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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인 이상 집합금지’ 석 달…“스터디원 얼굴도 몰라요” [촉!]
“이동시간·비용 절약하지만 강제성 덜해 지각·결석도 많아”
“유치원·키즈카페도 못 가 방학 내 아이 둘 다 ‘끙끙’”
사택 거주 직장인은 “코로나19 유포자 될까” 걱정

[아이클릭아트]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경기 성남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이모(26) 씨는 서로의 자기소개서를 읽고 첨삭해주는 스터디모임 사람들과 직접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씨를 포함해 ‘스터디원’ 6명은 지난 2월부터 스터디를 시작했으나 5명 이상 모일 수 없는 방역수칙 탓에 화상회의 프로그램과 메신저 등을 이용해 ‘온라인 스터디’를 하고 있다. 그는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풀리고 면접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직접 만나기로 했으나 실제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방역수칙의 일환으로 ‘5인 이상 집합 금지’를 시행한 지 22일로 석 달이 됐다. 이날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한 시민은 장기화된 사적 모임 제한에 어느 정도 적응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새로 알게 된 이들과는 실제로 대면한 적이 없다거나 가족·친구들과 장기간 만나지 못하는 등 불편한 점에 대해서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비대면으로 모일 때 일부 편한 점도 있지만 직접 만나는 만큼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고 직장인들과 취준생들은 입을 모았다. 3년째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신모(28) 씨는 “재택근무를 해서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업무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면서도 “교육받는 게 모두 재택 화상교육으로 전환되면서 효율이 좀 떨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씨도 “온라인 스터디가 처음에는 이동시간과 경비를 절약할 수 있어 좋게 느껴졌지만 점차 긴장감이 풀리면서 지각이나 결석하는 스터디원이 생긴다”며 “강제성이 덜하다 보니 아무래도 가볍게 여기는 면이 있어 스터디가 흐지부지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가족만남에 제약이 있는 데 대한 아쉬움은 여전했다. 전남 목포에 거주하는 윤모(53) 씨는 “자녀가 셋이라 우리 가족만으로 이미 5인이 되다 보니 설이나 부모님의 칠순 생신 등에 형제·가족과 모이기 어려워 간소하게 치를 수밖에 없었다”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핵가족처럼 흩어지다 보니 가족 간 정이 그리워진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 살며 자녀가 둘인 주부 김모(34) 씨도 지난 석 달간 사실상 아이들을 다른 집 아이들과 놀게 할 수 없었다. 다른 엄마와 아이가 한 명씩만 더해져도 5인이 넘기 때문이다.

김씨는 “유치원에 가면 그나마 친구를 만날 수 있는데 방학에는 이마저 어려워 아이들이 많이 괴로워했다”며 “키즈카페에 일행이 아닌 척 각자 가서 아이끼리 놀게 하는 식으로 편법을 쓰는 집도 더러 있었다”고 설명했다. 설 이후로 직계가족끼리 만남이, 지난주부터 영유아 동반 8인 모임이 가능해지면서 불편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그는 부연했다.

신씨는 충북 진천 사택에서 지내기 때문에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러 아예 다른 지방으로 가야 해 더욱 방역수칙에 신경 쓰고 있다. 그는 “‘내가 코로나19 유포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모임을 잡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다 보니 점점 친구들이 ‘사이버친구’가 돼가는 것 같다”며 “특히 결혼식에 참석하는 게 도와주는 건지 고민스러워, 부부나 하객이나 서로 1년 동안 눈치 보고 혼란스러워했다”고 전했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는 오는 28일까지 적용되지만 당장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완화될 가능성은 작아보인다. 최근 일주일(16~22일)간 국내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하루평균 436.9명으로 나타난 데다 봄철 나들이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와 방역 당국이 방역수칙 협조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15명으로, 엿새째 400명대를 기록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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