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연합]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국민의힘의 ‘매머드급 선대위’가 불협화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한 달 앞서 소속 의원 전원이 참가하는 역대급 규모의 선대위를 발족한 후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던 더불어민주당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시 ‘인적 쇄신’을 앞세우며 선대위 구성을 전면적으로 손봤던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업무 조정’을 통한 선대위 개편에 초점을 맞춘 모양새다. 당장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같은 개편 방향에 대해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면 해체론’도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의 상임선대위원장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 사퇴 직후 급하게 내놓은 개편 카드는 업무 조정을 통한 의사결정 체계의 단순화다. 의사조정기구인 ‘일일점검회의’를 신설해 선대위 내 6개 본부와 직능의 의견을 취합하고 후보의 일정 및 메시지를 조율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측근인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이 주도하고 권성동 사무총장이 공동 운영한다. 이는 선대위 규모는 그대로 유지하되 김종인 위원장의 별동대 격인 총괄상황본부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종인 위원장 역시 지난 23일 “선대위가 내부적인 불협화음이 있어 제 기능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며 “종합상황실(총괄상황본부)이 중심이 돼서 전체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 후보와 직접적으로 협의해 모든 게 결정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앞서 약 한 달 전, 기민성과 현장성이 떨어진다며 선대위의 전면적 개편에 나섰던 민주당과는 결이 다른 안이다. 민주당에선 우원식 공동선대위원장, 조정식 상임총괄본부장, 박홍근 비서실장을 비롯한 선대위 핵심 인사들이 일괄 사퇴하는 등 대규모 인적 쇄신을 거쳤다. 기존의 ‘용광로 선대위’를 해체하고 실무 중심의 ‘몽골기병식 선대위’를 꾸리며 거듭 ‘쇄신 행보’를 보였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선대위 개편과 관련해 ‘누가 그립을 쥐고 있나’에 있어서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차이를 보인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위원장이, 민주당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직접 나섰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21일 이 대표의 사퇴로 선대위 내홍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마자 사태 수습에 착수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다음 날 “선대위를 보다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가 끌고 가야 한다”고 밝혔다. 윤 후보 역시 “선대위가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김종인 위원장께서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그립을 강하게 잡겠다고 하고 저도 그렇게 좀 해달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공개적으로 김종인 위원장에게 선대위 운영에 관한 전권을 부여한 셈이다.

반면, 민주당은 후보가 주도권을 잡았다. 지난달 21일 민주당으로부터 선대위 쇄신 전권을 위임받은 이 후보는 16개의 선대위 본부를 6개로 간소화하고 주요 직책 인사를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인선을 발표하며 “선대위가 매우 무겁고 기민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당내 의원님들이 백의종군해주시고 ‘선당후사’하는 결의 덕분에 슬림한 선대위 체제를 구성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내에선 민주당처럼 선대위를 해체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정리되지 않은 채 선대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회동한 뒤 호텔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

이 대표는 지난 2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대위 6개 본부 체제를 해체하고 김종인 위원장 중심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애초 김종인 위원장이 선대위를 총괄하는 게 두려워 김 위원장을 배제하기 위해 6개 본부 체제를 만든다는 황당한 생각을 한 것”이라며 “이런 상태로 선대위가 굴러가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도 “민주당이 한 달 전 매머드 선대위로 헤매던 일을 지금 거울보듯 보고 있다”며 “선대위를 자르고 수술해서 새롭게 출범해야지 저렇게 적당히 말만 해놓고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김종인 위원장이 전면 해체론에 선을 긋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23일 선대위 회의에서 “선대위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지금 시점에서 그와 같은 혼란을 또 일으키는 방안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그는 ‘윤핵관’을 겨냥한 듯 “어떤 사람은 ‘나는 후보와 가까우니 내 나름대로 뭘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 것 같다”며 “선대위 내에서 자기 기능을 초과해서 다른 기능을 하려고 하면 그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많은 주의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