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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자기업 살리고, 기업가치 올렸는데”…SKC ‘유증’에 배임죄 적용되나 [비즈360]

SKC가 2019년 인수한 SK넥실리스 정읍공장 전경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성공한 유상증자 사례에도 배임죄가 적용될까?”

검찰이 2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과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에게 각 징역 12년·7년을 구형한 가운데, 적자 기업 SK텔레시스 유상증자에 참여한 SKC 결정에 배임죄가 적용될 지 재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 전 회장과 조 의장 등은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SKC의 자회사인 SK텔레시스의 부실을 확인하고도 허위 보고서를 작성, SKC 이사회가 유상증자를 의결하게 했다는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지난 1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SKC는 2015년 유상증자로 인해 700억 원이라는 큰 손해를 입었고, SK텔레시스는 700억원을 지원받았지만 여전히 자본잠식상태”라면서 최 전 회장과 조 의장의 유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배임 혐의 외에도 횡령 혐의까지 적용한 최 전 회장에게는 징역 12년과 벌금 1000억원을, 조 의장에게는 배임 혐의만 적용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그동안 SKC의 유상증자 참여로 두 회사 모두 경영실적이 호전됐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매년 적자였던 SK텔레시스는 유상증자 다음해인 2016년을 시작으로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지만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18억원의 영업이익으로 다시 흑자를 기록 중이다. SKC는 올해 SK텔레시스의 통신사업부분을 789억원에 매각해 사실상 원금을 회수했다. SK텔레시스가 자본잠식을 털어내지 못했음에도 업계에서 SKC의 SK텔레시스 유상증자를 두고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SKC 광화문 사옥

또 2015년 말 SKC의 주가는 3만3000원이었으나 변론 종결일인 16일 주가는 17만9000원으로 5배 넘게 뛰었다. SKC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1458억원으로 2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SKC는 3분기 말 기준 SK텔레시스 지분 81.4%를 보유하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SKC와 SK텔레시스 시너지 효과가 방증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상증자 후에도 SK텔레시스가 부실 기업으로 평가됐다면 지금의 SKC 주가 흐름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장 역시 최후 진술에서 “2015년 당시 SKC 이사회 의장이 되면서 기존 사업 실패와 중국의 저가공세 등으로 어려운 회사를 살리기 위해 SK텔레시스의 유상증자, 신규사업 추진 등을 실시해 정상화가 됐다”며 설명했다.

또 조 의장은 부도처리할 경우 예상 손실이 유상증자로 들어가는 지원 비용 대비 현저하게 컸던 점도 부각했다. SK텔레시스에 250개가 넘는 중소업체가 납품하고 있었고 이들이 받아야 할 1000억원대의 비용과 900억원대의 은행 대출금 등 사회적 책임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재계서도 SKC 유상증자 관련 법원의 판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기후변화 대응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올해 상반기에 상장사들에 긴급 수혈된 유상증자 규모만 17조원이 훌쩍 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어려워진 기업에 대한 유상증자는 위급한 환자에게 수혈하는 것과 같은 긴급 처방”이라면서 “만약 법원이 성공한 유상증자를 배임으로 처벌할 경우 위기에 놓인 기업에 대한 긴급 처방이 중단되면서 기업 환경이 급랭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KC 경영진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1심 선고는 다음달 27일로 예정돼 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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