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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 학대 가해자 제보 받습니다”…알권리냐, 위법이냐[촉!]
구미 여아 친모, DNA 부인하는 가운데 검찰 송치…경찰 “수사 지속하겠다”
아동학대처벌법상 인적사항 보도하면 안 돼…“명확 기준·사회적 합의 필요”

지난 17일 오후 경북 구미경찰서에서 3세 여아 사망 사건의 친모인 석모 씨가 호송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석씨를 미성년자 약취 혐의 외에 시체유기 미수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의 피해 아동과 학대 행위자의 얼굴이 방송 프로그램에서 잇따라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할 수 있고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현행법상 아동학대 사건 관련 자를 특정할 수 있는 사진이나 인적사항 등을 공개하는 건 위법이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경북 구미경찰서는 지난 17일 DNA 검사상 친모로 밝혀진 석모(48) 씨를 미성년자 약취 및 사체유기 미수 혐의로 대구지검 김천지청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경찰은 “사건 송치 후에도 수사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석씨는 아이를 낳지 않았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에서 3세 여아와 석씨의 얼굴 등 신분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 등을 공개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MBC ‘실화탐사대’는 3세 여아의 생전 사진과 영상과 함께 ‘구미 인의동 ㅍ산부인과에서 태어난 2018년 3월 30일생 아이에 대해서 아는 분’, ‘사망한 아이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으나 DNA상 친모로 밝혀진 석씨에 대해 아는 분’이라는 문구를 더해 제보를 기다린다는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15일에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도 ‘석씨(1973년생)를 알고 계신 분의 연락을 기다립니다’라며 얼굴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처럼 학대 피해 아동이나 학대 행위자를 공개하는 건 현행법 위반이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5조에서는 신문이나 방송사의 종사자 등은 아동학대 행위자, 피해 아동, 고소인, 고발인 또는 신고인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용모 등 이들을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 등을 보도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 같은 법 제62조에 따라 보도 금지 의무를 위반한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페이스북 캡처]

그러나 피해 아동이 사망한 상황에서 학대 행위자를 공개하는 게 국민의 알 권리와 공익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피해 아동뿐 아니라 학대 행위자도 알릴 수 없게 하는 것은 피해 아동의 2차 피해를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학대 행위자의 인적사항 공개가 법적으로 안 되는 건 맞지만 학대 사망 사건은 2차 피해 소지도 적고 공익적인 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선 언론에 앞서 경찰에서 일찌감치 ‘공개수사’로 전환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력범죄처벌법에서는 검찰과 경찰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것 ▷피의자가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할 때 얼굴과 성명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사법기관에서 하는 공개수사가 단순히 학대 행위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게 아니라는 반론이 나온다. 학대 행위자나 피해 아동을 찾아야 하는 경우 이들의 인적사항을 공개할 수 있으나 이 사건에서 학대 행위자 등은 구속됐고 피해 아동은 사망했다. DNA상 친부나 아이를 바꿔치기 하는데 가담했을 사람도 제보로 찾기는 어려워 공개수사를 하더라도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법과 국민 감정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피해 아동과 학대 행위자의 인적사항을 알리는 데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경찰은 학대 행위자의 인적사항을 알리는 데 소극적이고 언론은 적극적이라 국민들이 필요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의 문제”라며 “공개할 명확한 기준을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학대 행위자나 피해 아동의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건 성급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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