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재용이 찾는 ‘이 기업’, 반 고흐 그림도 살렸다 [비즈360]
ASML, 네덜란드 반 고흐 박물관서 그림 복원
자외선 기술 통해 지원…그림 전시에 활용가능
“20년간 EUV 개발 후 상용화…반 고흐의 삶과 비슷”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네덜란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와 촬영한 기념사진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반도체 업계 내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해 ‘슈퍼 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이 자사의 빛 기술을 활용해 반 고흐의 그림을 복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SML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총리와 해당 회사 경영진을 직접 찾아가 장비 수급을 요청을 했던 기업이다. 독점 공급 장비 덕에 삼성, TSMC, 인텔 등 전세계 첨단 반도체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평가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ASML은 전세계에서 가장 빈센트 반 고흐 작품을 많이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고흐 박물관’ 내 작품에 대한 복원 작원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ASML은 헤럴드경제에 “ASML 엔지니어 팀이 박물관 연구팀과 직접 반 고흐의 그림에 대한 보존 작업을 진행한다”며 “후세대도 (장기적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외부의) 빛이 반 고흐가 쓴 페인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전시 상태를 최적화할 수 있는지 연구한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보존 작업에 사용하는 기술이 실제로 ASML이 반도체 장비를 만들 때 사용하는 기술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ASML의 엔지니어들과 네덜란드 반 고흐 박물관 직원들이 작품을 기술적으로 연구하는 모습[ASML 유튜브 캡처]
ASML에서 반 고흐의 작품을 검사하는 모습[ASML 유튜브 캡처]

ASML은 첨단 칩을 만드는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급하는 기업이다. 노광장비란 반도체 칩 내부 회로 패턴이 그려진 틀에 빛을 통과시켜 반도체 바탕 원판에 미세한 회로를 그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 회로를 미세하게 그리면 그릴수록, 작으면서도 성능이 뛰어난 반도체 칩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5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사인하며 화제가 된 삼성의 3나노 반도체 역시 ASML의 장비가 없으면 구현할 수 없는 기술이다.

회사 측은 “ASML의 노광장비에 활용되는 ‘자외선 기술력’이 반 고흐의 그림 보존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자외선 기술을 통해 반 고흐 그림 원본에서 다시 복원되거나 덧칠된 부분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자외선이 특성상 화가의 그림을 변질시키는데,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반 고흐 그림에 가장 알맞은 전시 조건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1885년 작품 '감자 먹는 사람들'
ASML 갤러리의 모습 일부 [반 고흐 박물관 유튜브 캡처]

반고흐 박물관에는 ‘감자 먹는 사람들’을 비롯한 반 고흐의 초기 작품이 모인 전시관을 ‘ASML갤러리’라는 이름으로 따로 부르고 있다. ASML 측은 “(반 고흐가 ‘감자 먹는 사람들’을 그릴 당시 있었던)네덜란드 브라반트주에 위치한 누에넨 마을은 반 고흐의 예술적 돌파구가 마련됐던 장소로, ASML 본사와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그림은) 반 고흐의 생애 첫 걸작이자, ‘표현주의’의 탄생을 예고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ASML 측은 반 고흐의 삶이 자사의 역사와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반 고흐가 태어난 곳이 ASML이 설립된 네덜란드 브라반트주”라며 “반 고흐의 작품은 ASML 연구과 동일하게 빛을 작업의 중심으로 둔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년간 반 고흐는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자신을 믿고 끈질기게 작품활동을 했다”며 “ASML 역시 포기하지 않고 구성원들의 능력을 믿으며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회사 문화를 형성해왔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기업 ASML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ASML 사회연결망서비스(SNS) 캡처]

이는 ASML 측이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전까지 개발에 몰두하며 인내의 시간을 가졌다는 점을 강조한 설명으로 풀이된다. 1984년에 설립된 ASML은 1대당 2000억~3000억원을 호가하는 EUV 장비를 현재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장비에 대한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약 20년이 걸린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이 부회장이 보고 온 차세대 EUV 장비는 1대당 5000억원을 호가하는데, 업계 관계자들은 이장비 역시 기술의 난도로 인해 상당한 개발 시간이 필요로 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ASML 측은 반 고흐 박물관을 통해 추후 학생들에 대한 교육 역시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회사 측은 “호기심과 창의성이 혁신의 열쇠이기 때문에 호기심 많은 사람들을 격려한다”며 “반 고흐 역시 호기심이 그의 장인정신의 비결이었고,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려 한다”고 밝혔다.

ra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