마 또한 검증 참패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의 원칙 없는 인사는 이미 처음부터 예고된 바 있다. 지난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차 내각 인선을 발표할 당시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치중 인사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윤 대통령은 “선거운동 과정부터 할당이나 안배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각 부처를 가장 유능하게 맡아서 이끌 분을 찾아 지명하다 보면 결국은 대한민국 인재가 한쪽에 쏠려 있지 않아 지역이나 세대, 남녀 모두 균형 있게 잡힐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당시에도 진영을 넘어선 통합 행보나 지역 안배와 같은, 당선인의 ‘정치적 수완’을 의심하는 눈빛이 많았다. 당선인 대변인이었던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인선 기준은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유능함, 직을 수행할 수 있는 실질적 능력이다. 성별, 지역, 연령에 따른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안배 없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다만 그 원칙은 얼마 가지 않아 깨졌다. 다음달 윤 대통령은 3명의 여성 장·차관을 한꺼번에 지명하며 여성 안배를 각별히 신경 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당시 지명된 박순애·김승희 후보자 모두 결국 낙마하며 무의미한 일이 됐다.

몇 주째 이어지고 있는 20%대 지지율은 당연한 결과로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득실을 따지며 쇄신하지는 않겠다는 말은 도리어 대통령 자신의 정치적 토대를 깎아들어가는 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말로 바뀌어 읽힐 수밖에 없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17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은 최고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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