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영아'란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영아살해·유기죄 사라질까 [정치쫌!]
백혜련 '영아살해죄 및 영아유기죄 폐지' 개정안 발의
솜방망이 처벌에 분노…"보통 살인죄·유기죄 적용"
"형법 제정시 6·25전쟁 직후라는 특수상황 반영한 것"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 영아살해·유기를 근절하기 위한 '영아보호법'을 발의했다고 24일 밝혔다. 그간 존속살해는 보통 살해보다 무겁게 처벌하면서 영아살해는 가볍게 처벌하는 것이 현법상 평등 원칙에 반할 가능성이 있으며, 영아유기도 유기죄의 전형적인 모습임을 고려하면 일반 유기죄에 비해 형을 감경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백 의원은 이날 영아살해죄 및 영아유기죄를 폐지하는 '형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영아살해죄 및 영아유기죄를 폐지해 영아살해·유기가 각각 형법상 보통 살인죄·유기죄 규정의 적용을 받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백 의원은 "생명에는 경중이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며 "자신을 보호하고 저항할 능력이 없다시피한 영아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 일벌백계를 통해 영아보호와 형평성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개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최근 법원은 영아살해에 대해 잇달아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면서 공분이 커졌다. 지난 1월 16일 자택에서 여자아이를 출산한 산모가 빌라 4층 창문 밖으로 아이를 던져 살해한 사건에서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이 참작돼 판결이 내려졌고, 3월 24일 영아를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우려 한 친모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등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현행 형법에서 영아살해죄 및 영아유기죄를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을 것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하여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유기한 경우' 보통 살해·유기죄에 비해 형을 감경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법상 살인죄의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있으며 존속살해죄의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현행법상 영아살해죄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그친다.

그런데 이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6·25전쟁 직후라는 특수한 시대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이후 60여년이 지난 현재 도입 당시와 달라진 시대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세계적으로도 프랑스는 1992년, 독일은 1998년 형법 개정을 통해 영아살해죄를 폐지했고, 일본과 미국은 영아살해죄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여론조사 결과도 영아살해죄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19년 한국형사정책학회 학술지 '형사정책'에 게재된 논문 '영아살해죄의 주관적 동기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김용애·김민지)에 따르면 일반인 4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267명(55.6%)이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폐지' 의견도 63명(13.1%)에 달했다. 반면 '현행 유지' 답변은 146명(30.4%)에 그쳤다.

연구진은 이와 관련해 "영아살해죄에 대한 형사정책적 변모가 필요하다는 사회일반의 시대적 요청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형법 제정 당시와 사회적 인식 변화 등에 비춰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아유기죄의 경우에도 영아유기가 유기죄의 전형적인 모습임을 고려하면 일반 유기죄에 비해 형을 감경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영아유기죄의 영아는 영아살해죄의 영아와 달리, 분만 중이나 분만 직후의 영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행위 주체도 산모에 국한되지 않아 책임 감경의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현행 형법상 유기죄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존속유기죄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반면 영아유기죄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친다.

이 역시 세계적으로 볼 때 독일은 아동에 대해 유기행위를 한 경우를 오히려 일반 유기죄보다 더 중하게 처벌하고 있으며, 이외의 국가에서는 별도로 영아유기죄를 감경하는 구성요건을 두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youkno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