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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차 피해 방지 지침’도 朴측근 ‘2차 가해’ 못 막는다[촉!]
퇴직한 서울시 비서실 관계자 2차 가해 어찌 막나
여성폭력방지 기본법에도 2차 피해 규정 있지만…
이수정 경기대 교수 “피해자 구제 방안 마련해야”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 A씨는 박 전 시장의 측근들로부터 피해자의 손 편지와 함께 실명이 유출되는 등 2차 피해를 호소했다. 그러나 정부의 피해 방지 지침과 여성폭력방지 기본법은 2차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위 대상이 제한적이고 법적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1월 정부 최초로 ‘여성폭력 2차 피해 방지 지침 표준안’을 마련해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각 기관이 해야 할 조치, 사건처리 절차 등을 안내했다.

표준안을 보면 2차 피해는 ▷수사·재판·보호·진료·언론 보도 등 여성폭력 사건 처리·회복의 전 과정에서 입는 정신적·신체적·경제적 피해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그 밖의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로 인한 피해(정보통신망 이용 행위 포함) ▷사용자로부터 폭력 피해 신고 등을 이유로 당한 불이익 조치로 규정돼 있다.

이에 따른 구성원의 구체적 금지 행위로는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행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고충 처리 신청을 철회하거나 여성폭력 행위자와 합의를 종용 내지 강요하는 행위 ▷피해자의 고충과 관련해 그 고충의 내용이나 피해자의 인적 정보·평판에 관한 내용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행위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행위 ▷정당한 이유 없이 여성폭력 행위자를 옹호하거나 두둔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지침에는 2차 가해 행위자가 해당 기관 소속이 아니면 정부와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징계 조치는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현재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 측이 주장하는 2차 가해 행위자들은 대부분 당시 서울시 비서실에서 근무한 전직 별정직 공무원이다.

실제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지난해 A씨의 손 편지를 온라인 상으로 공개했고, 이 과정에서 A씨의 실명이 유출되기도 했다. 오 전 비서실장이 성추행 피해를 인정하는 인권위의 결정문과 관련, 지난 1월 “A씨의 일방적인 주장은 중단돼야 한다”며 유감을 표한 것 모두 2차 가해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A씨 역시 “저와 함께 일을 했던 사람들이 2차 가해를 주도하고 있다”며 “제가 일터에서 제가 저의 소명을 다해서 열심히 일했던 순간, 그러한 순간들이 저의 피해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이유로 사유되는 것에 유감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2차 가해 행위자로 지목된 이들은 기관장의 사망과 함께 ‘당연퇴직’ 처리돼 공무원의 신분을 유지하지 않는다. 따라서 법률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공공기관 차원의 징계나 불이익 조치 역시 불가능하다.

아울러 ‘여성폭력방지 기본법’에도 2차 피해를 규정해 놓았지만 형법상에는 처벌 조항이 없다. 피해자들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등으로 형사처벌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일부 박 전 시장의 지지자들이 피해자를 무고죄,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하는 행위 역시 피해자에게는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9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여성폭력방지 기본법에도 2차 가해 행위를 나열해 두었지만 이에 따른 형사 처벌 규정도 없고 형법상 2차 가해 행위라는 죄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로 2차 가해 행위가 대부분 포장돼 있는데 이로부터 피해자를 구제하고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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