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현(現) 부통령인 윌리엄 루토(55) 후보가 15일(현지시간) 케나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당선증을 받고 활짝 웃고 있다. 루토 후보는 50.49%의 득표율로 48.85% 득표에 그친 야당 지도자 출신 라일라 오딩가(77)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지난 9일(현지시간) 치러진 뒤 개표 결과 발표가 일주일 가까이 지연됐던 아프리카 케냐 대통령 선거에서 윌리엄 루토(55) 후보가 박빙 승부 끝에 당선됐다.

케냐 선거관리위원회는 15일 현 부통령인 루토 후보가 50.49%의 득표율로 오랜 야당 지도자 출신의 라일라 오딩가(77)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퇴임을 앞둔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이 지지한 오딩가 후보는 48.85% 득표에 그쳤다.

루토 당선인은 국민들이 과거처럼 출신 종족 테두리에 안주하지 않고 이슈 중심으로 투표에 임했다고 평가하면서 “이제 뒤돌아보지 말고 미래를 보고 나아가자”고 말했다.

케냐 대통령 선거에서 현(現) 부통령인 윌리엄 루토(55) 후보의 승리가 확정된 15일(현지시간)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루토 후보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AP]

투표일 이후 거의 일주일이 되도록 개표 결과 발표가 지연되면서 지난 2007년, 2017년 선거 후 폭력 사태를 경험한 케냐 국민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증폭됐다.

이날 선관위 공식 발표에 앞서 7인의 선거관리위원 중 부위원장 등 4명이 투표 결과를 취급하는 과정이 불투명한 탓에 결과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혀 혼란이 빚어졌다.

오딩가 후보 측도 결과를 검증할 수 없다면서 ‘선거 위반’을 주장하기도 했다. 오딩가 후보는 선관위 발표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오딩가 후보의 러닝메이트 마사 카루아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며 법적 조치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15일(현지시간) 케냐 대통령 선거에서 현(現) 부통령인 윌리엄 루토(55) 후보의 승리가 확정된 가운데, 박빙 승부 끝에 낙선한 야당 지도자 라일라 오딩가(77) 후보의 고향 키수무에서 한 오딩가 후보 지지자가 타이어 더미가 불타고 있는 교차로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오딩가 지지자들이 선관위 공식 발표 수분 전 단상에 몰려들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으나 무장 군인들이 질서를 회복했다. 케냐 선관위는 5년 전과 같은 조작 시비가 불거지지 않도록 온라인으로 투표소별 4만6000건 이상의 개표 결과를 공개하는 등 투명성에 조첨을 뒀지만, 공표 시한 직전 여론조사 결과와 다른 개표 결과가 나오며 혼란이 더 커졌다. 와풀라 체부카티 선관위원장은 "나는 헌법에 따라 의무를 다했다”고 말했다.

선관위 발표 후 오딩가 후보 출신지인 키수무에선 지지자들이 회전교차로에서 타이어를 불태웠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대응했다. 오딩가 후보에 대한 인기가 높았던 수도 나이로비 빈민가에서 벌어진 시위에선 경찰이 실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15일(현지시간) 케냐 대통령 선거에서 현(現) 부통령인 윌리엄 루토(55) 후보의 승리가 확정된 가운데, 박빙 승부 끝에 낙선한 야당 지도자 라일라 오딩가(77) 후보 지지 성향이 강한 수도 나이로비의 빈민가에서 경찰들이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는 모습. [EPA]

루토 당선인은 유세 과정에서 초대 정·부통령 아들인 케냐타 현 대통령과 오딩가 후보 같은 ‘정치 귀족’과 달라 자신은 거리에서 치킨을 팔며 자수성가한 사람이라 호소하며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을 펼 것이라 주장해왔다.

평소 루토 당선인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해상·육상 실크로드) 투자의 일환으로 2017년 완공된 후 적자 운영으로 애물단지가 된 표준궤도철도(SGR)에 대해 계약서를 국민에 공개하고 불법 체류 중국인을 내쫓겠다고 한 바 있다. 세계은행을 제외하고 케냐의 최대 채권국으로 떠오른 중국과 ‘거리 두기’에 나설 것임을 공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