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1등’ 이준석의 비결?…중진 ‘견제구’ 한 마디도 안 졌다[정치쫌!]
에베레스트는 팔공산, 스포츠카는 전기차…
‘받아치기’ 전략, 젊은 패기와 노련함 동시에
변화 바람…정치권내 세대교체 갈망도 반영
‘돌풍 아닌 미풍’ 지적도…洪 “지나가는 바람”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라이벌인 중진 주자들의 저격에 한 마디도 지지 않고 있다. 복수의 야권 관계자는 29일 이 전 최고위원의 이같은 전략이 ‘이준석 현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받아치기’ 전략으로 패기와 노련함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주호영(5선) 의원이 사실상 그에 대한 첫 견제구로 ‘에베레스트’ 비유를 들었을 때 곧장 ‘팔공산’을 거론해 반격했다. 주 의원은 “에베레스트를 원정하려면 동네 뒷산만 다녀선 안 되고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 중간 산도 다녀보고 원정대장을 맡아야 한다”며 “대선이란 큰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채 포부만 갖고 하겠다는 것은 국민이 잘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초선급 당권 도전자들에게 에베레스트 등정이 버거울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주호영 선배는 팔공산만 다섯 번 오르고 왜 더 험한 곳, 더 어려운 곳을 지향하지 못했는가”라며 “팔공산만 다니던 분들은 수락산과 북한산, 관악산 아래에서 치열히 산에 도전하는 후배들의 마음을 이해 못한다”고 했다. 주 의원이 ‘보수 텃밭’ 대구에서만 5선을 한 일을 꼬집은 것이다.

나경원(4선 출신) 전 의원의 ‘스포츠카’ 비유는 ‘전기차’로 맞받았다. 나 전 의원은 “이번 당 대표는 멋지고 예쁜 스포츠카를 끌고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짐을 잔뜩 실은 화물 트럭을 끌고 좁은 골목 길을 가야 한다”며 “사실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어서, 그래서 이게 보기 좋은 것하고 일을 잘하는 부분에 있어 판단들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은 누구를 ‘스포츠카’로 비유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야권에선 그 대상이 이 전 최고위원으로 지목됐다.

이 전 최고위원은 관련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계한 후 “제가 올 초 주문 넣은 차는 전기차라 매연도 안 나오고 가속도 빠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어서 내부 공간도 넓어 많이 태울 수 있다”며 “원할 때는 내 차의 전기를 다른 사람을 위해 뽑아주는 기능도 있다. 깨끗하고, 경쾌하고, 짐이 아닌 사람을 많이 태울 수 있고, 내 권력을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정치를 하겠다”고 받아쳤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 페이스북 일부 캡처.

나 전 의원은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깝다는 이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특정 계파에 속해 있거나 특정 (대권)주자를 두둔하는 것으로 오해받는 당 대표라면 국민의힘은 모든 대선주자에게 신뢰를 주기가 어렵다”고 공격키도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에 “저도 나 후보 말씀에 공감한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구(舊) 친박(친박근혜)계의 전폭 지원을 받는 나 전 의원이 대표가 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상당히 주저할 것 같다”고 비꼬았다. 나 전 의원 스스로는 “계파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옛 친박계의 정치적 지원을 받는다는 주장이었다.

중진은 아니지만, 당권주자로 함께 경쟁을 한 김은혜(초선) 의원이 이 전 최고위원을 ‘공부 잘하는 상위 1%’로 규정하고 “상위 1%로 살아온 후보와 다름 없는데, 저는 99%의 삶도 돌아봐야 그게 제1야당 대표 선거의 의미”라고 꼬집었을 때 이 전 최고위원은 “머리가 상위 1%라는 것은 칭찬인 것 같아 감사하다”며 “그런데 저도 사람인지라 그건 부질없고 재산이 상위 1%가 한 번 돼보고는 싶다”라고 응수했다. 김 의원의 재산이 약 210억원에 달하는 점을 짚은 것이다.

그런가 하면, 당권주자 불출마를 선언했던 정진석(5선) 의원이 “이 전 최고위원의 말이 위태롭다”고 저격하자 “현직 대통령에게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라고 주장하고, 우리 당 내에선 대선주자에게 비유를 들어 조언을 했다고 막말 프레임을 가동시키는 것은 이중잣대”라고 역공에 나섰다.

이 전 최고위원은 만 36세의 젊은 나이, ‘0선’의 원외 인사로 예비경선에서 4~5선 중진들을 압도하고 1위(41%)에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나 전 의원(29%), 주 의원(15%), 홍문표 의원(5%), 조경태 의원(4%) 순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비경선은 당원 2000명과 일반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2개 기관이 진행한 여론조사를 1대 1의 비율로 합산 반영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당심’ 부문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는 게 입증된 것이다. 다만 윤재옥 선관위 부위원장은 전날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떤 근거로 했는지 알 수 없는 부분”이라며 “우리가 언급할 수 있는 사안은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하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지난 24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에게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하는 지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4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당 안팎에선 이 전 최고위원의 선전에는 ‘개인 전략’ 외에 정치권 내 세대 교체에 대한 갈망도 반영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30대 0선’ 당 대표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청년층의 정치 참여 요구가 강하고, 그만큼 변화에 대한 바람도 강하다는 뜻”이라며 “역동성이 있는 새로운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보스·계파 정치가 30년 가량 이어지고 있다”며 “그런 흐름 속에서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기류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야권 관계자는 “이 전 최고위원이라서 대세론이 형성된 게 아니고, 대선 정국에 앞서 그가 변화의 상징 그 자체로 간주돼 민심이 흘러들어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방송·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으로 꾸준히 인지도를 쌓은 점, 미국 하버드대 출신의 ‘엘리트’ 이미지, 올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뉴미디어본부장으로 2030세대 의 호응을 이끈 이력 등도 지지율을 높이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준석 돌풍’이 미풍에 불과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야권 대권주자인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한때 지나가는 바람”이라며 “대선을 불과 10개월 앞둔 중차대한 시점에 또 다시 실험 정당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여권 인사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이 당 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이 또 사라질 수도 있겠다”고 평가절하했다. 여권 잠룡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대선 관리라는 게 경륜 없이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지 않다”고 했다.

yul@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