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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공개된 김건희 통화 녹취록, 판단은 국민 몫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이모 기자와 나눈 대화 내용이 16일 밤 MBC를 통해 공개됐다. 김씨와 이모 기자는 지난해 7월 6일부터 6개월간 7시간45분 동안 통화했고 이 기자는 이를 김씨 몰래 녹음했다. 국민의힘은 불순한 의도로 녹음된 대화를 방송하는 것은 정치공작이라며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지만 수사 관련 사안이나 정치적 견해와 무관한 사적 대화 외에는 방송을 허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정작 방송을 보니 대선 지형을 뒤흔들 만한 충격적 폭로는 없었다. 유력 대선주자 부인으로서 부적절한 언급이 여럿 있었지만 사적 공간에서 누구든 할 수 있는 말도 상당했다. 녹취의 불순한 의도와 대선 후보 부인의 저급한 처신 사이에서 판단은 결국 국민의 몫이다.

김씨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진보 쪽의 이른바 ‘미투’ 사건과 관련해 “보수는 챙겨주는 건 확실하지…미투 터지는 게 다 돈 안 챙겨주니까 터지는 거 아니야. (그런데 진보는) 돈은 없지, 바람은 펴야 되겠지…”라고 했다. 마치 미투가 물질적 보상에 불만을 가진 여성들의 보복이라는 투다. 성인지 감수성의 결여는 물론 여성 인권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김씨는 허위 이력 논란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정치에는 확실한 거리를 둔 성공한 ‘커리어 우먼 이미지’를 보였는데 실상은 정치적 성향이 강했다는 정황도 이번에 드러났다. ‘(대선)캠프가 엉망이라며 이 기자에게 합류를 제안했고, “이재명이 된다고 챙겨줄 거 같아?…우리 남편이 대통령 되면 동생이 제일 득 보지”라며 정권을 잡으면 전리품을 챙겨주겠다는 식의 언급을 했다. 김씨가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캠프 전략과 인사 등에 영향을 미치는 ‘비선 실세’ 아닌가 하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반면 김씨는 ‘나이트클럽 줄리’, ‘(검사와의) 동거설’ 등 시중에 떠도는 의혹엔 육성으로 사실무근임을 밝혔다. “남편을 키워 준 건 문재인 정권”이라는 일반 국민의 상식과 부합하는 말도 했다. 녹취 파일을 대선을 불과 50여일밖에 안 남긴 시점에 내보낸 것은 편파적이라는 동정적 여론도 분명 존재한다.

대통령 부인은 외교 무대에서 나라를 대표하는 퍼스트레이디이고, 물밑 여론을 가감없이 전달할 수 있는 국정의 조력자다. 법원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알면서도 녹취 공개를 허용한 것도 대통령 부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품행에 대해 국민이 알 권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적 통화까지 검증대에 올리는 일은 분명 가혹한 일이지만 감수해야만 한다. 과거에 대해 자성하고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믿음을 주는 행보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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