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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녀갈등’ 핫게시물 목록에…올림픽에 더 심해진 대학가 ‘혐오담론’ [촉!]
대학가 온라인 커뮤니티 ‘남녀갈등’이 인기게시물
‘남녀갈등’ ‘페미니즘’ 논쟁에다 성별 혐오 표현도 보여
“저학년, 코로나로 오프라인 모임 줄고 온라인에 갇혀”
전문가 “온라인 등 통해 ‘남녀갈등’ 논란 과도하게 확대”
남녀갈등 이미지. [123rf]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2020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을 달성한 안산(20·광주여대)과 관련한 성차별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방학을 맞은 대학가 커뮤니티 역시 이와 관련된 ‘혐오 담론’ 논란이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각의 의견이 과도하게 부각되면서 사회적 논란 역시 과도하게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2일 건국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가나다순) 등 서울의 주요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읽고 답글을 단 ‘핫게시물(인기 게시물)’ 목록에 ‘남녀갈등’ ‘페미니즘’ 관련글이 상당수 올랐다. 대부분 ‘안산 혐오 논란’의 근거가 있는지, ‘남녀갈등’을 어떻게 보는지, ‘페미니즘’에 대한 입장은 어떤지 등을 논하는 내용이다.

이런 종류의 글이 상당수 ‘핫게시물’이 된 데에는 양궁선수 안산에 대한 일부 커뮤니티의 성차별성 발언이 시발점이 됐다.

앞서 몇몇 대형 커뮤니티에서 일부 누리꾼은 “안 선수가 숏컷(쇼트커트)이고 여대 출신이며 자신의 SNS에 남성혐오성 표현(‘헛소리’를 뜻하는 ‘웅앵웅’·‘많다’는 의미의 ‘오조오억’)을 썼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각 대학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남성 혐오가 아닌 발언을 두고 남성들이 안 선수에 대해 과잉 반응을 보이고 있다” 등의 의견과 “일부의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두고 남성들이 또다시 과도하게 비난받고 있다”는 등의 의견이 함께 제기됐다.

남녀갈등의 원인을 묻는 의견도 제시됐지만 논쟁 중간중간에 ‘역시 한남 종특’(남성 비하적 표현), ‘페미는 정신병’(여성 비하적 표현) 등 서로를 혐오하는 표현도 이어졌다. 일각에선 ‘남녀갈등’을 다루는 상당수 글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반응도 이어졌다.

최근 대학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기 게시물이 된 글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대학생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온라인 혐오문화’가 들어서고 있다고 의견을 내놓는다.

졸업을 앞둔 연세대 학생 이모 씨는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강의가 일상화되면서 오프라인으로 대학생 친구끼리 어울리지 못하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됐다”며 “특히 1~2학년 등 저학년 학생들이 방학 동안 온라인에서 남녀갈등에 몰두하는 듯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저학년 학생들 역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명지대 2학년 최모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근로장학생 등 방학에 할 수 있는 일자리 역시 줄어들었다”며 “많은 이가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일이나 모임을 찾아나서면서 더 온라인에 갇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소통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남녀갈등’ 이슈 역시 피할 수 없는 논란이 됐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현재 온라인상 남녀갈등을 ‘과몰입’ 상태로 규정한다.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 교수는 “커뮤니티에서 사소하게 나온 한 마디가 크게 확대돼 ‘남녀갈등’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논란이 되는 게 오히려 문제”라며 “코로나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던져진 한 마디를 가지고 언론과 대학생 사이에서 ‘사회적 논란’으로 의미가 부여되고, 다시 이에 참여하는 이들이 문제를 과몰입·재생산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SNS가 없던 과거였으면 크게 확대되지 않을 이야기들이 과도하게 주목받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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