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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통맞수’ 롯데 vs 신세계, 투자전쟁에서도 한판 붙는다 [언박싱]
국내 대기업들이 일제히 투자계획을 쏟아낸 가운데 롯데그룹은 향후 5년간 국내에 37조원을 투자하고, 신세계그룹도 20조원을 투자하기로 발표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일러스트.[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유통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가 투자에서도 경쟁을 이어갑니다. 국내 대기업들이 지난주 일제히 투자계획을 쏟아낸 가운데 롯데그룹은 향후 5년간 국내에 37조원을 투자하고, 신세계그룹도 20조원을 투자하기로 발표했습니다.

다만 이번 투자계획을 보면 롯데는 탈(脫) 유통기업으로 변화하고, 신세계는 탈오프라인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이 명확하게 보입니다. 5대그룹인 롯데는 바이오와 모빌리티 등 신사업을 강화하면서 쉽게 말해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같은 미래를 그리고 있고, 신세계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 없는 연결을 통한 ‘신세계 유니버스’를 그리는 중입니다.

롯데, 신사업에 방점…유통은 ‘절치부심’

지난 24일 발표한 롯데의 투자계획은 신성장 사업에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롯데그룹의 핵심축은 유통과 화학이지만, 지난해에도 롯데케미칼(18조1205억원)이 롯데쇼핑(15조5736억원)의 매출을 넘어서는 등 그룹의 체질 자체가 변한 지 오래입니다. 롯데케미칼이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이번 37조원 가운데도 41%가 신사업과 건설, 렌탈, 인프라 분야에 투입됩니다. 신성장 테마인 헬스 앤 웰니스(Health&Wellness), 모빌리티(Mobili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부문을 포함해 화학·식품·인프라 등 핵심 산업군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롯데 관계자는 “신규 사업 추진으로 국내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롯데케미칼 'Every Step for Green' 전시를 찾은 신동빈 회장이 19일 100% 재활용이 가능한 자체개발 HDPE 소재로 제작한 '가능성(Possibility)'호를 살펴보고 있다.[롯데지주 제공]

반면 상대적으로 유통은 우선순위에서 밀린 모습입니다. 유통산업군의 투자 비중은 22%로 화학사업군(25%)보다 적습니다. 이는 유통산업 자체가 안정산업으로 신성장사업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롯데가 투자계획을 발표할 때도 유통사업군은 가장 마지막 단락에 배치되어있습니다.

대신 롯데는 팬데믹으로 위축됐던 유통 분야에서 다시 전열을 가다듬는 모습입니다. 그간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던 롯데는 리뉴얼과 복합쇼핑몰에 힘을 쏟으며, 유통 사업군에서는 8조1000억원을 투자합니다.

먼저 롯데백화점은 4조7000억원을 투자해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 인천 송도 등에서 대규모 복합몰 개발을 추진하고, 본점과 잠실점 등 주요 지점의 재단장(리뉴얼)을 차례로 진행합니다. 전국 각지에 대중점포가 많은 롯데백화점은 신세계백화점이 압도적인 명품 경쟁력과 지역1번점 전략을 기반으로 약진하고, 현대백화점이 더현대서울을 발판으로 MZ세대에 특화된 마케팅을 전개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해졌습니다. 이에 리뉴얼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잠실 제타플렉스로 리뉴얼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꿴 롯데마트도 향후 제타플렉스, 창고형 할인점 맥스(MAXX), 와인 전문점 보틀벙커 등 특화매장 확대에 1조원을 투입합니다. 미니스톱을 인수한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도 신규점포 확대에 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호텔과 식품사업군 투자는 각각 6% 비중을 차지합니다. 호텔 사업군은 호텔과 면세점 시설에 2조3000억원을 투자해 해외 관광객 유치에 나섭니다. 식품 사업군은 와인과 위스키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대체육, 건강기능식품 등 미래 먹거리 개발 등에 총 2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신세계, 오프라인조차 잘하는 온라인 회사로
신세계그룹은 온·오프라인 어디서나 통하는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에 나선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신세계 제공]

롯데와 달리 순수 유통그룹 성격이 강한 신세계그룹은 온·오프라인 어디서나 통하는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을 위해 향후 5년간 20조원 규모의 투자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오프라인 유통 사업 확대와 온라인 비즈니스 확대, 자산개발 및 신규 사업이 4대 테마입니다.

투자금액으로만 보면 오프라인이 11조원으로 가장 크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디지털 전환에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정용진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올해는 신세계그룹이 디지털로 피보팅 하는 원년”이라며 “디지털 원년을 위한 준비와 계획은 모두 마쳤고, 이제 ‘오프라인조차 잘 하는 온라인 회사’가 되기 위한 실천만 남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디지털 피보팅(pivoting)이란 오프라인 역량과 자산을 하나의 축으로 삼고, 또 다른 축인 디지털 기반의 미래사업을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것을 뜻합니다.

먼저 신세계는 백화점, 이마트, 스타필드 등 오프라인 사업에 11조원을 투자합니다. 신세계백화점이 신규 출점과 기존점 경쟁력 확대를 위해 3조9000억원을 투자하고, 이마트 역시 트레이더스 출점과 기존점 리뉴얼 등에 1조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신세계 프라퍼티도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스타필드 수원을 필두로, 스타필드 창원과 스타필드 청라 등 신규 점포 출점을 위해 2조2000억원을 투자합니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글로벌)를 인수한 신세계는 그룹 통합 멤버십을 출시헤했다.[신세계 제공]

지난해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글로벌)와 W컨셉을 인수하며 디지털 대전환에 나선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투자에 특히 속도를 냅니다. 물류센터 확대와 시스템 개발 등에 집중 투자하는 한편, 신사업 개발 및 생산 설비 확대에도 역량을 집중해 이 분야에 모두 3조원을 투자할 방침입니다.

자산개발은 신세계프라퍼티 주도로 현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화성 테마파크 사업과 복합 개발 사업을 중심으로 앞으로 5년간 4조원을 투자합니다. 신세계그룹은 이 밖에도 헬스케어와 콘텐츠 사업 등 그룹의 지속 성장을 이끌 신규 사업 발굴에도 2조를 투자해 그룹의 역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룹 전체로 보면 롯데와 신세계가 그리는 미래 청사진이 확연히 다릅니다. 그러나 유통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각자의 핵심역량 강화를 통한 승부가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번에 제시한 투자계획이 잘 실현된다면, 5년 뒤에는 과연 유통 분야에서 두 그룹의 위상이 어떤 변화를 맞았을지 궁금해집니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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