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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반기 위기감 심상찮다”…‘3高’ 비상 걸린 기업들 [비즈360]
포스코·롯데 등 사장단 회의·비상경영 체제 돌입
한국앤컴퍼니 전 계열사 임원 임금 20% 삭감

SK하이닉스·LG엔솔은 위기에 투자 계획 보류
한화 방산·코오롱·DB 등은 사업구조 재편 시도

지난달 2일 개최된 포스코홀딩스의 ‘미래기술전략회의’ 모습. [포스코홀딩스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신소연·김지헌 기자] 환율, 금리, 물가 ‘3고’(高) 현상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국내 주요 기업들이 ‘비상경영’ 체제에 속속 돌입하고 있다. 비상 회의를 잇달아 소집하고, 연초 세웠던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경영에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올 하반기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할 계획이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21일 최정우 회장 주재로 그룹경영회의를 열고, 비상경영 체제를 공식화했다. 수요 산업 부진으로 인한 글로벌 시장 축소, 조달 비용 상승, 원자재 공급망 불안 등이 겹친 복합 위기 상황에 놓였다는 판단에서다.

최 회장은 각 그룹사 경영진들에게 “각 사별 주요 경영요소를 면밀히 체크하고, 현금 흐름 및 자금 상황이 문제 되지 않도록 현금 중심 경영을 한층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그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심화 및 장기화 가능성에도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 당면한 금융 시장 불안과 각종 악재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감을 드러낸 것이다.

포스코스룹은 그룹 사장단 및 전 임원이 참석하는 그룹경영회의를 매 분기 개최해 위기 대응책을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또 경영전략팀을 중심으로 ‘전사통합 위기대응팀’도 가동해 경영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도 3고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신동빈 롯데지주 회장은 지난 14일 부산에서 열린 ‘2022년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에서 위기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최 회장은 “금리인상, 스태그플레이션 등으로 경제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 영업이익 등의 단기 실적 개선에 안주한다면 더 큰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기존의 틀을 벗어난 사업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4월에 이어 지난 20일 권오갑 회장 주재로 사장단 회의를 열고 복합 위기 현실화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했다.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자 석 달 만에 다시 회의를 소집하는 등 긴장감을 높이는 분위기다.

한화그룹 에너지 부문 계열사들은 지난 5월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고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원자잿값 상승, 금리 인상, 글로벌 물류 대란 등 회사별로 중첩되는 대외 불안 요소와 관련해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14일 부산 시그니엘에서 열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의 지주회사 한국앤컴퍼니는 지난 4월부터 전 계열사 임원 임금을 최대 20% 삭감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천연고무 등 원자잿값 인상이 장기화하고 있어서다. 삭감 대상 임원 수는 1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곳곳에서 위험이 감지되면서 투자를 보류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어 청주공장 증설 안건을 의결하려고 했으나, 논의 끝에 결국 최종 결정을 보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는 향후 공장 증설 일정 등과 관련해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D램·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올해 3분기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칩 기업들 사이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조심스러워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단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미국에 1조7000억원을 들여 배터리 단독공장을 짓기로 한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한 상태다. 인플레이션으로 공장 건설 등에 투입되는 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 구조를 재편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그룹은 방산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디펜스, ㈜한화 방산 부문의 통합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 부문을 합쳐 규모를 키우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다음 달 중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코오롱그룹은 코오롱글로벌의 건설과 자동차 부문 분할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그룹을 건설·상사부문의 ‘코오롱글로벌’과 자동차 부문 신설회사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인적분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기업과 주주가치를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DB하이텍은 연내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사업부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인 브랜드사업본부의 분사를 검토 중이다. DB하이텍은 8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 특화 기업이지만, 2007년부터 모바일·TV 디스플레이 화소를 조절해 색상을 표현하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일부 제품을 직접 설계해 자체 브랜드도 만들고 있다.

jiyun@heraldcorp.com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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