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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토킹범죄’ 가족 공격, 왜…“피해자와 동일시, 해코지 노려”[촉!]
전문가 “가족과 피해여성 동일시했을 것”
“여성들 보복 두려워 스토킹 대응도 어려워”
서울경찰청, 가해자 격리하는 방안 추진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이석준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연이은 스토킹범죄에 이어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의 어머니를 살해한 이석준(25)의 잔혹한 범행이 알려지면서 스토킹 피해자들이 가족까지 보복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토킹·성폭행 범죄자들이 가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는 이유에 대해 “가해자가 피해자와 그 가족을 동일시해 해코지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18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한국은 특히 가족 간 연대가 끈끈한데, 당시 자리에 없던 신변보호자 여성을 직접 공격할 수 없다면 가족을 ‘같은 사람’으로 여겨 고통을 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석준은 가족 살해 의도가 없었다며 계획범행을 부인했지만 형량을 줄이기 위한 변명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가족을 공격해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한 선택이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여성학 박사)는 “이런 스토킹범죄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가족을 공격함으로써 ‘봐라. 내게 이만큼의 힘이 있다’며 과시하며 피해자에게 일종의 처벌을 내리는 아주 잔인한 행동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질 나쁜 범행”이라고 강조했다.

스토킹범죄 피해자가 경찰 신고 등으로 대응했다가, 가해자가 피해자와 그 가족을 찾아 보복하는 일은 낯선 일이 아니다. 최근 대전에서는 스토킹범죄로 벌금형 처벌을 받았던 40대 남성 A씨가 피해 여성, 가족, 경찰 상대로 보복을 일삼다 징역 2년의 실형을 살게 됐다. A씨는 지난해 여성 B씨를 향한 일방적인 호감 표시로 주거침입 등 죄로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런데도 B씨 부모 집 앞으로 찾아가 둔기를 꺼내 들고 욕설을 하는 등 협박했다. 올해 2월에는 피해 여성의 근무지 찾아가 손도끼를 휘두르며 위협하기도 했다.

여성 피해자들도 보복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큰 상황이다.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의 김다슬 정책팀장은 “가해자가 피해자와 그 가족 등에게 보복을 암시하거나 위협해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복이 실제 일어났는지와 무관하게 그 두려움으로 스토킹에 대한 대응 자체를 어려워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신고를 하더라도 가해자가 언제 당장 내일이나 오늘 저녁에 와서 보복할지는 알 수 없다.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신고 후 법으로 처리되는 것보다 가해자의 위협을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가해자를 구속하거나 명확하게 분리하는 적극적 조치가 더욱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서울 중구 신변보호 여성 스토킹 살인 사건, 송파 신변보호 대상 가족 살해 사건 등을 계기로 서울경찰청은 ‘스토킹범죄 피해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책을 논의해왔다. 경찰은 스토킹범죄 위험 단계 조건에 따라 주의·위험·심각 등 3단계로 분류하고 사건 위험도에 따라 현장관리자(계·팀장-과장-서장)가 직접 개입하는 방식으로 대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처벌불원으로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가 재신고된 경우, 살해 위협을 한 경우,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경우 등은 즉시 ‘심각’ 단계가 된다. 최고 단계인 ‘심각’에 해당되면 가해자-피해자 격리를 위한 잠정조치 4호(유치장 유치처분)와 구속영장을 필수적으로 신청하게 된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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