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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다리 자르지 말아주세요”…35년간 아이 찾는 아버지의 절규[촉!]
35년 전 실종된 김호 군 父 김기석 씨 인터뷰
축사 분뇨통부터 비금도까지 전국 찾아 헤매
“건강하다는 말만 듣는다면 지금 죽어도 좋아”
1986년 11월 4일 충남 대덕군(현 대전 대덕구)에서 실종된 김호(당시 3세) 군. 배에 수두 자국, 납작한 얼굴을 했다고 아버지 김기석 씨는 말했다. 김씨는 집에서 아들을 “호야”라고 불렀다고 했다. 실종 당시 흰색 내의, 얇은 회색 바지, 노란색 슬리퍼, 모자 달린 분홍색 얇은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김기석 씨 제공]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의사 선생님, 제발 제 다리를 자르지 말아 주세요.” 2001년 12월 교통사고로 심각한 다리 부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온 김기석(64) 씨는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의사의 소매 깃을 잡고 호소했다.

김씨가 다리 절단을 거부한 이유는 장애에 대한 두려움이나 수술에 대한 공포심 때문은 아니었다. 35년 전 실종된 아들 김호(당시 3세) 군을 찾기 위해서는 두 다리가 꼭 필요했다. “망가진 다리라도 두 쪽이 다 붙어 있어야 어디 있을지 모를 우리 아들을 찾을 수 있지 않겠냐”며 김씨는 흐느껴 울었다.

27일 헤럴드경제는 통화를 통해 김씨로부터 오랜 시간 동안 아이를 찾고 있는 그의 안타까운 사연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이날은 ‘개구리 소년’ 사건이 발생한 지 정확히 30년이 된 날 바로 다음날이다.

1983년 태어난 김호 군은 김씨의 외동아들이다. 김씨는 늘 “호야”라고 아들을 불렀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 밥을 먹다가도 아들의 이름을 부르곤 했다. 그럴 때면 아들은 생글생글 웃으며 김씨에게 안겼다. 그가 장난으로 꿀밤이라도 할라치면 “아빠 때리지 말고 말로 해”라고 씩씩하게 맞받아칠 줄도 아는 아이였다.

1986년 11월 4일 당시 충남 대덕군(현 대전시 대덕구)의 작은 아버지 집에 놀러 간 아들은 저녁밥 먹으러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나간 뒤 사라졌다. 김씨의 집과 놀러 갔다는 작은 아버지 집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했다. 당시 아들은 흰색 내의에 얇은 회색 바지, 노란색 슬리퍼, 모자 달린 분홍색 얇은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배에는 수두 자국이 있었다.

그날 이후 김씨의 유일한 목표는 아들을 찾는 것이었다. 그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아들을 찾기 위해 전국을 뒤졌다”며 “아들이 실종된 인근 축사 분뇨통 안부터 비금도라는 작은 섬까지 혹시나 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면 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가정은 깨졌다. 아내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김씨를 떠났다. 마지막으로 아들을 돌본 작은 아버지 역시 운영하던 가게를 접고 형을 도와 자신의 조카를 찾는 데 뛰어들었다. 빚은 쌓여만 가고 정신은 피폐해졌지만, 아들이 살아 있다는 희망만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김씨는 “20년째 매일 우울증 약 21알을 복용하고 있다”며 “약이 없으면 잠에 들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어딘가 살아있을 아이 생각에 하루를 살아간다”고 말했다.

그러다 2001년 겨울, 교통사고를 당해 양쪽 다리에 큰 부상을 입었다. 특히 오른쪽 다리는 절단을 해야 할 정도의 상황이었다. 그는 극구 다리 절단을 거부했다. 의사는 김씨가 걸을 수 없을 것이라고 머리를 저었다. 하지만 그는 3년 만에 두 발로 서 천천히 걷는 데 성공했다. 모두 기적이라고 했다.

김씨는 “아이를 찾으려면 두 다리가 필요했다”며 “땀이 바닥에 고일 정도로 재활 훈련에 임했다. 죽을 힘을 다해 3년 동안 노력한 결과 기적처럼 걸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요즘도 아들을 찾기 위해 전국을 찾아 헤매고 있다. 아들을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아픈 데는 없니’라고 묻고 싶다”고 했다. 통화 도중 눈물 훔치는 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김씨는 “건강하다는 말 한마디 듣는다면 지금 죽어도 행복할 것 같다”고 했다. 엷은 미소를 보일 그의 얼굴이 전화기 너머로 아른거렸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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