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의 모습.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우선협상대상 시공사가 시공권을 반납하는 등 리모델링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서울 강남구 개포 대치2단지가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에서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강남권 최대 규모 리모델링 단지에서 재건축 목소리가 커졌고, 단지 내에서는 리모델링 사업 동의 철회서를 나눠주는 쪽과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쪽이 나뉘어 다투는 모양새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리모델링 사업 반대를 주장하는 대치2단지 비대위는 최근 주민들에게 리모델링 사업 동의 철회서 작성을 촉구하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이 철회되면 조합 해산 후 재건축 조합을 다시 설립하겠다는 것으로, 주민들로부터 리모델링 반대 동의서를 함께 접수받고 있다.

최근 리모델링 반대 동의서를 제출한 한 주민은 “리모델링 추진을 14년 동안 했지만, 성과가 없었고 최근 시공단도 참여를 포기한 상황”이라며 “그동안 조합에 들어간 돈이 아깝지만, 오는 10월 재건축 연한이 30년이 도래한다. 지금이라도 새 정부 기조에 맞춰 재건축을 해야 하는 것 같아 동의서를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9일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으로 구성된 현대사업단은 대치2단지 리모델링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단지 내에서 재건축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사업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판단이었다. 사업단이 사실상 시공권을 포기하자 단지 내에서는 재건축 목소리가 더 커졌다.

이에 리모델링 조합 측은 최근 조합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사업단이 리모델링 대안설계를 완료한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확정되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해왔다”라며 “2차 안전성검토를 위한 업무를 계속하며 수직증축 실현을 위한 협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치2단지는 1758가구 아파트를 수직증축으로 1988가구로 바꾸는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데, 지난 2008년부터 리모델링 논의가 시작돼 강남권 최대 리모델링 사업장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간 사업지연 탓에 사용된 돈이 100억원을 넘어가며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수평증축을 선택해 리모델링을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윤석열 행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규정 완화 등을 언급하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재건축 연한 30년이 된 만큼 재건축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미 추진 중인 리모델링을 완성하는 쪽이 더 낫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사정은 서울 내 다른 리모델링 추진 단지도 마찬가지다. 인근 다른 단지의 경우, 이미 리모델링 추진위가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최근 추진위 내에서 재건축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동구 둔촌동 프라자아파트는 아예 사업을 백지화하고 리모델링 조합 청산 절차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