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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주 살아나는 하필 이때”…50일 대우조선파업이 심각한 이유? [비즈360]
파업 48일째
매출·고정비 손실 8880억원 등
1분기 매출 통째로 날아가
벌써 12척 납기지연…다음달 30척으로 증가
한 근로자가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주변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 시작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50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노조의 도크(선박건조장소) 점검 농성에 따른 작업 중단으로 유무형의 피해액만 벌써 1조원을 넘어섰다. 또 납기 지연으로 대우조선 뿐 아니라 국내 조선사 전체가 해외 선사들로부터 받아왔던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에 이어 19일에도 이번 파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농성이 계속되고 있는 경남 거제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안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19일부로 대우조선 파업이 48일째를 맞았다. 대우조선에 따르면 매출 감소와 고정비 손실에 따른 피해 규모는 이날 기준 8880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현재까지 납기가 지연된 12척 선박에 대한 지체보상금(척당 월 130억원), 협력사 폐업에 따른 피해액, 휴업·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삭감분까지 포함하면 총 피해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대우조선의 지난 1~3월 매출액(1조2455억원)과 맞먹는 규모인데, 이번 파업으로 1분기 매출을 통째로 날리게 된 셈이다.

문제는 파업이 언제 종료될지 몰라 최종 피해규모 예상이 어렵다는 점이다. 건조 지연으로 매일 추가되는 순피해금액만 320억원이고, 제 때 납기를 못하는 선박수는 다음달에는 30척까지 증가한다.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세계 1위인 한국 조선업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한국 조선업체들은 100% 가까운 납기 준수율로 글로벌 선주들로부터 호평을 받아왔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국가경제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번 파업이 몇년 간의 불황을 마치고 수주가 회복되는 시점에 발생됐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워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차려진 밥상을 앞에 두고 손발이 묶인 상태라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상반기 세계 발주량 2153만CGT(표준선환산톤수) 중 45.5%인 979만CGT를 수주했다. 중국(43.4%)을 제치고 2018년도 이후 4년 만에 수주실적(상반기 기준) 세계 1위에 올랐다. 올 상반기 실적은 코로나19 이연 수요로 선박 발주가 급증한 지난해 상반기(1084CGT)를 제외하면 2011년 상반기(1036만CGT) 이후 최고 기록이다.

특히 이번에는 중국과 차별화가 가능한 고부가가치 선박 점유율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에서 기대가 높아졌던 상황이었다. 국내 조선사들은 상반기 LNG운반선·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692만CGT를 수주했다. 이는 세계 발주량(1114만CGT)의 62.1% 수준이다. 전 세계 수주잔량을 조선사별로 보면 국내 조선사가 1~4위를 휩쓸었다.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순이다.

이같은 수주 회복에도 대우조선의 현재 재무구조는 악화될대로 악화된 상태다. 최근 업황 개선으로 LNG선 등의 수주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실적 반영에는 2~3년이 소요되고, 최근 강재 가격 인상 등으로 충당금을 많이 쌓으면서 마이너스 실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4조5000억원 매출을 기록했지만 1조7000억원의 순손실을 나타냈다. 올 1분기에도 4918억원의 적자를 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파업의 본질은 근로시간 규제 개편에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우조선 하청 근로자들의 임금 감소 원인이 물가 상승률을 충분히 반영 못한 원하청 급여 정책에도 있지만,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초과 근무가 제약돼 시간외수당이 축소된 것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올해 초 현대중공업그룹과의 합병이 무산된 대우조선은 새로운 인수자를 물색 중이다. 그러나 이번 파업으로 당분간 새주인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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