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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코 하청 근로자 직고용 ‘후폭풍’…인건비만 수조원, 자회사 설립 이어지나 [비즈360]
직고용 인정 분위기에 제조업 부담 커져
2만여명 정규직화 예고…줄소송 가능성
현대제철 자회사 설립·고용 사례 화두로
직고용 위한 자회사 설립 화두로
임금·복지 대우 문제…‘노노갈등’ 여지도
포스코 협력업체 직원들이 지난 28일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제공]

[헤럴드경제=정찬수·문영규 기자] 포스코의 협력업체 근로자 59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불법파견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손을 들어주면서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직고용 여파로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조 단위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기업 경쟁력 약화와 일자리 불안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직고용을 위한 관련 자회사 설립이 업계의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는 지난 28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협력사 직원들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청이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포스코의 제품 생산과정과 조업체계가 전산관리시스템(MES)에 의해 관리되는 상황에서 하청 근로자가 해당 시스템을 통해 작업했으며, 이는 사실상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직고용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법원은 작년 7월에도 현대위아 사내 하청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도 사내 하청 직원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대법원이 직고용의 범위를 넓게 인정한 것으로, 향후 소송에서도 같은 판결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포스코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판결문을 검토해 후속 조치를 이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이번 판결로 포스코에서 근무하는 대규모의 하도급 근로자를 어떤 방식으로든 직접 고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현재 대법원과 하급심에서 유사한 소송 7개를 진행 중이다.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의 상고심을 앞둔 현대차, 기아, 한국지엠, 현대제철, 삼성전자 등 제조업계 전반에서도 긴장감이 감지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도급계약의 성질과 업무 특성, 산업생태계의 변화,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치 못했다”며 “유사한 판결이 이어질 경우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의 비정규직 규모는 정규직·무기 계약직 직원과 맞먹는 1만5000명, 현대차와 기아는 3000명을 웃돈다. 현재 직고용 소송이 진행 중인 기업이 모두 패소한다고 가정하면 1인당 평균 연봉 기준 포스코 1조7000억원, 현대제철 5530억원, 현대차·기아 3000억원 등 2조원을 웃도는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울산시 북구 현대차 정문에서 1조 근무자들이 퇴근하고 있다. [연합]

삼성전자 역시 협력사 직원이 동일한 생산관리시스템을 이용하는 만큼 업무를 분리하는 등 철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반도체 라인 등에서 하청에게만 별도로 부여되는 업무를 따로 분리하고 업무를 전달할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계약 당시부터 명시하고, 점검·관리 중이다. 협력사 직원은 직접 제조가 아닌 설비 세정, 청소 등 관리 업무 등에 투입되고 있다.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 2019년 7400명을 직접 고용한 이후 현재 3심을 진행 중이다.

업계는 협력업체 직원을 직접 고용하는 자회사 설립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하청 근로자를 고용하더라도 정규직 수준의 임금 및 복지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다. 실제 현대제철은 지난해 50일에 걸친 비정규직지회의 불법파업 이후 당진제철소와 인천·포항공장에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 임금의 80% 수준으로 협력사 직원을 직접 고용했다. 다만 금속노조가 자회사 설립에 반대하고 있고, 자회사 정규직 전환을 거부한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의 사례를 고려하면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반대 의견도 감지된다.

노노(勞勞)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가 판결 직후 불법파견 추가 소송단에 참여한다고 밝힌 만큼 사내 또는 협력사 노조와 충돌할 여지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갈수록 험난해지는 임단협 논의 과정에서 하청 근로자의 직고용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도급은 민법에서 보장한 계약인데 중간에 계약 이행 부분을 확인하지 못하면 사실상 도급은 적용하기 어렵다. 정당한 업무지시가 어디까지 인지도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며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여러 생산방식을 활용한 것인데 이런 부분이 막히고 직고용 부담이 증가한다면 국가 전체적으로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서는 제조업도 파견업무를 허용하고 있다”면서 “제조업에서도 파견을 허용하면 불법파견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하고 기업의 불확실성, 법적 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어 기업 경쟁력을 갖추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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